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혜선 씨가 예정대로 8월 15일 대학로 소리아트홀 2관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대학로에서 집회 안내를 하고 있는 홍 씨의 모습.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14년 12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예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홍혜선 씨가 8월 15일 오후 4시 대학로 소리아트홀 2관에서 집회를 열었다. 작년 11월 13일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연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참석 인원은 약 20명이었다. 서울역 앞 집회 때 300여 명이 참석한 것에 비하면 약소했다. 중년 남성과 여성이 대다수였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도 3~4명 있었다. 대개 기독교 신자였으며, 그중에는 목사와 신학생도 있었다. 가톨릭 신자도 한 명 있었다. 홍 씨는 참석한 사람들과 안면이 있는 듯 반갑게 인사했다.

참석자들 중에는 과거 홍혜선 씨의 한국전쟁 예언을 따라 '단기 선교' 명목하에 외국으로 피난을 다녀온 사람도 있었다. 집회 초반 홍 씨는 참석자들의 신상을 물으며 단기 선교를 다녀온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서너 명이 손을 들었다. 홍 씨는 한 청년을 지목하면서 소감을 물었다. 그 청년은 작년 11월 말 필리핀을 다녀왔다고 했다. 출국 당시 친척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다른 중년 여성 참석자에게도 물었다. 떠나기 전 가톨릭 신자였다고 밝힌 참석자는, 단기 선교를 다녀와서 필요 없는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고 생활도 더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홍혜선 씨는 "대한민국이 종북 식민지"라고 했다. 마침 이날 대학로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8·15 전국 노동자 대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홍 씨는 오늘 종북들이 자신과 '맞짱'을 뜨러 왔다면서 민주노총의 집회를 비난했다.

홍 씨는 이러한 종북들이 한국의 눈과 귀를 막는다고 하면서 땅굴의 존재도 종북들이 감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땅굴을 통해 북한의 특수부대가 한국으로 침투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홍 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예로 들었다.

"한국에 땅굴이 있다는 증거가 있어요. 5·18 광주 사태를 일으키고 시민들을 학살한 게 누구인지 아세요? 바로 북한의 특수부대예요. 이 특수부대가 침투한 경로가 바로 땅굴이에요. 그 증거가 있습니다. 당시 광주에 침투했던 특수부대 600명을 '광수 600인'('광주 북한 특수군'의 줄임말 – 기자 주)이라고 하는데, 그중 한 명이 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입니다. 광수들에게는 각각 번호가 있는데 황장엽이 광수 71번입니다. 그리고 올해 4월 망명한 박승원 전 북한 인민군 상장(한국 중장에 해당 – 기자 주)이 광수 37번이에요. 박승원 씨가 증언하기를 5·18 광주 사태는 자신들이 일으켰으며 남침 통로가 바로 땅굴이라고 했어요."

▲ 집회에서 홍혜선 씨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간첩이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에 사주했다고 발언했다. 사진은 홍 씨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 갈무리)  

홍혜선 씨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사주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는 발언도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간첩 활동을 했으며, 그 결과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이라고 했다. 한 참석자를 무대로 불러들인 홍 씨는 그에게 자신이 묘사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통을 몸으로 표현해 보라고 했다. 참석자는 홍 씨가 시키는 대로 몸을 배배 꼬며 소리를 질렀다. 홍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천국과 지옥을 보고 경험한 사람이에요. 지옥에서 한 정치인을 봤어요. 흰 구더기가 배를 파먹고 있고, 커다란 구렁이가 다리와 목을 콱 조이고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온몸이 터져서 죽는데 이 고통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아요. 계속 반복됩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세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에요. 제가 지금까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밝히는 겁니다."

홍혜선 씨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증거로 <김일성의 꿈은 김대중을 남조선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었다>(손충무, 이포)를 제시했다. 고 손충무 씨는 1997년 <김대중 X-파일>(새세상출판사)이라는 책을 출판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과 정치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였다는 주장을 폈고, 허위 사실 유포로 2년간 수감된 바 있다. 홍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내 이희호 여사 역시 간첩이라고 했다.

홍 씨는 일어나지 않은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녀는 한국에 표면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건 한국 기독인들의 회개가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 역시 표면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요나에 견준 홍 씨는, 니느웨가 망한다고 예언했지만 그들이 회개해서 멸망을 피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예언대로 표면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서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땅굴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오후 4시에 시작한 집회는 저녁 8시를 전후로 1부, 2부 나뉘어 진행되었다. 홍혜선 씨가 직접 대언 기도를 해 주겠다고 예고한 2부 집회는 밤 11시가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기자는 2부 집회 도중 나온 한 참석자에게 어떤 연유로 참석했으며 이날 집회 때 나온 발언들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는 자신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이며 현재 한 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홍혜선 전도사가 말한 지옥을 경험했다는 등의 발언 모두를 절대 신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홍 전도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성경에 국한되지 않는 영역의 지식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다음 날, 홍혜선 씨에게 메일로 그녀가 했던 발언에 대해 질문했다. 무슨 근거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하며 그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이라 말하는지,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언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홍 씨는 자신의 발언을 입증할 관련 자료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과 서적을 뒤져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언 자료는 유튜브, 서적 등에 매우 많이 나와 있습니다. 기자님만 모르고 계셨군요. <뉴스앤조이>는 좌익이라고 들은 적 있는데, 기자님은 어디 출신이신가요. 학교 전공이나 좌익이 되신 경로가 말이지요. (중략) 자료가 궁금하시면 유튜브와 서적들을 리서치해 보십시오. 요즘 5·18의 진실에 대해서 모르면 간첩입니다. (중략) 저 말고도 다른 목사님이 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천국·지옥 간증도 있습니다. 기자님이 사도 바울처럼 (고린도후서 12장) 주님의 은혜를 받으시면 입신하셔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홍혜선 씨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간첩이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사주했다는 내용의 <대한신보> 기사를 메일로 기자에게 보냈다. 그가 집회 도중 소개한 저서를 구매할 수 있는 웹페이지 링크도 같이 보냈다.

▲ 홍혜선 씨는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저서를 권당 2만 원에 판매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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