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 신학생·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가 8월 10~12일 워싱턴 웨스틴 호텔에서 열렸다. 목회자와 신학생 가족 7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미주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김영봉 목사)이 매해 8월 주최하는 신학생·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가 올해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워싱턴 덜레스 공항 부근에 있는 웨스틴 호텔에서 열렸다. 메릴랜드·뉴저지처럼 가까운 지역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고, 오하이오·켄터키·캘리포니아,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등 먼 지역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참가자도 있었다. 가정 교회, 작은 교회, 선교적 교회, 청소년 선교 단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역하거나 신학을 공부하는 목회자·신학생과 가족 70여 명이 참여했다.

▲ 올해 컨퍼런스의 화두는 '선교적 교회'였다. 미주목회멘토링사역원 원장 김영봉 목사가 본격적인 강의 시작에 앞서 선교적 교회를 다루는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예년과 달리 올해는 구체적인 주제를 정했다. 'Missional Church(선교적 교회), 교회 됨의 회복을 위한 진정한 대안인가?'였다. 원장 김영봉 목사는 에베소서 4장 1~16절을 본문 삼아, 이번에 선교적 교회를 다루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목사의 이야기다.

"선교적 교회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선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삶, 교회, 목회가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고 씨름하자는 우리 컨퍼런스의 취지와 직결되어 있다.

에베소서 4장 1~16절은 교회론에서 아주 중요한 본문이다. 교회는 하나이면서 다양하다. 하나님은 한 분이지만 그 아래에 여러 은사와 직분을 주셨다. 이유가 무엇인가. 제도와 건물이 아니라 유기적인 몸으로서 교회를 세우라는 것이고, 몸을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교인을 세우라는 것이다. 교회 그 자체가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에서 하나님나라의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교회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내용이 16절에 나온다. 몸으로서 공동체와 몸을 이루는 개인의 영성은 절대 분리될 수 없다. 상합(相合)하고 역사(役事)해서 몸도 자라고 지체도 자란다. 이것이 교회이고, 목회이며, 그리스도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우리의 고민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 그러면서 각 개인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이것을 가지고 2박 3일 동안 씨름해 보자."

▲ 박준식 교수는 선교적 교회 운동을 이론적으로 정리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첫날 첫 번째 강의는 오하이오에 있는 Methodist Theological School에서 선교학을 가르치는 박준식 교수가 맡았다. 박준식 교수는 'Missional Church 운동에 대한 신학적 평가'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박 교수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한다.

"첫째, 선교적 교회: 교회는 선교 활동을 하고 선교사를 보냈지만, 교회와 선교는 서로 분리되고 거리가 있었다. 교회가 자기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선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교적 교회는 교회의 자기 이해를 확인하는 것이다.

초기 선교적 교회 운동을 주도했던 학자들의 관심은 '성장'이 아니라 '선교'가 교회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하나님이 선교를 주도하시고 교회는 선교의 주된 도구이다. 선교는 교회의 여러 과제 중 하나가 아니다. 교회를 위해 선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를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 선교적 회중: 세상 사람들이 복음을 보고 그것을 이해하기 원한다. 교회를 통해서 복음을 보고 이해하게 된다. 교인은 복음의 해석자이고 전달자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대안 공동체가 되어야 하고, 교인은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

셋째, 선교적 실행: 선교적으로 성경을 읽고 선교적으로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 선교적으로 환대(hospitality)해야 한다. 낯선 자를 환대하고 영접하라. 특히 가난한 자에게 관심을 갖고 그를 돌보라. 우리끼리 편하게 모이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 높은 위치에서 낮은 곳에 있는 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존중하고 공동체 안으로 품는 것이다. 나와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나아가 교회는 연합을 추구해야 한다. 분열된 교회는 분열된 세상을 향해 외칠 말씀과 신뢰가 없다.

넷째, 선교적 상황: 특정한 모델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모형은 다양하다. 다 똑같을 수 없다. 우리 교회가 속한 지역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고려하고 그 속에서 어울리며 선교해야 한다."

▲ 송민호 목사는 실제 목회 현장에서 선교적 교회 운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강의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첫째 날 저녁에 박 교수가 이론적으로 정리한 데 이어, 둘째 날 아침에는 캐나다 토론토영락교회에서 목회하는 송민호 목사가 '선교적 교회 운동이 실제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강의했다. 토론토영락교회는 전체적으로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며 실천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오셨는가, 아니면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오셨는가. 교회가 성장하면 그것이 곧 하나님나라의 성장인가? 예수님은 하나님나라를 강조하는데, 우리는 교회를 강조한다. 하나님나라를 이야기하면 하나님이 중심이 되고, 교회를 이야기하면 자칫 사람이 중심이 될 수 있다. 교회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인본주의로 갈 위험도 있다.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한인 이민 교회의 성장은 하나님나라의 성장과 큰 관계가 없다. 이민 교회는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정체성의 확인이 더 중요하다. 교회의 유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 중에서 지금은 사도성의 회복이 강조되어야 한다. 선교적 교회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으로 보냄을 받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교회이다. 이 교회가 없어졌을 때 교인들이 슬퍼하는 교회라기보다는 지역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세상과 단절되거나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개입을 해야 한다.

