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이 수년간 이탈리아 감청 전문 스파이웨어 업체의 고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확한 정보 공개를 거부한 채, 민간 사찰은 하지 않았으니 무조건 믿어 달라고만 하고 있다. 여당도 이를 거든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이) 로그파일을 공개하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긴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잠시 기자들에게 회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국정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믿어 달라고 하고, 실시간 도청도 안 된다며 믿어 달라고 합니다. 지금 저 안은 거의 교회예요, 교회."

김광진 의원의 발언이 언론을 타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굳이 저렇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에서 '교회'라는 말이 비유적으로 쓰인 것도 있고, 맹목적인 믿음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은 교회가 더러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부끄럽다"고 반응한 목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국정원과 여당이 정확한 사실을 제시하지 않고 사태를 덮어 버리려는 정황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연합(한교연·양병희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 등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이 발언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교회언론회는 7월 28일, 한교연은 29일 각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목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교회를 우습게 보는 정치인, 사과하고 정치를 떠나라. 김광진 의원의 망언, 한국교회 천만 성도 공분 일으켜'(한국교회언론회). '기독교를 폄훼한 김광진 의원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한교연).

두 단체의 성명서 내용은 비슷하다. 한교연과 한국교회언론회는, 시정잡배나 할 말을 대한민국 제1야당 국회의원이 했다니 참으로 한심하다고 했다. 이는 한국교회 1,000만 성도뿐 아니라 전 세계 기독교인들을 폄훼하고 모독하는 것이며, 기독교에 대한 '종교 편향'과 '종교 혐오'를 일으키는 악의적 발언이라고 했다. 두 단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교회를 대적하지 않으려면" 책임을 지라고 했다.

한편,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광진 의원을 비판했다. 전 목사는 "교회에 대해 그렇게 모르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지도자이자 국회의원으로 기본 자격이 없는 상식 이하의 사람이다. 그 사람은 국회의원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생각한다. 알아봐야겠지만, 그 사람은 교회를 고의적으로 비난하려는 목적을 가진, 이념적으로 공산주의 쪽에 물들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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