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방인의 임금들은 그들을 주관하며 그 집권자들은 은인이라 칭함을 받으나, 너희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큰 자는 젊은 자와 같고 다스리는 자는 섬기는 자와 같을지니라." (눅 22:25-26) <거꾸로 된 리더십>(테일러 필드,아가페북스)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성경 구절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 세상의 리더들을 본받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날 교회 안에서 세상의 리더십 방법은 너무나도 확고한 정설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닐까?

<거꾸로 된 리더십>은 우리가 리더십에 관하여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정반대로 말한다. 이 책은 리더로서 앞에서 이끌려고 하지 말고, 단순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을 하라고 제안한다. 자신의 계획에 따라 가기보다는 하나님의 전체 계획을 볼 수 없더라도 그 인도하심을 따르는 것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 책은 결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라고 한다. 하나님에게는 결과보다 우리가 과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목적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현실에서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함부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다만, 우리는 과정에 충실하여 살아가는 것이 요구될 뿐이다. 이 책은 담대하게 아예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도 충고한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의도나 목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하나님과 시작하겠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리더십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작게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아무도 모르는 가장 사소한 일을 사랑으로 행하는 것이 그 어떤 위대한 업적보다 더 가치 있을 때가 종종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또 성공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실패자들과 어울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산다는 게 무엇인지 감각을 잃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삶의 깊은 원리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까닭이다. <거꾸로 된 리더십>은 최첨단을 달려야 한다는 유혹을 버리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라고 권한다. 진리는 우리의 문화와 시대라는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책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있으라고 권면한다. 과격하게 부지런할 때에는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상 리더십의 가르침과는 달리 상자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자는 윤리와 청렴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무엇인가 중요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라고 권면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수치를 감수하라고 언급한다. 약함은 하나님의 능력을 감싼 포장지이기에 우리의 약함을 통해서 하나님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뜨거워진다. 진리를 발견한 기쁨이라고 할까? 그 동안 이 세상의 리더십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었다. 유명하다는 리더십 책들도 많이 읽어보았다. 그 책들에 나온 방법들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기쁨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좌절감을 맛볼 뿐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된 리더십>을 읽고 나니 진리를 얻은 기쁨이 들고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펴지는 것 같다.

물론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책대로 하다가 망하는 것은 아닐까란 불안감도 든다. 여전히 이 사회는 세상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살기를 강요 하는데 성경적인 방법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정말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우리 자신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이러다가 완전히 망하고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주님 앞에 엎드리게 된다. 주여, 내게 힘을 주소서. 이 세상의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대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이것이 이 책을 덮으면서 드리게 되는 나의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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