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계에서 '창조과학'은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교회들은 한국창조과학회를 적극적으로 후원했고, 이 단체 소속 교수 혹은 목사는 교회 또는 기독교 단체를 돌며 강의했다. 창조과학회는 지구의 나이와 관련해, 학계의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한다. 이들은 '지구 나이는 약 46억년'이라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부인한다. 대신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어 지구의 나이가 불과 6,000년, 길어야 1만 년이라는 '젊은지구론'을 설파한다. (관련 기사: [기획2] 창조과학회는 왜 지구가 '젊다' 하는가)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창조과학은 미국과 한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억지로 만들어 낸 '신학의 아류'쯤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기독교 내에서도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독교인으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종학 교수는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에서 "지구 나이 논쟁은 더 이상 이슈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기획3] 교회는 '젊은지구론'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데 지난 8월 초, 연세대학교에서 창조과학에 관한 강의가 개설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 연세대학교가 2학기에 창조과학 수업을 개설한다. 1학년만 대상으로 하는 1학점짜리 프레시맨세미나(Freshman Seminar)다. 전기전자공학부 최윤식 교수는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 수업 계획서를 올렸다. 과학도 아닌 창조과학을 공대 교수가 강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반발했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연세대는 2015년 9월부터 1학년 학부생을 대상으로 창조과학 수업을 개설한다. 수업 담당자는 전기전자공학부 최윤식 교수다. 공대 수업은 아니라, 연세대에 입학한 1학년 신입생을 위한 프레시맨세미나(Freshman Seminar)라는 1학점짜리 교양 수업이다. 프레시맨세미나는 10명 내외의 학생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주제를 놓고 한 학기 동안 토론이나 현장 탐방 등을 하는 수업이다. 수업 중요도는 그리 높지 않다. 성적도 점수제가 아닌 통과 또는 탈락으로만 평가된다. 

그동안 프레시맨세미나에 개설됐던 수업들도 독특한 수업이 많았다. 학생들은 '해리포터 마술 학교' 수업에서는 마술을 배웠고, '대중음악과 함께하는 대학 생활'에서는 노래방에서 노래 잘 부르는 법을 배웠다.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라는 수업에서는 상대방에게 멋진 이성이 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가르치는 교수의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되는 수업이었다. 자유로운 수업 방법 속에서 교수와 신입생이 격식 없이 대화하고 함께 식사도 하면서 대학 생활에 적응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창조과학 수업이 논란이 된 것은 이것이 '성경'이라는 기독교의 정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한 것이지 진짜 '과학'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많은 언론들은 이런 수업을 일반 대학, 그것도 과학을 가르치는 공대 교수가 맡았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재학생, 졸업생 할 것 없이 '창조과학'이라는 수업이 개설되는 것 자체를 비판했다.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창조과학'이라는 종교적 유사 과학을 소위 명문대라는 연세대에서 가르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개신교의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윤식 교수는 지난 6월,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수업 계획서에서 기독교인 과학자로서 성경의 내용 중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보는 수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종의 기원 △노아의 홍수 △창조와 진화 △성경과 과학 △우주의 창조 및 진화론 등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그는 "창조론이 맞고 무조건 진화론이 잘못됐다는 취지가 아닌데 당혹스럽다. 같은 계획서로 10여년 전에도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11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더 이상 어떤 해명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논란이 잠잠해질 것이라며 수업과 관련한 언급을 거부했다.

논란이 거세지만 이 과목은 원래대로 개설될 예정이다. 애초 취지가 과학에 관심 있는 기독교인 학생을 10여 명이 대상이었는데, 벌써 수업에 관심을 표하고 나선 학생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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