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오는 10월 9일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다.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다양한 교회와 공동체가 참여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작은 교회 박람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박득훈·방인성·이정배·정상시)은 2년 전 '한국교회 미래, 이제는 크기가 문제다.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발을 내디뎠다. 성공 신화나 크기에 얽매이지 않고, 복음의 본질인 생명과 평화를 위해 사역하는 '작은 교회'를 알리고, '운동'으로 확대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겸손과 낮은 자세의 '작음' 실천하는 교회들 / 작은 교회 박람회, '행사'에서 '운동'으로

올해도 성장과 물질 대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작은 교회와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인다. '2015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10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다. 그동안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라는 주제를 내걸었던 생명평화마당은 이번에는 '해방 70년,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운동'으로 주제를 정했다. 해방과 자유, 복음을 좇는 70개 교회와 30개 단체가 참여한다.

'작은 교회 박람회'(박람회)는 올해로 3회를 맞이한다. 2013년과 2014년에 열린 박람회에서는 각각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교회·교인 간의 만남을 제공하고 △대안 공동체로 자리 잡은 교회 모습 등을 보여 줬다. 준비위원장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이번에는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작은 교회들을 서로 연결해 주어서 연대·화합할 수 있게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석하면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다양한 교회를 만날 수 있다. 민주 정관을 만들어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하는 교회, 성장 대신 분립을 택한 교회, 예배당을 공유하는 교회, 이주 노동자와 성 소수자를 위해 사역하는 교회, 카페 교회 등이 함께한다. 방 목사는 "작은 교회는 단순히 '사이즈'가 작은 교회만을 뜻하지 않는다. 복음의 본질인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교회와 단체를 의미한다. 특별히 현장에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참석하길 바란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람회를 향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는 가을 사경회가 열리는 9월 10일, '미니 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사경회에서는 신대원생과 교수, 교직원이 참여해 예배와 기도회, 성경 공부 등을 하는데, 이날 생명평화마당은 민주 정관을 제정한 교회, 카페 교회, 공동체 등을 소개하고, 박람회 김영철 조직분과위원장이 작은 교회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한다.

매년 교회와 선교·복지 단체 등에서 '목회 현장 실습'을 하는 한신대 신대원은, 생명평화마당에 목사 후보생 실습을 요청해 왔다. 한신대 목사 후보생 10~15명은 10월 14~18일, 작은 교회 박람회에 참여하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최철호 목사), 부천 새롬교회(이원돈 목사), 과천영광교회(우진성 목사), 동네작은교회(김종일 목사)에서 실습하기로 했다.

박람회에 앞서 교계와 사회에서 작은 교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 보기 위해 포럼도 개최한다. 생명평화마당 신학위원회가 주최하는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이 9월 22일 저녁 7시 30분 이화여고에서 열린다. 송병구(색동교회)·이은경(예수마음교회)·이경(청주이주민노동인권센터) 목사와 박찬희 교수(서울신대)가 각각 '왜 작은 교회 운동인가', '도시형 영성 공동체',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선언, 지향하는 한국교회의 주체성과 유기적 연대', '초기 교회의 사회 연대 / 생명 평화 연대'라는 주제로 발제한다.

아래는 '2015 작은 교회 박람회' 취지문 전문.

'2015년 작은 교회 박람회'
- 생명과 평화의 힘으로 민족과 교회를 새롭게 꿈꾸다 

"작은 교회가 희망"임을 선포하며 뜻 모아 시작했던 본 박람회가 어느덧 3회 차에 이르렀다. 2017년 종교개혁 500년을 앞둔 정황에서 작은 교회 운동은, 오백이란 숫자가 주는 무게감에 더해 세속에 묻혀 버린 교회, 기독교의 급속한 몰락에 대한 염려이자 극복하려는 몸짓이었다. 성장에 눈 어두워 자본주의에 영혼을 빼앗긴 교회, 회칠한 무덤처럼 변질된 계급적 성직 제도 그리고 양성평등에 눈감은 고질적 가부장제의 폐해가 이 땅 교회들의 실상이 되어 버린 탓이다. 한마디로 성서 속 예수가 염려했듯 이 땅의 교회는 사람들, 뭇 약자들을 위한 공동체이기를 포기했다. 

