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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의 기본 정신은 원저자를 밝히는 것"
'표절과 한국교회' 포럼에 부쳐…남형두 교수의 <표절론>, 국제관례에 맞게 보완돼야
  • 김진규 (profjkkim@gmail.com)
  • 승인 2015.09.11 14:49

   
▲ 김진규 교수.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난 8월 27일 열린 '표절과 한국교회' 포럼(관련기사: "표절은 정직하게 글쓰는 학계 전체에 피해 입히는 일")에 참가하면서 남형두 교수께 꼭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시간이 지연되면서 기차표 예약 시간이 임박해서 질문을 하지 못하고 와서 아쉬웠다. 남형두 교수의 <표절론>(현암사)은 정말 저작권 전문가답게 잘 쓰신 책이라고 생각한다. 표절 문제에 대한 상당한 논란들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국제관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다. 세 가지만 짚어 보겠다.

"출처 표시의 단위"와 관계된 문제 (306~317쪽)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고 갔는데, 이 부분을 그냥 건너가 버려 아쉬웠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표절 의혹의 상당 부분이 출처 표시의 단위와 관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민감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남형두 교수가 잘 지적하고 있듯이 '문단' 단위로 주(註)를 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가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는 '문장' 단위로 주(註)를 다는 것은 한편으로 좋은 제안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각 문장의 인용 출처가 다를 경우에는 각 문장마다 주를 달아야 한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글을 쓰다보면 한 저자의 글을 여러 문장씩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직접 인용이든 간접 인용이든 간에 매 문장마다 주를 다는 것은 목회학 석사(Master of Divinity) 수준의 글에서나 하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어느 정도 학문적인 훈련이 된 사람들은 주로 아이디어를 가져온 저자의 이름을 인용하면서 그의 글임을 알 수 있도록 연결어나 글의 흐름을 이용하여 몇 문장씩 연결하여 인용한 후에 마지막에 주(註)를 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주(註)를 달아 주는 기본 정신은 다른 저자의 사상을 가져올 때 그에게 크레디트를 주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표절의 핵심은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데에 있다고 본다. 출처 표시에서 단위 설정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원저자의 글임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인용하면, 한 문장 단위로 인용하는 것이나 여러 문장을 묶어서 인용하는 것이나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형두 교수 자신도 이런 점들 때문에 문장 단위로 주를 다는 것을 절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문장을 가져올 경우에 "집중 조명을 받는 문장에만 출처 표시를 해도 무방하다"(314쪽)는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느 특정 저자의 글을 거의 그대로 베끼면서 집중 조명을 받는 부분에만 각주를 다는 것은 그 주변 표현이 아무리 전문가의 눈에 일반지식처럼 보인다고 해도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박사 학위 논문을 연구 논문으로 발표한 경우"에 대하여 (454~456쪽)

   
▲ <표절론> / 남형두 지음 / 현암사 펴냄 / 720쪽 / 3만 6,000원

박사 학위 논문을 연구 논문으로 출판한 경우에도 남형두 교수가 실례로 든 판례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형두 교수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이기 때문에 너무 법리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그 판례는 일반 학술 논문일 경우에는 해당하지만, 박사 학위 논문의 경우에는 예외다. 국제관례는 박사 학위 논문은 출처를 표시하든 표시하지 않든지 간에 연구 논문으로 출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사 학위 논문을 재출판할 경우에는 일반 논문을 재사용할 때 요구하는 '새로 발전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사 학위 논문을 연구 논문으로 발표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발전한 아이디어가 없어도 그대로 출판할 수 있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다. 만약 박사 학위 논문을 연구 논문으로 출판할 수 없다면, 박사 학위 논문 전체를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것도 금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박사 학위 논문이 유명 출판사에 그대로 출판이 되면 영광으로 여기는 것이 국제 학계의 분위기다. 박사 학위 논문을 연구 논문으로 출판할 수 없다면,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것은 더욱 금해야 할 사안이다. 남형두 교수가 인용한 판례는 국제관례와 상반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날 발제한 차정식 교수의 글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어 개인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재탕·삼탕' 식의 '업적 불리기'이다. 박사 학위 논문을 연구 논문으로 출판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자기 표절 면제 조항에 빠진 것들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법대 교수 파멜라 사무엘슨(Pamela Samuelson)이 자기 표절 면제 조항에 대하여 제안하고 있는 내용 중에 일부가 빠진 점이 아쉽다. 사무엘슨은 다음 네 가지 경우에 자신의 글을 사용해도 자기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이전의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① 두 번째 저작의 새로운 기여를 위해서 기초를 놓는데 첫 번째 저작을 반드시 다시 말해야 할 경우
② 새로운 증거나 논지들을 다루기 위해서 이전 저작의 일부분이 반드시 반복되어야 할 경우
③ 각 저작의 청중이 너무나 달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다른 곳에서 같은 저작이 출판되는 것이 필요할 경우
④ 저자가 생각하기를 처음 표현한 것이 너무나 잘 되어서 두 번째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lagiarism)

남형두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1과 2번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세 번째 항목이다. 독자가 다를 경우에 자신의 글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목회자를 대상으로 글을 쓸 경우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글을 쓸 경우에 자신의 글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내용을 추가한다면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진규 / 백석대학교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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