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는 (사)기독경영연구원(기경원)의 칼럼으로 2013년 8월 15일에 쓰인 것입니다. 기경원은 성경의 원리를 따라 경영함으로 기업 현장에 하나님나라가 임할 것을 희망하며 설립한 단체입니다.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에 <뉴스앤조이>에 칼럼을 올리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경영이나 리더십에 관련한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오늘 우리 사회는 사회 문화적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대 간 소통이 어렵고, 계층 사이의 불화도 끊이지 않습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서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며, 개인과 가족의 실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묻지마 살인' 같은 흉악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등, 사회적 아노미를 연상하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계가 앞장서 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 통합을 도모해야 하겠지만, 정치계는 당리당략 같은 정파적 이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 사이의 갈등뿐 아니라 남남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큰 과제이지만,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인 당파성을 극복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까? 2012년 개그맨들을 통해 한창 유행했던 노래가 있습니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이들은 함성과 열정으로, 어떤 일이든 이를 악물고 죽기 살기로 하면 할 수 있다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지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우직하게 도전하자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근성과 열정에서 나오는 희망보다 더 강력한 희망이 그리스도인의 소망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보다 근본적이며 우리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게 하고, 더 나아가 현실을 변혁하도록 이끕니다.

그런데 과연 오늘의 한국교회, 한국의 신앙인들은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까? 어두운 사회에 강력한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까?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답답합니다. 상황은 더 암담한 것 같고,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교회가 사회의 희망이 되려면 더욱 교회다운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교회의 교회 됨은 신앙인들의 신앙인 됨으로 시작하며, 신앙인들의 신앙인다움은 '오직 믿음', '오직 말씀', '오직 은혜' 위에 얼마나 바로 선 삶을 사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난여름, 그러한 신앙을 살아갔던 신앙의 선배들의 흔적을 돌아보았습니다. 희망을 지피는 간절한 마음으로 위그노 종교개혁지를 따라가며 프랑스 전역에 걸친 그들의 신앙 발자취를 살폈습니다. 개혁 신앙을 세웠던 그들의 삶은 엄청난 고난의 여정이었음을 다시 느끼며,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1. 신앙인답게 산다는 것, 교회다운 교회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다. 신앙인다운 삶, 교회다운 교회 됨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난을 동반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십자가의 복음보다는 물질적 번영이 강조되는 번영신학은 우리 교회의 독이다.

2.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가 '값비싼 은혜'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 은혜를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위해 이용한다면, 이는 '값싼 은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값싼 은혜로 취급했던 우리 자신과 오늘의 한국교회는 먼저 회개에 힘써야 한다.

3. 신앙인답게 살아가는 것, 교회다운 교회를 세워가는 여정을 가기 위해서는 성령님의 도우심이 절실하다. 도저히 우리의 연약한 심성과 육체와 의지로는 감당할 수 없다. 늘 위협과 유혹이 있기에, 우리는 더욱 경건을 실천하며 성령님의 도우심과 능력을 간구해야 한다.

4. 그러나 우리의 분투와 노력의 결과는 주님께 맡겨야 한다. 즉 증인된 삶을 살아간 결과는 우리의 뜻대로가 아니라 주님의 뜻대로, 주님의 때와 주님의 방법과 주님이 원하시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위그노를 비롯한 신앙의 선배들이 의로운 고난과 박해를 감내했기에, 온 세계로 복음이 퍼졌습니다. 우리는 이 복음의 역사를 돌아보며, 하나님의 역사와 섭리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가족을 사랑하지만 하나님은 온 세상을 사랑하십니다. 우리는 우리 교회를 사랑하지만, 하나님은 지역 교회를 넘어서 우주적 보편 교회를 이루어 가십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창조 세계 전체에 이릅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만약 오늘 우리 이웃들이 우리에게 여전히 소망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소망이 오직 우리 주님께 있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세계를 사랑하시며 교회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께 소망이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힘과 의지와 철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소망이 있고, 그 소망이 우리에게 주어진다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소망은 막연한 희망과 꿈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향한 절절한 소망이며 구체적인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날 세상 풍조에 굴복하지 않고, 아버지의 선하시고 기뻐하시며 온전하신 뜻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유혹과 압력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도록 세상을 변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권세와 매력적인 문화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오로지 은혜를 은혜로 알 때에만, 은혜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때에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령님과 동행하여야 합니다. 그분의 임재를 간구하여야 합니다. 그분의 능력을 힘입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위기의 시대에 증인 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신앙인다운 신앙인 됨, 교회다운 교회 됨이 이 세상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이는 성령의 능력을 받고, 증인의 삶을 살 때에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생각대로, 우리의 때에, 우리의 모양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좀 더 겸손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때와 하나님의 방법과 하나님의 모양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하나님나라의 역사를 보다 신뢰해야 합니다. 이런 믿음으로, 하나님나라를 향한 열정으로, 그러나 더 겸손한 자세로, 지금 여기에서 증인 된 삶을 이루어 가는 내가 되고, 우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임성빈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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