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가 진행되는 교회 입구에서 단체복을 입은 교인들이 출석 교회의 문제를 알리고 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지난 9월 15일(화)부터 16일(수)까지 진행된 예장통합 총회에 참관했습니다. 총회가 열리는 청주상당교회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쭉 늘어선 외부 판매상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외부 판매자들은 청주상당교회 담임목사와 아는 사이거나, 친구 목사의 소개 등으로 판매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판매상들을 지나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분쟁이 있는 교회의 교인 수십 명이 큰 현수막을 들고 있었습니다. 옷을 맞춰 입은 그들은 큰 목소리로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어려움과 억울함에 대해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총회 관계자들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총대들에게 "계속 쳐다보고 관심을 가져주니까 저 사람들이 더 큰 소리를 지르며 가지도 않고 저러고 있는거 아니냐"며 지켜보는 총대들을 교회 안으로 이끌었습니다.

개혁연대는 교단 총회 참관을 위해 미리 공문을 보내고, 통합 총회 언론 담당자를 사전에 찾아가 참관에 대해 알렸습니다. 그런데 교회 출입구에서 명찰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막았습니다. 참관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는 설명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명 중 한 명만 들어가서 담당자를 만나고 오라는 허락을 받고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교회 회의에 장사하는 사람들, 분쟁 교회 교인들, 이를 저지하는 사람들과 출입을 통제하는 사람들로 인해 혼란스러웠습니다.

회의가 열리는 교회 2층 예배당은 양복을 입은 남성들로 가득 차있었고 회의에 참석한 여성을 간혹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남성들의 장이었습니다. 회의는 남성이 하고 여성은 빨간 상의를 입고 인사를 할 때,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식당 봉사를 할 때, 또는 흰색 블라우스를 차려입고 특송 할 때만 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총회를 참관하는 동안 여성총대의 발언은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1500명의 총대 중 여성 총대는 16명(1%)뿐이니, 어찌보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도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을테지요. 총회에서 들을 수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특송 할 때, 길 안내 할 때, 식당에서 봉사할 때 뿐 이었습니다. 특히 식당에서는 앉아서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는 사람은 온통 남성이었으며 서서 봉사를 하는 사람은 전부 여성도였습니다. 간식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도에게 물었습니다.

"총회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많네요. 몇 분 정도가 수고하시나요?"
"다해서 150명 정도의 여성도들이 교대로 봉사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계시군요. 몇 시부터 시작하시나요?"
"오전 6시 30분에서 오후 7시까지 하고 있어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 사이 간식대는 계속 운영하시는 건가요?"
"네 봉사자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7시까지 하고 있죠. 그런데 아가씨는 누구야?"

▲ 총회 밖에서 여성도들이 목사들의 간식을 준비하고 있다.(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그렇기에 수많은 교인들의 헌금과 봉사로 치러지는 총회는 교인들에게 개방되어야 하고 총회에서 무엇을 논의하고, 총대들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통합 총회 회의보고서에 담겨진 헌의안에는 '충청노회장 장균상 장로가 제출한 총회의 권위 실추를 방지하기 위하여 총회 개회예배와 폐회예배 외에는 인터넷 실황 중계를 금지해 달라는 건'이 헌의안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통합 총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헌의안은 보고서에 잘못 올라갔고, 총회 헌의안으로 상정되기 전 절차위원회로 보내져 총회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통합 총회는 총회 상황을 실시간 인터넷으로 중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단·사이비 대책에 대한 보고와 논의를 할 때 갑자기 한 총대가 "발언을 잘못하게 되면 이단들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이 보고와 논의를 할 때에만 생중계를 중단하자"고 발언했습니다. 이 발언이 통과되어 기자실에 있는 모니터와 음향이 전부 끊기고, 정회 때까지 총회는 외부로 중계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발언은 공개하고, 어느 발언은 공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공개의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회의 중계를 언제든지 안건에 따라 총대들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여 교인들의 알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스러웠습니다.

총회는 총대들의 소유가 아닙니다. 총회는 소속 교회 교인들에게 막힘없이 전달되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인들과 공유하지 못할 총대들의 발언과 행동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또한 총회는 남성 총대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통합 총회에서 여성은 남성을 돕는 존재로만 보입니다. 앞으로 통합 총회가 여성 총대들의 인원이 지금보다 많아지며 발언이 자연스러워지고, 어떤 한 역할에만 고정되지 않도록 기회의 평등이 제공되는 총회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이연정 / 교회개혁실천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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