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기독교연합회(안기연·이수부 회장)는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간 '안산시 복음화 대성회'를 열고 있다. 올해로 33회를 맞는 이번 집회는 안기연 조직 후 매해 개최한 연례행사다. 안기연 총무 김희석 목사(음파교회)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이번 행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라는 큰 어려움을 당한 안산시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고, 안산의 치유와 회복을 기원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오정현·김삼환·이영훈 목사, 안산에서 뭉친다)

하지만 '막말' 논란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대형 교회 목사들이 주 강사로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집회를 시작하기 전부터 논란이 됐다. 안기연은 첫날 집회 강사로는 유가족을 가리켜 "국민 미개하다는 말 틀린 말 아니다"라고 발언했던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를, 둘째 날에는 "하나님이 아이들을 침몰시켜 대한민국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한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를 강사로 선정했다. 

▲ 안산시기독교연합회가 제33차 '안산시 복음화 대성회'를 개최했다. 취지는 세월호 아픔 치유였지만, 희생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긴 오정현, 김삼환 목사를 강사로 섭외했다. 가족들은 교인들이 세월호 문제에 관심 가져 주기를 바라며 조용히 피켓을 들고만 서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세월호 미수습자·희생자 가족들은 8월 24일 오후 6시, 집회가 열리는 안산제일교회 앞에 모였다.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김삼환 목사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었다. 대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안산 각지에서 모이는 교인들에게, 미수습자 9명에 대한 관심과 조속하고 온전한 선체 인양 및 진실 규명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삼환 목사나 오정현 목사를 규탄하거나 비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족들은 오히려 지난해 있었던 김삼환 목사의 막말 때문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다른 유가족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세월호를기억하는안산그리스도인모임' 등 평신도·목회자도 함께했다. 이들은 24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 참사 초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안기연이 유가족을 외면하고 상처 주는 모습에 실망했다. 또한 김삼환·오정현 목사가 지난해 자신들의 발언 이후 어떤 사과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안기연과 두 목사를 규탄하기도 했다.

유가족과 평신도·목회자 등 30여 명은 안산제일교회 인근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두어 시간 동안 묵묵히 서 있었다. 그러나 집회에 참석하러 모이는 교인들에게 세월호 가족은 관심 밖이었다. 교인들 중 일부는 노란 리본을 받아 가거나 관심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유가족 일행을 힐끔 쳐다보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안기연·안산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하는 목사와 내빈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현관에 몰려 있는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유가족들은 예배 시작 후 얼마간 더 자리를 지키다 떠났다.

▲ 김삼환 목사는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설교를 이어나갔다. 찬송도 많이 불렀고, 농담도 많이 했다. 슬픔은 빨리 떨쳐 내야 한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간증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집회가 시작된 안산제일교회 예배당 안은 바깥 분위기와 대조적이었다. 여느 부흥회와 같이 박수와 찬양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김삼환 목사가 설교자로 강단에 섰다.

둘째 날 집회 강사 김삼환 목사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설교했다. 김 목사는 먼저 하나님께서 안산을 위로하시고 상처를 싸매 주셔서 지역 교회들이 잘 될 줄로 믿는다고 했다. 설교 중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는 농담과 간증, 찬송을 섞어 가며 물수건을 들고 춤을 추기도 했다. 이에 교인들은 박수치고 웃으며 화답했다.

김 목사는 찬송을 많이 불러야 슬픔이 떠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도 슬픈 이야기가 한없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이 어려워도 나만큼 어려워 봤겠냐"고 말하며, 어렵게 목회하던 시절 병원비가 없어 아이를 치료하지 못해 죽을 고비에 다다랐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간증을 하고는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선창했다. 교인들은 박수치며 함께 불렀다.

찬송을 부른 후, 김삼환 목사의 목소리가 조금 조용해졌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난 후 안산을 처음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심부름을 도맡아 하며 문제를 빨리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했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때도 앞장섰고, 특히 용산 참사 때는 유가족들이 자기에게 찾아와 자신이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8월 10일 명성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고 예배도 했고, 교계 세월호대책위를 만들어 위원장을 맡았다고도 했다.

김삼환 목사는 지난해 5월 설교 도중 "어린 학생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발언과 관련해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른 내용으로 설교를 이어 간 김삼환 목사는 교인들의 우렁찬 아멘 소리, 박수 소리와 함께 설교를 마무리했다.

집회 마지막 날인 25일 저녁에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강사로 나선다. 유가족들은 수요일 저녁에도 피켓을 들고 안산제일교회 앞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 등 청년들도 다수 참여할 예정이다.

▲ 집회에 온 한 교인이 교회 입구에 서 있는 세월호 가족의 피켓을 보고 있다. 집회에는 수천 명의 교인과 목회자가 참석했지만, 대부분 힐끔 보기만 할 뿐 가족들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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