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 / 정용성 지음 / 홍성사 펴냄 / 132쪽 / 1만 원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우리는 시중에서 교회 현상을 논하는 책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책은 한국교회의 엇나간 상황을 맹렬히 비판하고, 어떤 책은 회복해야 할 '교회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정용성, 홍성사)는 이 두 요소가 적절히 섞여 있다. 저자는 교인을 양계장의 닭처럼 여기는 큰 교회에서 나와 하나님나라를 씹고 먹고 누릴 수 있는 작은 교회로 가자고 꼬신다. 그가 130쪽에 걸쳐 말하는 내용은 간결하고 단순하다.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직접 실현해 보고자 하는 이라면 무릎을 '탁' 칠 만한 이야기다. 큰 글씨체, 가벼운 무게와 달리 책을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여운은 꽤 길다.

당신의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목사로부터 떠나라

<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는 앞부분에서 작은 교회의 의미와 필요성을 설명한다. 뒷부분에서는 이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현실에 실현할 수 있는지 말한다. 책을 펴면, 가수 윤복희 노래 '여러분'의 가사가 눈에 띈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나는 너의 친구야.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나는 너의 기쁨이야."

물론 '여러분'이 종교음악은 아니지만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지닌 교회의 모습을 보여 준다.

"교회는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신적 인정을 받는 곳이 아니다. 세상에서 실패하고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분들이 와서 치유되고 쉼을 얻어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곳이다. 교회는 서러운 사람의 눈물이 되어 주고, 어둡고 험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등불이 되고, 허전하고 쓸쓸한 사람의 벗이 되어 주는 곳이다. 이들의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노래가 되고 기쁨이 되는 곳이 교회이다. 군림하지 않고, 거절감을 주지 않고, 차별하지 않고, 가면무도회를 하지 않고, 진리와 진심이 통하는 공동체가 교회이다." (7~8쪽)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3번 이상 가는 교회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교회 공동체가 우리에게 쉼이고 가족이고 기쁨이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축복하는 시간에만 사용하는 '형제, 자매'라는 말뿐인 호칭이 아니고 정말 우리의 삶에서 형제, 자매가 되고 있는지 말이다.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저자는 거침없이 진정한 교회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축우리같은 교회, 진리보다 관심과 전통을 애지중지하는 교회, 당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목사로부터 떠나야 한다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관계, 새로운 교회

저자는 에른스트 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언급하며 작은 교회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규모가 커지면 구성원의 필요와 요구에 둔감하게 되고, 오히려 무절제한 권력 독점과 남용이 생겨난다. 구체적인 사례는 몇 대형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예배당을 짓기 위해 무리하게 은행 빚을 진다. 고객 만족, 고객 감동에 초점을 두는 백화점 서비스처럼 예배 역시 온갖 퍼포먼스와 반짝 이벤트가 첨가된다. 서로 인정하고 격려하고 부족함을 채우기보다 경쟁심을 부추기고 성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교회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죽기까지 복종하셨던' 나사렛 예수를 근간으로 둔다. 가치 혁명을 일으킨 분을 따라 세상의 흐름을 거스른다. 그는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일용할 양식', '일상의 중요성', '최소 적정 운영', '자발적 불편'으로 표현한다. 이스라엘은 출애굽 이후 하나님이 매일 주시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양식으로 삼았다. 하루 먹을 것 외에 축적한 양식은 모두 썩었다. 이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공급과 인도를 의존하며 사는 삶, 하루 양식 외에는 흘려보내는 삶을 의미한다. 잉여를 움켜쥐지 않고 '흘려보내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곧, 세상의 통치와 가치관으로 운영되는 교회의 틀에서 과감히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삼는다.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행위다.

교회를 개척할 때는 무리하지 않는다. 과도한 은행 빚을 지면서 시작하지 않는다. 카페나 가정에서 시작해도 문제없다. 재정도 자립 이후에는 운영비 외 나머지는 더 가난한, 더 필요한 자에게 후원한다. 교회 공간도 선교 단체나 훈련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준다. 저자가 2010년에 개척한 풍경이있는교회는 정해진 대여료 없이 자발적 헌금만 받는다. 어느 날은 다른 단체가 메인 공간을 대여해 교인들은 작은 공간에서 수요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고 한다. 이후 교인들이 "왜 우리가 보조 공간에서 모임을 가지냐"고 불평했다. 그는 내가 불편해야 다른 이가 편할 수 있기에 여전히 '자발적 불편'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저자는 '일상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교회에서 열심히 하는 만큼 일터와 가정,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교육과 같은 영역에서도 열정을 부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앙인은 교회 중심의 삶을 살되 교회에 붙어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되려 삶의 현장을 포기하거나 등한시하는 신앙은 광신이고, 신앙이 아니라 종교 행위라고 말한다. 그는 교회 생활, 주일, 십일조만 이야기하지 않고 6일의 일상생활, 십일조 외 나머지의 재정의 사용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의 것이 소멸한 상태에서 특별함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일상이 없을 때 주일은 특별하지 않다. 

"일주일의 삶 가운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치열하게 땀을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현장인 일터와 가정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앙의 열매는 교회가 아닌 일터와 가정에서 맺어지기 때문이다." (53쪽)

저자는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작은 교회에서 하고 있는 실천 영역을 자세하게 적었다. 책장 맨 뒤편에 있는 '의도적 작은 교회 선언 8'로 추릴 수 있다.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한다 △영업을 하지 않는다 △분립 개척한다 △재정은 흘려보낸다 △네트워크 목회를 한다 △공간을 공유한다 △직분 장사를 하지 않는다 △세대 통합 교육을 한다. 

작은 교회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차분히 저자가 말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여 보면 좋겠다.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주제지만 저자는 이를 아주 구체적으로 잘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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