이에 우리는 이번 모임에서도 성숙 없는 성장에 저항하며 평신도의 역할에 주목할 것이고, 여성적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한다. 지역에서 뿌리 뽑혀져 섬처럼 고립된 대형 교회들의 실상을 아프게 지적할 수도 있겠다. 점차 그 비중을 더해 가는 예외자들과 '예수살기'의 비전을 품고 대안을 꿈꾸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세워 나갈 것이다.

주지하듯 첫 박람회를 통해 우리는 곳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거슬러, 세상 속에서 그와 다른 공동체를 만들고자 힘써 온 수많은 목사, 평신도들을 만났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미래를 위해 새 포도주를 만드는 이들을 곳곳에 숨겨 두었고, 서로를 통해 힘을 얻게 하셨다. 교회가 주는 물에 전혀 목말라 않던 이들, 교회를 등졌던 사람들도 새로운 공동체를 만났고 작은 규모에 주눅 들었던 교우들도 생명 평화 가치를 추구하는 자기 교회를 더욱 존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방향 전환을 꾀하는 작은 교회 운동에 기독교 언론이 관심했고, 이웃 종교인들조차 이런 변화를 주목했다. 이런 열매가 다시 밑거름되어 두 번째 박람회가 열렸고, 특별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그를 주제로 삼았다. 세월호 비극이 인간 존엄성을 하찮게 여긴 반생명적인 자본에 맹종한 결과인 것을 함께 토론한 것이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주류 교회들의 반사회적 실상을 보며 박람회 참석자들은 작은 교회 운동이 지향하는 생명, 평화의 가치만이 교회를 구원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회복의 힘인 것을 확신하였다.

두 번째 박람회 이후 우리는 작은 교회 운동에 대한 교파를 막론한 신학대학원 원우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성장 신화를 포기하고 예수 정신으로 돌아와 교회를 옳게 섬기려는 의지들이 곳곳에서 표출된 것이다.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대형 교회의 실상과 달리 젊은 목회자들이 이 운동을 통해 복음의 본질과 자신들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는 본래 작은 교회 박람회가 목적한 것 중 하나였다. 도처에서 생명,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작은 교회들을 발견하고 소위 '가나안' 교우들이 이들 교회에 접붙여지기를 바랐으며, 미래의 목회자들에게 이런 작은 교회가 희망일 수 있는 이유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듯 목회에 작은 교회 운동의 가치를 접목시키려는 신대원 원우들의 의식 변화는 한국교회의 앞날에 희망이라 하겠다.

그렇기에 2015년에 맞는 세 번째 박람회가 더욱 중요해졌다. 더욱이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란 민족의 역사와 맞물리는 중요한 시점인 탓이다. 민족 공동체와 이질적 존재로 살아가는 배타적 기독교인의 삶이 아니라 민족의 운명과 맥을 같이하며 성찰하는 열린 신앙적 삶의 양식들이 본 박람회를 통해 드러나기를 소망한다. 민족 분단을 극복하여 하나 된 조국을 이루는 일을 우리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최대의 신앙적 과제라 믿기 때문이다. 이를 방해하는 열강 세력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남북 간 화합을 위해 이념이 만든 장벽 일체를 허무는 것이 우리들 작은 교회의 몫이 되기를 바란다.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대형 교회들과 달리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작은 교회'들을 통해 광복과 분단 70년의 민족사가 다시 쓰여야 할 것이다. 올해의 경험 역시 다음 박람회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 운동이 더욱 진화,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향후 지역과 소통하며 마을 생태계를 달리할 수 있는 교회들이 많아질 것을 기대한다. 이 역시 우리들 작은 교회들에게 맡겨진 사명일 것이다. 2017년 그 시점에 이를 때까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담은 한국적 교회론도 준비될 것이다. 

종교개혁 500년이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가 되기 위해 우리 모두 2015년 세 번째 작은 교회 박람회에 마음을 다해 보자. 지금껏 함께해 준 귀 교회에 마음을 다해 재차 초대한다. 우리에게 힘이 될 새로운 공동체의 참여도 힘껏 독려할 생각이다. 금번 박람회에서 서로를 경험하며 함께 달라지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보자. 개최 장소도 바뀌고, 프로그램도 많이 달라졌으니 더욱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함께하는 자리가 될 것을 믿으며 이렇듯 역사를 이으시는 그분의 경륜에 깊이 감사한다.

"2015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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