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감옥 가는 목사들이 있다. 교회 헌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정도가 아니다. 전문 금융 사기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수법도 다양하다. 

8월 19일 미국 미주리(Missouri) 주에 사는 짐 스테일리(Jim Staley) 목사는 투자 사기 혐의가 인정돼 7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방 검사는 스테일리가 주 정부의 허가 없이 투자 상품을 팔아 57만 달러(한화 약 6억 8,0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 짐 스테일리(Jim Staley) 목사는 2007년 캘리포니아의 투자 회사에 근무하면서 미주리 주에서 교회를 시작했다. 그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노인들을 꼬드겨 수익형 보험 상품에 투자하게 했다. 그 대가로 자신은 약 6억 8,0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재판부는 사기 혐의를 인정해 7년형을 선고했다. (짐 스테일리 목사 설교 동영상 갈무리)

스테일리는 2007년부터 캘리포니아 주의 투자 회사 'B&B'의 에이전트로, 주로 나이든 사람들에게 수익형 생명 보험을 팔았다. 그는 같은 해, 미주리 주에서 '진실한목회를향한열정(Passion for Truth Ministries)'이라는 교회를 시작했다. 그는 매해 교회에서 사례비로 약 1억 5,000만 원을 받고, 수십억 원짜리 사택에서 살았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사택에 사는 동안 낸 돈은 지난 5월에 낸 관리비 50달러(약 6만 원)를 포함해 1,950 달러(약 230만 원)뿐이다.

스테일리는 미주리 주에서 투자 상품을 팔 자격이 없는 에이전트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금의 손실이 거의 없고 오히려 투자금의 30~40%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하지만 실제로 돌아온 수익금은 쥐꼬리만한 돈이었다. 한 피해자는 60만 달러(한화 약 7억 1,000원)를 투자했지만 수익금 명목으로 받은 것은 407달러(한화 약 50만 원)가 전부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 정도의 수익률이면 5,800세나 되어야 투자액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스테일리가 좋은 목사고 기독교 신앙인이었기 때문에 믿고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스테일리처럼 일대일로 사람들을 속이는 목사가 있는가 하면, 거대 사기극에 가담하는 대범한 목사도 있다. 비탈리 고르쉐프스키(Vitaly Korchevsky) 목사는 구소련 출신이다. 그는 1981년 회심하고 1990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주 브룩헤이븐(Brookhaven) 시 슬라브복음주의침례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러시아계 사람들이 모이는 이민 교회로 교인들의 신망이 두텁고 존경받는 목사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 8월 12일 FBI에 체포됐다. 단순히 절도나 상해였으면 경찰에 체포됐겠지만 그는 국제적인 금융 사기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 FBI는 통신·보안 사기에 얽힌 9명을 체포했는데 고르쉐프스키는 그중 우두머리로 해커를 섭외하고 수익금의 돈세탁까지 총괄했다.

▲ 비탈리 고르쉐프스키(Vitaly Korchevsky) 목사는 구소련 출신이다. 그는 1990년 미국으로 건너온 후 경영학을 공부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러시아계 이민자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고르쉐프스키는 지난 8월 12일 주식 부당 거래 혐의로 FBI에 체포됐다. (비탈리 고르쉐프스키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그의 잦은 해외 여행 경력도 알고 보니 범죄를 위해서였다. 구소련 출신이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러시아 등을 한 해에도 수십 차례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FBI의 수사 결과는 달랐다. 자신의 조직이 필요한 전문 해커를 물색하기 위해 여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르쉐프스키 외에 8명으로 구성된 팀은 전문적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팀이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포섭한 해커들에게 미국 주식 거래소에 뜨는 기업의 공시 정보를 미리 빼내 달라고 부탁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이었다. 공시 정보에는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보들이 기록돼 있었다. 이들은 미리 캐낸 정보를 활용해 저가에 주식을 매입한 후, 공시가 뜬 후 주식이 오르면 고가에 매도하는 작업을 지속하다 덜미를 잡혔다.

예를 들면 이렇다. 2011년, 해커들은 시애틀에 있는 바이오테크 회사 덴드리온의 공시 정보를 미리 빼 냈다. 이 정보를 받은 고르쉐프스키의 매매팀은 공시 정보가 뜨기 27분 전 이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23만 달러(한화 약 27억 원)의 이득을 남기고 되팔았다.

고르쉐프스키는 원래 주식 매매에 밝은 사람이었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리젠트대학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매릴랜드 주에 있는 투자 전문 회사의 카운슬러나 금융 분석가로 활동했다. 이런 경력을 활용해 2011년 직접 헤지펀드를 세우고 해커들과 협력해 5월까지 총 170만 달러(한화 약 20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연방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르쉐프스키를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부인과 교인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00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다. 그는 앞으로 주식 거래 시장이 있는 뉴욕에서 재판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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