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서기 남태섭 목사는 "가톨릭이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영세를 받으면 무엇하나. 이단들도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우리가 가톨릭 신학을 연구할 필요가 뭐 있어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100회 총회에서 또다시 "가톨릭은 이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넷째 날 9월 17일 저녁 회의에서 정치부 보고가 시작돼 헌의안을 처리했다. 노회들이 올린 헌의에는 가톨릭의 '영세' 문제도 있었다.

원래 예장합동은 그동안 가톨릭에서 받은 영세를 인정해 왔다. 영세받은 사람이 교단 교회로 왔을 때 다시 세례를 주지 않고 입교 교육만 했다. 그런데 지난해 99회 총회에서 가톨릭의 영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이다. 이에 5개 노회는 "가톨릭 영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99회 총회 결의를 재론해 달라"고 헌의했다.

그러나 정치부는 단박에 "99회 총회 결의대로 한다"고 보고했다. 신학부장 김문갑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왜 신학부에서 논의할 헌의를 정치부에서 논의하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 년간 영세를 인정해 왔는데 작년에 갑자기 영세를 불허한다고 결의해 전국 교회가 혼란스러워 한다고 했다. 이 안건은 신학부로 넘겨서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총회장 정준모 목사가 나서 거들었다. 정 목사는 "지난해에는 교황 방한도 있고 분위기 때문에 영세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가톨릭의 영세는 개혁주의 신학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다. 칼뱅 당시에도 이 문제가 있었다. 칼뱅은 가톨릭을 거짓 교회로 봤지만, 어쨌든 그들이 영세를 받을 때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받았기 때문에 이를 인정했다. 개혁 교회도 그런 전통을 따른 것이다. 이것은 신학부에 맡겨서 처리하자"고 말했다.

박무용 총회장도 신학부로 보내자는 의견에 대해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신학부로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총대들에게 여러 번 물었다.

▲ 김종주 목사는 "가톨릭은 이단도 아니고 이교"라고 발언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총대들의 기가 더 셌다. 김종주 목사(빛고을노회)는 "다시 논의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전통 위에 성경이 있다. 성경에 비추어 볼 때 가톨릭은 이단이다. 아니, 이단도 아니고 이교다"라고 말했다. 고광석 목사(동광주노회)는 "가톨릭은 이단이라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명시되어 있다. 재논의가 아니라, 아예 이 자리에서 가톨릭은 이단이라고 만장일치로 공포하자"고 발언했다.

정치부 서기 남태섭 목사는 "이미 이런 얘기가 정치부에서 다 나왔다. 그들이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영세를 받으면 무엇하나. 이단들도 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한다. 그러나 그 하나님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언 말미에는 "가톨릭 신학을 우리가 연구할 필요가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총대들은 영세를 인정하지 않는 작년 총회 결의를 유지했다.

한편, 3개 노회는 "가톨릭의 이단성을 공포해 달라"는 헌의를 올렸다. 이 안건은 총회 임원과 정치부 임원에게 맡겨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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