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Eastern Mennonite University·EMU)은 두 명의 교수를 해고했다. 해고된 교수들은 자신들이 성 소수자이고 동성 연인과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것이라며 학교의 결정에 반발했다. 학생과 동료 교수들도 학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해직된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형 무지개 깃발을 들고 시위까지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교단의 공식 입장을 따르겠다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11년 후 지난 7월 20일, EMU와 고쉔대학교(Goshen College)는 동성 결혼을 한 사람도 직원 또는 교수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두 곳은 모두 메노나이트 교단 학교로, 성 소수자 중에서는 독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만 교수로 임용해 왔다. 혹여 동성 애인과 동거 중이어도 문제 삼지 않았다. 법적으로 독신인 것만 확인되면 교수가 될 수 있었다. 

▲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Eastern Mennonite University)과 고쉔대학(Goshen College)은 결혼한 동성애자도 교수로 임용할 수 있게 교내 정책을 변경했다. 그동안 법적으로 독신이라고 인정된 성 소수자만 교수 또는 직원으로 채용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동성 결혼을 올린 사람들도 교수가 될 수 있다. (각 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두 학교의 발표는 이들이 소속한 메노나이트 교단의 공식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었다. 7월 초, 메노나이트 교단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동성끼리 결혼하려는 사람들을 축복할 수 없다. 동성애는 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회·회중·목사가 다른 방법으로 동성끼리의 결합을 인정할 수는 있다"고 덧붙이며 논의를 여지를 남겼다.

EMU는 지난 2년 동안 동성 결혼과 관련해 학내 공청회를 수차례 열었다. 로렌 스워츠젠드러버(Lauren Swartszendruber) EMU 총장은 공청회를 거듭할수록 학생과 교수가 강력하게 관련 정책의 변경을 요구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밝혔다. 학교 구성원들은 교수 임용 시,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같은 조건으로 심사받기를 원했다.

스워츠젠드러버 총장은 2년간 지속된 공청회가 끝난 후에도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2014년에는 최종 결정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해 학내 동성 결혼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그러나 올해 6월 연방대법원이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는 "우리에게 좋은 시점이다. 내가 취임한 12년 전부터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변화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EMU를 향한 것임은 당연한 일"이라며 7월 20일, 정책 변경을 발표한 것이다.

고쉔대학교와 EMU 두 곳의 총장들은 이번 결정이 꼭 연방대법원의 결정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두 학교는, 미국 기독교대학협의회(CCCU)에 소속된 학교로서는 처음으로 결혼한 동성애자를 교수로 받아들기로 했다. 이전에도 호프대학(Hope College), 벨몬트대학(Belmont University) 등 기독교 재단 대학교가 동성 결혼을 인정한 경우는 있었지만, CCCU 소속은 아니었다.

CCCU는 EMU와 고쉔대학의 결정에 특별한 의견을 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돌아오는 전체 이사회에서 동성 결혼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두 대학은 앞으로도 계속 단체의 회원으로 남길 원한다고 했다. 그들은 CCCU가 회원들에게 '예수가 중심'이 되고, '기독교인 교수 고용'을 주장하는데, 앞으로도 이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 CCCU 소속이라고 해도 EMU나 고쉔대학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다. 오하이오 주의 씨더빌대학교(Cedarville University)는 2015~2016년도에 배포할 '순결 서약 핸드북'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 핸드북에는 "우리는 하나님이 사람을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 결혼하도록 창조하셨다고 믿는다"고 쓰여 있다. 씨더빌은 학생들의 동성애는 물론 결혼 이외의 성관계도 금지하며 혼전 순결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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