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대가는 냉혹했다. 교회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예배당을 팔아야 했고, 교인들의 삶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춘천 평화감리교회 과거 예배당 전경. ⓒ뉴스앤조이 이용필

'메가처치'로 통하던 교회가 몰락하는 것은 딱 4년이면 충분했다. 2009년 예배당을 지으며 떠안은 부채 70억, 그리고 부실한 신약 개발 회사와의 유착은 교회 '와해'로 이어졌다. 앞서 보도한 강원도 춘천 평화감리교회(평화교회) 이야기다. (관련 기사 : 교인들에게 빌린 '68억', 신약 개발 회사에 투자해 날린 교회 / "목사님은 '영적 아버지'니까, 믿고 돈 빌려줬지…")

돈을 빌려준 교인뿐만 아니라 이를 부탁한 목사 역시 신약 개발 회사에 투자해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2년 전 벌어진 일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목사와 교인들은 과연 믿음이 좋았던 걸까?'

믿음의 모습은 다양했다. 목사는 예배당을 지어야 부흥할 수 있다는 한 건설회사 사장의 말을 '믿었다'. 교인들은 협동목사가 대표로 있는 ㅎ회사가 잘돼야 교회도 잘된다는 목사의 말을 '믿었다'. 목사는 협동목사가 법정 구속되기 전까지 ㅎ회사가 잘나가는 줄로 '믿었다'. 교인들은 교회가 어렵다는 목사의 말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

대가는 혹독했다.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예배당을 팔아야 했고, 교인들은 빚쟁이로 전락했다. 후유증은 경제적 어려움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되찾을 수 없는 돈은 가족의 신뢰 관계에도 금이 가게 했다.

남편 몰래 수천만 원을 빌려준 ㄱ 씨는 부부 간의 '믿음'이 깨졌다고 말했다. ㄱ씨는 "일이 터졌을 때 함께 교회 다니던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후 배신감을 느꼈는지 몰라도 남편의 태도가 바뀌었다. 모든 일을 같이 상의했는데, 이제는 남편이 자기 뜻대로만 하더라. 혼자 결정할 거면 부부가 같이 살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회에 다니던 아들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버렸다. ㄱ 씨는 "일이 터지자 아들은 '하나님을 믿지만, 앞으로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교회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수억 원을 빌려준 한 노부부는 교회와 목사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말했다. 매달 내야 할 이자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어디 가서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럽다고 했다. 무엇보다 노부부는 행여 자식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해 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는 교인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음은 무거웠다. 만약 누군가가 맹목적인 믿음에 제동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ㅎ회사와의 유착을 문제 삼는 목소리를 냈거나, 교인들이 빌려준 돈을 교회 부채 갚는 데 꾸준히 사용했다면 말이다. 한 장로는 "아이고, 만약 그랬다면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 교회 만세지"라고 답했다. 교회가 쪼개질 일도, 교인들이 배신감을 느낄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맹목적인 믿음이 남기고 간 것은 '빚'과 '후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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