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일 은혜샘물교회에서 박은조 목사가 '설교 전달, 청중과 호흡하는 길'을 주제로 설교 학교 3학기 세 번째 강좌를 인도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10월 1일(목) 경기도 용인시 은혜샘물교회에서 박은조 목사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3학기 세 번째 강좌가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제법 비가 많이 내린 궂은 날이었는데도 41명의 목회자가 먼 길을 찾아 모였습니다. 낮 12시 교회 식당에 모여 점심을 함께한 후 오후 1시 반부터 2시간 동안 박은조 목사와 '설교 전달, 청중과 호흡하는 길'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박은조 목사는 먼저 자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박 목사는 시골 작은 교회에서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당시 담임목사님이 돌연 사임하시는 바람에 결국 매주 주일 낮 예배와 밤 예배 설교를 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1년 남짓 진땀을 흘리며 주일 설교를 준비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박 목사는, 하루하루 말씀 앞에서 씨름했던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봤습니다.

이후 서울영동교회에서 강도사로 부임해 담임목사로 있으면서 설교를 준비했던 시절 이야기도 전해 주었습니다. 당시 쟁쟁한 목회 선배와 신학자가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통에 설교 준비가 치열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화를 설명하며, 덕분에 자신의 설교가 한층 탄탄해질 수 있었다는 우스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우스개같은 말 속에도 뼈는 있었습니다. 결국 자기 설교를 찾아가고 만들어 가는 고투가 필요했고, 그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 박은조 목사는 "설교자 자신이 직접 물을 길어 내듯 성경 자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자기 설교는 없고 줄곧 남이 한 설교를 베끼거나 인용하기 바쁜 설교자들의 현실도 꺼내 놓고 함께 살펴봤습니다. 일주일 내내 시중에 있는 설교집이나 설교 영상,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예화를 수집하고, 참고하고 편집해서 끙끙거리며 주일 설교를 준비하는 설교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 없이 흘러갑니다.

박은조 목사는 "설교자 자신이 직접 물을 길어 내듯 성경 자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설교는 갈수록 곤혹스러워지고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설교 준비를 위한 성경 읽기가 아니라, 매일의 말씀 묵상 훈련이 자연스레 설교 준비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은 설교 학교 강사로 나섰던 멘토들이 한입을 모아 권했던 말입니다. 박 목사는 여기에 더해 성도들과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이것이 설교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혜샘물교회가 실제로 하고 있는 과정을 예로 들었습니다.

모든 교인들이 책 하나로 주중 말씀 묵상을 함께합니다. 주일 설교 본문은 묵상한 말씀 중에 한 곳을 택합니다. 본문은 한 곳을 정하지만 설교 주제나 내용은 주중에 묵상한 모든 말씀을 토대로 구성합니다. 교회가 말씀을 중심으로 일상을 함께 보내고 또 그 묵상이 주일예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20년 넘게 강해 설교를 해 오다가, 7~8년 전부터 주중 말씀 묵상과 설교를 병행하게 된 이유를 박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말씀과 자신의 삶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성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목회 경험을 통해 발견하게 됐다. 설교자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이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 어떻게 연결되고 적용되어야 할지 일러 주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 멀리 경남 진해에서 온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열의를 가지고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술회에 가까운 대담이 이어지다가 중간중간 간곡한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박 목사는 설교자들에게 소명 의식과 전문성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했습니다. 목회자는 자기 생각과 욕망을 따라 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로 부름 받은 그 소명 의식을 항상 붙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경과 성도들의 삶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에 걸맞은 전문성도 길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임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고부터는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설교 전달과 관련한 질문도 있었고, 설교 전반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질문을 던지는 참석자들도 있었습니다. 아래에 질문과 대답을 간추려 정리합니다.

- 예전에는 설교 하나면 된다는 말을 자주 듣고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설교만 가지고는 안 되는 시대다. 교회에서 설교 이외의 다양한 사역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설교 하나면 된다는 말이 하나님의 말씀 하나면 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맞는 말이지만, 설교 사역만 가지고 다 된다는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또한 설교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사역을 한다는 생각 역시 곤란하다. 다만 말씀 사역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말씀과 삶, 말씀과 현장을 연결한다고 본다면 다양한 형태의 사역이 존재할 수 있다.

- 인터넷 설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안이 될 수는 있다. 공동체 모임에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대안이라는 의미 이상을 고려한다면, 조심해야 한다. 예배와 설교에 있어서 성령의 역사가 중요한데, 공동체적 만남의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동체성이 중요하다. 실제 삶과 공동체적 만남을 떠나 있는 기형적인 그리스도인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설교할 때 적용점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매 주일 설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적용점은 가정이다. 요즘 이사야서를 본문으로 설교하고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꼭 부부 간의 관계,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이 어떻게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서 드러날 것인가를 도전해야 한다. 이것은 일터에서도 마찬가지고 교인들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 설교 준비한 것을 교역자 간에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해 주면 확실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일날 예배 설교는 부교역자 2명을 포함해 총 3명이 맡는다. 월요일에 설교 본문과 주제를 정하고 토요일이 되면 각자 준비한 것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참고도 한다. 이전에는 모든 교역자들이 다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준비하고 설교문을 가지고 비평도 하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금은 그렇게 못 하고 있다. 다소 사변적으로 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교역자들이 성도들과 뒤섞여 한 목장에서 말씀도 나누고 삶도 나눈다. 이것이 현장에 더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필요하다면 다시 교역자 전체가 설교문을 함께 나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참석자와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설교 전달뿐만 아니라 설교 전반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설교 학교 3학기가 마지막 한 강좌를 남겨 놓고 있습니다. 2015년 설교 학교의 마지막 강좌이기도 합니다. 10월 12일(월) 서울 용산구 청파동 효창교회(김종원 목사)에서 최철호 목사(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말씀과 공동체,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라는 주제로 공부를 인도합니다. 링크한 기사를 통해 강좌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참가 신청서도 보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김기석·정용섭·박은조·최철호 목사의 '원고 작성부터 설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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