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신대 81학번 동문들은 9월 24일, 감신대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 두 개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동문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고서를 일반에 숨기려 하지 말고 진실 규명을 위해 이사회와 감독회장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올해 상반기,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는 학내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이규학 전 이사장이 특정 교수에게만 특혜를 베푸는 등 인사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법인사무처를 점거, 시위에 들어갔다. 총여학생회장은 채플 종탑에서 고공 농성하며 이규학 전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관련 기사: 감신대 총학, "이사장 퇴진" 요구하며 법인처 점거 / 감신대 총여학생회장, 이사장 퇴진 요구 고공 농성 돌입)

결국 이규학 전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진상 규명을 위한 기구가 설치됐다. 이사회는 학생, 학부모, 교수, 이사 등이 참가하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사태를 무마하려 '꼼수'를 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은 전용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진조위)'를 구성했다. (관련 기사: 감신대, 이사회는 특별조사위원회 제안, 공대위는 꼼수 의심

9월 23일, 감리회를 취재하는 <당당뉴스>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던 특조위와 진조위의 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 파장은 하루 만에 일었다. 24일, 감신대 81학번 동문들이 두 조사위의 보고서 내용을 분석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문 목회자들은 같은 사안을 놓고 양측의 결론이 현저하게 다르다며, 이 문제를 이사회와 감독회장이 나서서 바르게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먼저 진조위의 보고서는 840여 쪽 분량으로, 인사 비리, 교수 사찰, 법인 재정 문제 등 크게 세 가지를 다루고 있다. 반면 특조위의 보고서는 30여 쪽에 불과하며 대부분을 인사 문제에 할애했다. 교수 사찰 문제와 법인 재정 문제는 간략하게 결론을 내거나 아예 다루지 않았다. 두 보고서의 시각 차이도 상당하다. 700여 쪽의 증빙 자료를 근거로 문제점을 나열한 진조위 보고서와는 달리, 특조위 보고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 이사회가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는 L 교수 임용을 '좋은 선례'라고 평가했다. 이는 '편법과 불법이 난무한 불공정한 인사'라고 평가한 진조위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특조위 보고서 갈무리)

이사장 편에 선 교수·직원에게 인사 특혜?

첫 번째 핵심인 인사 비리는 이규학 전 이사장이 자기 측근 교수들에게만 특혜를 베풀었다는 내용이다. 이사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교수평의회' 소속 K 교수와 P 교수는 승진과 정년 전환에서 부당하게 탈락한 반면, 이사장 측근인 L 교수는 이사장 지휘하에 정년 전환 및 부교수 승진을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진조위는 "인사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난무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L 교수를 비롯한 몇몇 교수와 이규학 전 이사장이 만나 이야기했던 녹취록을 함께 실었다. 녹취록에는 교수들과 이 전 이사장이 반대편 교수들의 승진과 임용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지난해부터 부교수 승진에 실패하고 있는 K 교수를 빗대 "여자 목사들은 불도그 같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내용, P 교수의 정년 전환 문제를 취재하는 <뉴스앤조이>를 "돈만 쫓아다니는 애들"이라고 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관련 기사: 감신대 이사장, "여성 목사들, 원한 꽉 찬 불도그 같아")

그러나 특조위는 이 인사를 오히려 치켜세웠다. "감신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루어진 L 교수의 정년 전환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적인 처우를 개선한 것으로써 아주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합법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거쳤다. 법률 자문을 해 가며 절차를 지켰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 냈다.

L 교수의 조교 출신인 G 씨도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2013년, 법인사무처는 회계·부동산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당시 이력서를 제출한 이들은 대부분 경영학·경제학·부동산학을 전공한 사람들이거나 부동산·회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채용된 사람은 신학 전공자로, 지방에서 방송 담당 전도사 일을 하고 있는 G 씨였다. G 씨는 보유 자격증을 적는 대신 "7월 22~30일 단기 선교 예정"이라고 써냈다. 이규학 전 이사장은 "신앙이 우선"이라며 G 씨를 채용했다. 연봉 2,400만 원의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G 씨는 1년 만에 7급 정규직으로 승진했다. 현재 G 씨의 연봉은 5,000만 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진조위는 G 씨와 L 교수와의 관계, L 교수와 이규학 전 이사장과의 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특조위는 "내부 사정과 신앙생활, 업무 능력 등을 고려해 인사권자가 뽑은 것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인사권 침해"라고 했다.

▲ 법인사무처 직원 G 씨는 신학 전공으로, 부동산이나 회계 관련 자격증도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규학 전 이사장은 신학대학교에서 근무할 사람이니 '신앙'을 우선적으로 보라고 했다. 진조위는 G 씨가 과거 L 교수의 조교였던 점을 들어 G 씨에게 특혜가 주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조위 보고서 갈무리)

교수회의 녹음 파일이 법인사무처 PC에서 나온 이유

G 씨의 채용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교수 사찰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회의 녹음 파일 수개월 분을 법인사무처에서 보관하고 있었던 점, G 씨가 이사장과 교수평의회 소속 교수들 간 회동을 몰래 녹음하다 발각된 점 등이 그 의혹을 뒷받침한다.

진조위는 이규학 전 이사장–L 교수–법인사무처 G 씨가 공조해 반대편 교수들의 동향을 오랜 기간 감시한 것으로 보고, 왜 교수들을 사찰했는지와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학 전 이사장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된 가운데, 특조위는 "겸손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특조위는 "만약 불법 사찰이 없던 것으로 확인되면 문제 제기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30억 원 규모의 임대 보증금은 어느 통장에?…진조위, "통장 찾을 수 없다"

학교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강남구 역삼동 'MTU빌딩'의 재정 상태도 도마에 올랐다. MTU빌딩은 학교법인이 임대 수익을 학교 재정으로 쓰기 위해 2009년 지은 건물이다. 매년 2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 수익이 발생하고, 임대 보증금도 30억 원에 달한다.

진조위는 이 수익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임대 보증금이 들어 있는 통장, 잔고 증명서를 찾을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또 용도를 알 수 없는 자금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사무처 직원의 계인 계좌에 '대체'라는 명목으로 700만 원에서 1,500만 원의 금액이 수시로 입출금되고 있었다며, 무슨 용도로 자금을 이체하고 있는 것인지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외에도 진조위가 공개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서에 따르면, 학교법인 소유 차량이 없음에도 매달 법인카드로 하이패스 요금이 지출되거나 G 씨의 거주 지역인 강원도 춘천에서 수차례 법인카드가 사용됐다. 진조위는, 최대 수십억 원대의 공금이 불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특조위는 법인 재정과 관련한 조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총학생회, "진실 은폐하려는 이사장 물러나라"…학내 사태 재발화 조짐

진조위의 보고서가 만들어진 직후인 8월 중순, 김인환 이사장은 진조위 보고서 공람 및 배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에 <당당뉴스>가 이 보고서를 공개하자, 김 이사장은 학교와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개인 정보를 유출한다며 즉각 기사를 내리고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당당뉴스>에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진조위 보고서뿐만 아니라 진조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9월 초 발표한 담화문에서, "진조위는 법적 정당성이 없는 사조직에 불과하고, 법인사무처 자료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등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도 않았다"고 했다. 법인사무처 캐비닛을 열었다며 송 아무개 교수를 특수절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총학생회는 김 이사장의 이러한 행보에 실망을 표하고,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지난 9월 22일, 개교 기념 예배를 위해 학교에 온 김인환 이사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유승리 총학생회장은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학내 사태를 해결해야 할 이사장이 오히려 교수를 고소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다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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