▲ 머서의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뉴스. (<USA투데이> 보도 화면 갈무리)

10월 1일(현지시각) 미국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 인근 한 대학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9명이 사망하고 7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는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 사망자보다 총기 사고 사망자가 더 많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이번 사건은 포클랜드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로즈버그에 위치한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일어났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총기 사건의 범인은 이 학교의 등록생인 크리스 하퍼 머서(26)로 드러났다. 머서는 경찰과의 총격전을 벌이다 경찰의 총에 사망했다.

사실, 크리스 하퍼 머서의 총기 난사 사건

머서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가 권총 3자루와 장총 1자루 등 모두 4자루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머서가 범행 당시 일일이 피해자들의 종교를 물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의 범행이 종교와 관련이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사건 당시 수업 중이던 학생 코트니 무어(18)의 증언에 따르면, 총알은 창문 밖에서 날아와 수업하던 선생님을 먼저 맞췄다. 이어 교실로 뛰어 들어온 머서는 사람들을 엎드리게 한 후 차례로 일으켜 세워 "무슨 종교를 믿느냐?"고 물은 후 총을 쐈다.

생존 학생의 아버지 아나스타샤 보일란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총을 든 남자가 교실에 들어와 '기독교인만 일어나라'고 하고 '너희들은 기독교인이니까 1초 뒤에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총을 쐈다고 들었다."

다른 생존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머서는 총을 쏘기 전 학생들에게 기독교인지 물은 뒤 '맞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머리를, '아니'라고 하거나 대답을 머뭇거리는 학생들은 다리를 쐈다."

두 사람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분명한 것은 머서의 범행이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머서는 자신이 활동하던 사이트에서 자신은 '종교가 없고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로 금주주의자'라고 했다.

이후 언론이 속속 밝혀낸 머서는 '26세 혼혈 남성'으로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인 사람'이다. 그는 '킥애스토렌트'에서 활동했다. 이곳에 속한 사람들의 성향은 생방송 중인 기자를 사살하는 영상을 보고 '좋다'고 한다거나, 더 많은 사람을 죽여 TV 화면에 나오는 영웅주의를 지향한다.

머서 또한 2012년 발생한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BBC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는 몹시 사교(邪敎)쪽에 기울어 있는 사람이다.

종교, 범행에 영향 미쳐

이 사건의 범인인 머서가 자신은 종교가 없다고 말한 것은 믿을 만한 정보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종교가 없다'는 말은 교회나 성당에 다니지 않는다는 표현일 뿐이다. 피해자들의 종교를 묻고 크리스천을 확인 사살(?)한 것만으로도 지극히 종교적이다.

머서 자신은 종교가 없다고 했지만 언론에서 밝힌 '영적이다'라는 것은 이 사건이 다분히 종교적임을 시사한다. 종교! 마르크스는 사회의 아편으로 보았다.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에 그렇게 말했을까. 세상에서 벌어지는 숱한 이슈 속에는 항상 종교가 들어 있다.

지난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주변 미나에서 성지순례 행사(하지)에 참석했던 순례객 700명 이상이 압사 사고를 당했다. '마귀 기둥에 돌 던지기'라는 행사의 종교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귀야 물러가라!"고 말하며 돌을 던지면 마귀가 물러간다고 믿는 행사다. 종교의 상징화가 수많은 순례객을 희생 제물로 삼았다.

하지만 무슬림들은 그렇게 죽는 것조차 순교라고 믿는다. 종교의 위대함일까, 종교의 무모함일까. 총기 난사의 주범 머서는 어떤 의도로 크리스천들을 치명적으로 다뤘을까. 그의 맘속에 들어 있던 '안티 크리스천' 사상이 화근이라고 한다면 너무 간단하게 답한 것이다.

강남, 부자, 대형 교회, 성폭행 목사, 대물림 교회, 기득권층, 장로 대통령, 장로 국무총리 등등 우리 주변의 이슈는 항상 기독교와 맞물린다. 그러다 어쩌다 '개독교'를 만들고 '먹사'를 탄생하게 했다. 자칭 '삐딱 목사’지만 나도 그런 소리 들을 때는 먹은 게 올라온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우리 주위 기독교의 현실인데.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지만 전혀 다르지는 않다. 성장자본주의와 기독교의 만남은 그리 오래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했다. 최후의 보루이길 바랐던 기독교(엄밀하게 개신교)를 향한 민심은 그렇게 떠나고 있다.

크리스천을 골라 쏜 머서의 사건은 그를 사교(邪敎, 사이비)라 처리하더라도 의구심은 잦아들지 않는다. 그의 마음속을 부글거리게 했던 분노는 희생자들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와 함께했던 크리스천들의 몫은 아닐까.

범인, '1초 후 천국'이라는 비아냥거림

예수께서 말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다"라고. 하지만 세상은 말한다. "너희는 개독이요, 먹사다"라고. 미국이 가르쳐 준 번영 신학은 이제 본토에서까지 사격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미국보다는 한참 후에 활활 타오르던 한반도도 이제는 위태롭다. 점점 휴화산이 되어 가니 말이다.

죽었는데 죽은 걸 모르는 것보다 불쌍한 건 없다. 죽었는데 살았다고 악바리 쓰는 건 더 꼴불견이다. 미국의 크리스천이든 한국의 크리스천이든 미국에서 일어난 '크리스천 선별 타격 사건'이 주는 끔찍함에 주목해야 한다. 안티 크리스천인 광인 한 사람의 짓거리쯤으로 여기면 안 된다.

머서를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가 잘했다고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는 크리스천에 대한 미움을 총으로 나타냈다. 그가 종교인은 아니지만 영적이라고 말한 대목으로 볼 때, 그냥 크리스천을 미워했을 리가 없다. 미움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크리스천은.

머서가 미국 교회에 던진 숙제다. 아울러 미국 교회를 전수한 한국교회에 던진 숙제이기도 하다. 왜 크리스천들이 죽어야 했을까. '1초 후에 하나님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는 그의 말을 본인은 믿지 않았다. 반어요, 비아냥거림일 뿐이다. '죽으면 천국 간다는 너희들, 그래 천국 가라'는.

지금 개신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쫓기고 있다. 그래서 목사는 더 많은 직위를 차지해야 한다. 더 큰 교회 건물을 지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이 다니는 교회에 소속되어야 한다. '무엇 하기'에 매달린 교회를 보며 '무엇 되기'는 어쨌느냐고 질문한다. 하나님도 세상도.

"교회는 그런 일만을 목적으로 조직된 기관이 아니다. '교회가 무엇을 하느냐'와 '교회가 무엇이냐'는 완전히 다른 명제인 것이다. 교회는 무엇을 하느냐에 의해 조직된 공동체가 아니다. 교회는 무엇이냐에 반응하는 하나님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 94쪽)

교회가 되지 않은 채 교회가 하는 무엇을 한다. 크리스천이 되지 않은 채 크리스천 노릇을 한다. 이런 교회를 향하여 세상은 비난의 총을 쏜다. 머서 사건은 크리스천을 멈추게 한다. 아니 멈춰 생각해야 한다. 교회 일에만 전력했던 이들이 크리스천이 되기를 갈망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마음에 총 맞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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