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가 9월 20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렸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예배해 온 '희년함께 희년실천주일위원회'는 부채의 늪에 허덕이는 이 시대 청년들을 위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구약성서 레위기에 나오는 '희년'은 노예와 죄수를 해방하고, 토지를 환원하고, 채무를 면제해 주는 해를 말한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50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자유의 해'다. 지난 2007년 희년함께·성서한국 등 7개 교계 단체가 '희년함께 희년실천주일위원회'를 꾸렸다. 추석 연휴 전 주일을 희년 실천 주일로 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배를 해 오고 있다. 그동안 행정 대집행으로 주거지에서 쫓겨난 넝마공동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관련 기사 : 27년 터전 잃은 넝마공동체에 희년을 / "더는 혼자 죽게 하지 않을 거야")

올해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는 부채에 허덕이는 청년에 초점을 맞췄다. '빚내는 청년에게 희년을'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9월 20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예배에는 9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 예배는 뿔 나팔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많은 젊은이가 인생을 출발하기 전 채무자의 무거운 짐을 지고, 신용 불량자로 낙인찍혀 출발부터 범법자 취급을 받는다"면서 청년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다.

▲ <교회 미생 김파전의 파전행전>의 저자 김정주 전도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신학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1,000만 원이 넘는 학자금을 빌렸다. 빚은 삶을 옥죄어 왔다. 다행히 청춘희년의 도움으로 부채 일부를 해결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설교에 앞서 영상 한 편이 소개됐다. 청춘희년운동본부(청춘희년) 1차 프로젝트에서 지원받은 <교회 미생 김파전의 파전행전>의 저자 김정주 전도사 이야기였다. 김 전도사는 신학교에 다닐 때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1,000만 원이 넘는 학자금을 갚는 것도 문제였지만, 시도 때도 없이 오는 문자와 전화 독촉으로 자존감을 상실했다. 범죄자도 아닌데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떳떳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행히 김 전도사는 지난 6월 청춘희년으로부터 200만 원을 지원받아 부채 일부를 갚을 수 있었다. 또 청춘희년에서 본격적인 재무 상담을 받으면서 부채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예배 설교자로 나선 김회권 교수(숭실대)는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시 57:1-11)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교수는 청년 문제를 해결해야 할 '대학 사회'가 잠금장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받다 보니 비판하는 연구 논문을 못 쓴다는 것이다. '정의'로울수록 연구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논문 성과는 대학 평가와 직결되고, 안 좋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는 학생이 몰리지 않는다며 구조 문제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판의 범주에 해당하는 청년 부채 문제도 비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의 난민보호법과 초대교회의 난민 수용을 예로 들며 희년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초대교회가 로마를 압도한 배경을 '난민' 수용에서 찾았다. 초대교회가 로마의 퇴역 군인을 비롯해 과부, 고아 등을 받아들였다면서 이게 곧 희년 정신이라고 했다. 오늘날 희년 운동은 난민 수용처럼 광범위하지 않다. 김 교수는 힘닿는 대로 누군가의 방벽이 되어 주고, 빚을 갚아 주는 실천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는 헌금으로 비자금이나 조성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설교 후 '청년에게 희년을' 주자는 취지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청년 3명의 몸에는 '빚'이라는 글씨가 적힌 여러 장의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참석자들은 청년들의 몸에 있는 '빚' 종이를 떼어 냈다.

▲ 김회권 교수(숭실대)가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설교 후 김 교수는, 오늘날 구원의 감격은 날로 희석되고 있다면서 하나님이 계신 것과 하나님나라가 완성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청년 자립 돕는 청춘희년, 교회 도움으로 지원 사업 계속

청춘희년은 지난 4월부터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청년의 부채 일부를 갚아 주고 자립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영화 '쿼바디스'를 만든 김재환 감독이 수익금 3,000만 원을 기부했고, 청춘희년은 2,000만 원을 청년 부채 해결 비용으로 사용했다. (관련 기사 : 영화 '쿼바디스' 수익금 어디에 쓰나 봤더니)

청춘희년은 9월 21일부터 한 달간 2차 프로젝트 대상자를 모집한다. 지원 자격은 1차 프로젝트와 동일하다. 35세 이하 다중 채무자와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을 우선으로 돕는다. 지원자로 선별되면 4개월간 금융 지원을 비롯해 교육과 상담, 공동체 모임을 갖는다.

혜택도 마련했다. 교육 기간 저축한 돈을 두 배로 돌려준다. 최대 30만 원까지 가능하다. 만일 4개월간 30만 원을 저축하면, 60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 청춘희년 김덕영 운동본부장은 "단순히 부채만 경감해 주는 게 아니라, 자립 동기를 부여할 목적으로 '두 배' 통장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2차 프로젝트는 높은뜻푸른교회(문희곤 목사)·보광중앙교회(김병목 목사)·전주열린가정교회(차정식 목사) 등 교회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청춘희년은 1차 프로젝트 결과와 취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200여 개 교회로 발송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를 확인한 높은뜻푸른교회는 2,000만 원을 지원하고, 2차 프로젝트 기획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보광중앙교회와 전주열린가정교회는 각각 300만 원, 110만 원을 지원했다.

청춘희년 2차 프로젝트 지원 대상자 발표는 11월 중순에 한다. 김덕영 운동본부장은 "부채 늪에 빠진 청년들이 주저 말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빚내는 청년에게 희망을."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설교 후 '청년에게 희년을' 주자는 취지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청년들의 몸에 있는 '빚' 종이를 떼어 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청춘희년 협력 교회 후원 체결식도 맺었다. 높은뜻푸른교회는 2,000만 원을 지원하고, 2차 프로젝트 기획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이 대신 감사패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청년들이 찬양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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