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작은 교회 박람회가 10월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이화여고에서 열린다.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을 추구하고, 지역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를 만날 수 있다. 작은 교회 박람회 준비위원회가 9월 2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박득훈·방인성·이정배·정상시)은 '작은 교회'를 추구한다. 단순히 '사이즈'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성장이 아닌 성숙을, 권위가 아닌 평등을, 개인 구원만이 아닌 사회 선교 등을 추구하는 교회를 말한다. 생명평화마당은 성장 신화의 물이 빠진 한국교회의 대안이 곧 '작은 교회'라고 말한다. (관련 기사 : 생명평화마당, 10월 9일 제3회 '작은 교회 박람회')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2015 작은 교회 박람회' 준비위원회는 9월 22일 서울 한국기독교사회문화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행보에 나섰다. 준비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교회와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려 한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2017년까지 이 땅에 걸맞은 교회론을 정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박람회 주제는 '해방 70년,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운동'이다. 일제로부터 해방·광복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해방과 광복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과 분단된 채 군사적으로 대치 중이고,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에 구속됐다. 생명평화마당 이정배 공동대표는 "130년밖에 안 되는 기독교는 자신의 역사를 앞서는 타종교 보다 급속도로 성장 신화에 매몰됐다. 목사의 크기는 교회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망발할 정도다. 교회와 세상이 추구하는 정신이 전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성장만을 추구하는 교회와 달리,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을 추구하며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도 있다. 준비위원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작은 교회를 알리고, 서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 공동대표는 "성장주의에 함몰된 한국교회는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성장이 아닌 복음의 본질인 생명과 평화를 좇아야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작은 교회 박람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흥만 좇는 교회, 지역사회 신뢰 쌓고 소통 먼저

▲ 송병구 목사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특권주의, 개인주의, 폐쇄성에서 찾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생명평화마당 신학위원회는 박람회를 앞두고, 새로운 교회론과 한국적 교회론을 찾기 위해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작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9월 22일 서울 이화교회에서 열렸다. 송병구(색동교회)·이은경(예수마음교회)·이경(청주이주민노동인권센터) 목사와 박찬희 교수(서울신학대)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은 각각 "왜 작은 교회 운동인가?", "세상과 교회를 불편 혹은 불쾌하게 하는 교회",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선언의 교회론적 의미", "초기 교회의 생명·평화 사회 연대"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목회자·신학생 등 40여 명이 모여 경청했다.

사회를 본 이은선 교수(세종대)는 "한국적 교회론이 가능한지 고민을 한다. 교회가 새롭게 변하면 한국 사회도 변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이런 논의가 미진하다"면서 교회론 논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교회는 1980년대 들어 고도성장을 이뤘다. 번영 신학을 등에 업고, 교회끼리 경쟁을 통해 이뤄 낸 결과물이었다. 세계가 주목했다. 송병구 목사(색동교회)는 "재벌처럼 카리스마를 지닌 독재적 리더십에 의해 숨 가쁘게 성장하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 세대 만에 기반이 흔들렸다. 송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쌓지 못했고, 소통·일치·연대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안과 비전이 필요하다. 송 목사는 "맥없이 교회 성장에만 기대면 망한다. 가장 작은 실천을 통한 예수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개신교선교연대(EMS) 동아시아 총무 루츠 드레셔의 말을 인용하면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배우는 공동체 △평등한 자매 형제 공동체 △일치 지향 △사회봉사와 사회 선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박찬희 교수는 초대교회가 생명·평화의 관점으로 사회와의 연대를 추구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찬희 교수(서울신학대학교)는 초대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소개했다. 초대교회의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봤다.

신약성서 시대 속 로마 사회는 빈곤 문제가 극에 달했고 강도들의 폭동이 빈번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교회는 빈곤층을 위해 병원과 구호소를 운영했다. 313년 그리스도교 박해가 끝나고, 전보다 조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대사회적 봉사를 했다. 박 교수는 "고대사회에서 교회가 운영하는 빈민 구호소와 병원은 사회 인식을 크게 개선시켰다"고 했다.

