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도가 넘는 날씨에도 교인들은 시청광장과 광화문 일대 도로를 가득 메웠다. 중간중간 기도회를 위해 설치된 대형 스크린만 5개가 넘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울의 8월 9일 낮 최고 기온은 32도, 시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연일 지속 중인 불볕더위는 이날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주요 교단과 단체, 대형 교회들이 연합해 몇 주 전부터 참여를 독려해 온 8월 9일 '광복 70주년 한국교회 평화통일 기도회'(기도회)에는 폭염에도 10만여 인파가 몰렸다.

이 기도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7개 교단이 공동 주최했고, 80여 개 교단이 동참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 20여 개 교계 단체도 참여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준비위원회는 30만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찰은 행사 여파로 9일 정오부터 광화문역 앞 세종로사거리에서부터 숭례문 앞 도로를 전면 통제했다. 텅 빈 도로는 교인들이 가득 메웠다.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의자에 앉지 못한 교인들은 통제된 왕복 12차선 도로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명성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거룩한빛광성교회 등 대형 교회 교인들은 플래카드로 자리를 구분한 뒤 교구별로 무리 지어 앉았다. 이들은 중간 중간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기도회에 동참했다.

▲ 오정현 목사가 2부 순서에서 예배 사회를 맡았다(사진 위). 대회장인 김삼환 목사는 "한국교회 교인들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으로 대회사를 했고, 교인들은 "아멘"으로 응답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기도회에는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목사들이 총집결했다. 정영택 예장통합 총회장, 전용재 감리회 감독회장, 박무용 예장합동 부총회장, 양병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장상 WCC 공동회장 등 주요 교단·단체장과 김삼환·이영훈·오정현·정성진·소강석·최성규·고훈 목사 등 대형 교회 목사들이 한 순서씩 맡았다.

정치인들도 행사에 참석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기 위해 참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현역 국회의원들은 청중석 맨 앞자리에 앉았다. 다만 정치인들을 위한 별도의 발언이나 소개 순서가 있지는 않았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해 3시간 동안 이어진 기도회는 총 4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기도회는 애국가 제창 후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했다. 김삼환 목사는 무더운 날씨를 의식한 듯 "하나님께서 구름 기둥을 보내 주셔서 오늘 기도회에 참석하는 이들이 덥지 않게 하신다"며 기도회가 잘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각 교단·기관장들의 발언 순서에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나고 평화통일이 될 수 있도록 힘쓰자는 비슷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예장통합 정영택 총회장은 발언 후 큰절을 하기도 했다.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2부 예배 사회를 맡았다. 참석자들 중 유일하게 한복 차림으로 참여한 오 목사는 예배 말미에 통성 기도를 인도하기도 했다. 오 목사는 광화문에서부터 남대문, 청계천 광장에 이르기까지 참석한 모든 이들이 일어나 두 손을 들고 기도하자며 "주여,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를 외치고 기도를 인도했다.

▲ 이영훈 목사와 소강석 목사는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설교를 맡았다. 소 목사가 등장하자 새에덴교회 교인 수백 명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설교는 총 네 번이었다. 예장백석 장종현 총회장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 감리회 중부연회 감독 김상현 목사 네 명이 맡았다. 특히 소강석 목사는 다른 목사들과는 달리 설교 때 사용할 영상까지 준비해 왔다. 그는 한국전쟁 영상을 보여 주며 교인들에게 지금 이렇게 발전한 나라에 대한 감사함과 앞으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용서와 화해의 퍼포먼스' 시간에는 일본인 목사를 초청해 한국교회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들었다. 한일친선협회 회장 오야마 레이지 목사는 일본과 일본의 만행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며 단상의 목회자들과 청중에게 연거푸 큰절을 했다.

▲ 오야마 레이지 목사가 일본 정부와 일본 교회를 대표해 한국교회에 사죄했다. 그는 발언 후 교인들과 목사들을 향해 큰절을 하기도 했다. 순서 중간 중간 교인들은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두 손을 들고 기도하기도 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기도회에서는 '광복 70주년 축하'와 '평화통일 염원' 이외에도 이슬람 선교 문제, 동성 결혼 문제 등 한국교회 현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평화통일의 희망과 전진을 위한 합심 기도'에서 한헌수 장로(숭실대 총장)는 "한국교회가 10만 선교사를 파송하고, 불교권의 동남아시아, 힌두교권의 서남아시아, 이슬람권의 중동을 복음화하게 하시고, 이스라엘까지 대회심의 역사를 이끌어 내 세계 선교 과업을 완수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한국 내에서 시도 중인 동성 결혼 합법화를 주님께서 무력화해 주시고, 정부의 이슬람 문화 지원, 중동 국가들의 교세 확장 등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슬람의 공격을 주님께서 막아 달라"고 기도했다. 

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의 축도로 이날 기도회는 모두 마무리됐다. 수천 명 규모 연합 합창단의 후주가 울려 퍼지는 동안 주요 교단장들과 대형 교회 목사들은 인사를 나누며 대회를 마감했다.

▲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목사들이 모이다 보니, 행사 부스 뒤 임시 주차 구역에는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고급 대형 차량이 즐비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목사들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흩어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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