큰 교회는 편한 신앙생활을 원하는 교인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 교인들은 소비자 성향이 강해지고 이기적인 교인과 교회가 될 수 있다. 교인의 출석이 늘어난다고 교회가 건강한 것은 아니다. 선교적 교회는 모이는 숫자가 아니라 교인 각자가 파송된 곳에서 얼마나 선교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기준으로 교세를 측정해야 한다. 지도자가 교회의 방향을 분명하게 세우고, 교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실천해야 한다."

오후에는 김영봉 목사가 선교적 교회 운동을 성경적으로 성찰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특별한 선교가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것이 곧 선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냥 선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교회에 가려고 하지 말고 교회가 되어라, 교회로 살아라, 이런 정신을 담고 있다."

김 목사는 와싱톤한인교회에서 목회하면서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영성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다섯 가지 표현을 소개했다. '시장통의 수도자', '목사가 필요 없는 교인', '사귐과 섬김의 공동체', '일상 속에 성소', '작은 교회, 큰 목회'. 평소 선교적 교회 운동을 의식하지 않고 목회했지만, 돌이켜 보면 이러한 지향이 선교적 교회 운동과 흐름을 같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교회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교회를 강건하게 만들 수 있을까', '교회에 대한 헌신과 삶의 제자도를 어떻게 조화할까', '개인 영성, 교회 영성, 사회 영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까',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일깨우고 유지시킬까', 이런 점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이영길 목사는 이민 교회 목회의 독특한 점을 설명하며 선교적 교회 운동을 고민하라고 강의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마지막 날 아침, 이영길 목사는 이민 목회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한 신학을 소개했다.

"보스톤한인교회에서 20년 동안 목회한 결과를 정리해 보면, 구약의 이삭 이야기나 신약 안디옥교회 이야기를 통해 이민자의 신앙에 대해서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 나그네, 이민자의 시각이 없으면 성경을 제대로 해석하기 쉽지 않다. 이민자의 눈으로 성경을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인다. 그렇게 보아야 한다.

나그네, 떠나는 자들은 경이롭다. 이민 교회는 다 다른 경이로운 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현장이다. 거기서 새로운 것이 시작될 수 있다. 안디옥교회를 통해서 사도 바울이 나타났다. 예루살렘교회가 배출한 인물이 아니다. 만주에 있는 명동교회는 어떠한가. 윤동주를 배출했다. 애틀랜타에 있는 에벤에셀교회는 마틴 루터 킹을 배출했다. 모두 이민자들의 교회였고 그들은 나그네였다. 그들은 그곳의 주인이 아니었다. 그곳에 자극을 주고 도전을 주고 떠나는 자였다. 이것이 나그네, 이민자의 정체성이다.

물구나무서기로 설명해 보자.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세상을 거꾸로 보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바로 서면 지구 위에 서 있는 것이지만,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지구를 들고 있는 셈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사건을 거꾸로 보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거기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민자들은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거꾸로 볼 수 있어야 선교적 교회가 가능하다. 물구나무서기와 선교적 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정착민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실천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민자들이기에 수월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이민 교회 목회자로서 선교적 교회를 고민하면 좋겠다."

강의 내용은 대체로 선교적 교회 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김영봉 목사가 이 운동에 대한 일부 우려를 언급했다. "삼위일체 부분이 약하다거나 다원주의로 가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것은 극단적인 입장에서 일부 급진적 그룹을 놓고 판단한 면이 크지만, 그래도 유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강의마다 전체 토론과 질문 대답 순서가 연결되었다. 다양한 질문과 대답의 나눔이 있었지만, '아, 이것이구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손에 얼른 잡히는 것은 없었다. 미주 한인 교회에서 선교적 교회 운동에 대한 논의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열매가 다양하고 풍성하지 않은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참가자는 교회의 본질과 목회 방향에 대해 도전과 자극을 받은 점을 큰 수확으로 여기고, 2박 3일을 마무리했다.

미주목회멘토링사역원은 교회는 무엇인가, 목사는 누구인가, 목회란 무엇인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가지고 고민하는 멘토링 컨퍼런스를 내년에도 개최한다. 8월 여름에 동부 워싱턴뿐 아니라 2월 겨울에는 서부 시애틀에서 컨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 '선교적 교회'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각 강의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정답'은 없었지만, 참석자들은 교회의 본질과 목회 방향에 대한 도전과 자극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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