박 교수는 역사 속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로,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 목사를 꼽았다. 18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의 여파로 빈곤층이 등장했다. 사회는 어지러웠고, 성직자는 권력가 또는 부호와 결탁해 민중의 삶을 외면했다. 웨슬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료 시약소를 세우고, 정치 부패와 노예 매매에 저항하는 등 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박 교수는 "웨슬리는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사회가 바라보는 개신교의 신뢰도는 천주교나 불교에 비해 낮다. 신뢰도 조사 발표가 나올 때마다 최하위를 기록한다. (관련 기사 : 개신교 신뢰도는 조사할 때마다 꼴찌) 박 교수는 신뢰도 하락 이유를, 교회 스스로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인식 '결여'와 대사회적 책임에서 찾았다. 교회가 생명력 있는 활동을 해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불편함이 구걸 보다 나은 이유

▲ 이은경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예수마음교회는 부흥이나 대형 교회를 추구하지 않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몇 년 전만 해도 교회에 갈 때는 꼭 성경책을 챙겼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핸드폰 속에 있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찬송과 말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굳이 교회에 가지 않아도 영상으로 설교를 들을 수 있다. 계좌 이체로 헌금도 낼 수 있다. 여러모로 편리한 세상이다. 편리함 대신 '불편'을 요구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은경 목사(예수마음교회)는 불편함이 인간의 생존 본능을 일깨우기도 한다면서 자발적 불편을 강조했다.

서울 예수마음교회는 불편함을 추구하는 '미자립 교회'다. 1년 예산이 2,000만 원도 안 되지만, 다른 교회로부터 선교비를 지원받지 않는다. 이 목사는 자비량으로 목회를 한다. 교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부흥이나 대형 교회를 추구하지 않는다. 예산 항목에는 목회자 사례비와 건축비가 없다. 예배는 일주일에 한 번 한다. 이 목사는 "출석 교인 10여 명에 객원 교우 10여 명이 전부지만, 교회 재정이 부족하지 않다. 큰 교회에 선교비를 구걸하지 않아도 되고, 교인을 빼앗는 극성맞은 전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리스도인이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불안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감당해야 할 사회적·정치적 책임을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성서가 말하는 구원은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함께 더불어 오늘을 사는 삶에 관한 것이다. 초대교회가 로마 제국에 대한 현재적이고 대안적인 비전을 보여 줬고, 당시 시대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 생명평화마당 신학위원회는 박람회를 앞두고, 새로운 교회론과 한국적 교회론을 찾기 위한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한다.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작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작은 교회 지향하는 공동체, 연합 고민 계속해야"

지난 1974년, 그리스도의교회 교단 소속 목회자와 평신도 12명은 '한국 그리스도의교회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외국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받은 한국 목회자들이 성서 해석과 기독교 신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모방하는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신앙 사대주의를 우려하면서 한국교회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강조했다.

▲ 이경 목사는 한국교회가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연대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경 목사(이주민노동인권센터)는 "이 선언은 개교회 간의 유기적 연대를 통해 질서를 확립하고, 공동 과제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작은 교회 운동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선구적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그리스도의교회는 초대교회 환원 운동을 강조하면서 연대보다 개교회의 활동에 강조점을 뒀다. 선언문을 발표한 이들은, 환원 운동에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교회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고조시켜 전체 교회가 가져야 할 통일성이 결여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영적 공동체들이 다른 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유기적 연대와 구체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 10월 9일 서울 이화여고…침묵 기도, 성찬, 목공, 십자가 전시회 등 행사도 다양

생명평화마당은 10월 9일 열리는 작은 교회 박람회 당일 행사보다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더 크다. 이경 목사의 말처럼, 작은 교회 간의 유기적 연대와 구체적 협력을 도모하고자 한다. 지역별로 작은 교회들을 연결해 주고, 유대감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3회 작은 교회 박람회는 한글날인 10월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이화여고에서 열린다. 주차는 학교 운동장에 무료로 할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서대문역 5번, 6번 출구로 나와서 5분만 걸으면 된다. 행사는 유관순기념관, 노천극장, 운동장, 이화교회 등 곳곳에서 진행한다.

좋은샘교회 브라스밴드의 공연으로 행사는 시작한다. 70개 교회와 30개 단체의 부스가 각 지역별로 설치된다. 민주적 정관을 가진 교회, 건물이 없는 교회, 성 소수자를 위한 교회, 마을 운동을 하는 단체 등을 만날 수 있다.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켈리그라피와 키난빌(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목공, 향수 만들기를 비롯해 성만찬 예식(예가교회)과 침묵 기도(한국샬렘영성훈련원)에도 참여할 수 있다. 송병구 목사가 세계에서 수집한 십자가 100여 점도 볼 수 있다. 다짐 예배 시간에는 브라운워십과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한다. 생명평화마당은 이날 거둬들인 수익금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증한다.

▲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작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에는 목회자, 신학생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이번 작은 교회 박람회에는 70개 교회와 30개 단체가 참여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