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0월 이 씨와 두 아들은, 자신들이 교회 목사인 남편과 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지난 6월 온라인은 어머니와 두 아들의 이야기로 들끓었다. 어머니 이 아무개 씨가 쓴 '나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장문의 글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우리가 저의 친아빠에게 성폭행당한 것이 맞습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도 퍼졌다. 어머니와 두 아들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자신들이 강간당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편 허 아무개 씨와 시아버지에게 수 없이 성폭행을 당했으며, 마약을 투여당하고 10여 명의 사람들과 혼음을 했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이 더욱 분노한 이유는 이 씨의 남편과 시아버지가 모두 '목사'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씨와 두 아들은, 교회에서 교인들에게도 상습적으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사기관과 언론사에 계속해서 제보했으나, 대형 교회 목사인 남편과 시아버지가 돈으로 사람들을 매수해 이런 방법으로 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많은 누리꾼들은 이 씨의 글과 영상을 공유하고 여기에 댓글을 달았다.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사에 제보해, 반드시 이런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을 찾아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을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제작진은 3주간 이 씨와 동행했으며, 남편 허 씨는 물론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과 범죄·심리 전문가들도 만났다. 취재 결과는 지난 7월 25일,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 – 누가 그들을 폭로자로 만드나?'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이 아무개 씨와 아들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인터넷상에 올라온 이야기와 같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강간했던 사람들을 계속 고소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남편 허 씨를 포함해 30명 이상을 고소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고소할 것이라 했다. 이들의 일과는 계속해서 고소장을 쓰고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지점은, 피고소인들과의 대질신문에 이 씨와 함께 13살 된 둘째 아들도 동석했다는 점이었다. 미성년자를 강간한 사람과 대면시켜도 되느냐는 제작진에 질문에, 경찰은 이 씨는 물론 둘째 아들 스스로 강력하게 원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둘째 아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도 거리낌 없이 큰소리로 자신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늘어놨다.

▲ 세 모자가 가해자로 지목한 목사 허 씨는, 자신이 상습적으로 폭행한 점은 인정했지만 성폭행이나 혼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그러나 취재가 계속될수록, 세 모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는 증거보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자꾸 드러났다. 제작진은 어렵사리 남편 허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대형 교회 목사로 돈을 이용해 언론과 경찰을 막았다던 허 씨는, 현재 단칸방에 살며 피자 배달로 생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허 씨는 2007년 교회에서 나온 이후, 아내 이 씨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상습적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때린 점은 인정하고 후회했지만, 절대 성폭행이나 혼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내가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은 아직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범행지로 꼽힌 교회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교회 관계자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허 씨 부부가 2007년 교회에서 제명됐다고 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서 퇴출당했다고 했다.

▲ 경찰은 이 씨의 진술에 따라 증거를 찾기 위해 허 씨의 집을 압수 수색했지만 관련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경찰도 세 모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이미 이 씨의 진술에 따라 세 모자의 성행위를 촬영한 테이프를 확보하기 위해 허 씨의 집을 압수 수색한 바 있다. 그러나 성관계 테이프는 찾지 못했다. 모두 허 씨와 가족들이 미국에서 지낼 때 찍었던, 소소한 일상이 담긴 테이프였다. 허 씨의 혈액까지 검사했는데도 마약이나 최음제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경찰은 이 씨에게 더 자세한 진술을 요구했지만, 이 씨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을 포착했다. 인터뷰 도중 5분만 쉬었다 계속하자며 제작진이 자리를 뜨자, 세 모자는 카메라가 꺼져 있는지 확인하고서는 인터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두 아들은 자신들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 있었는지, 어떻게 해야 의심받지 않을지 얘기하며 티격태격했다. 그러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는 걸 인지한 세 모자는 크게 당황해했다.

▲ 13살 된 둘째 아들은 끔찍한 기억을 털어놓으면서도 진술서 마지막에 '스마일' 표시를 그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이외에도 세 모자의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은 계속됐다. 13살 된 둘째 아들이 끔찍한 기억을 털어놓는 와중에 이 씨는 뒤에서 몇 번이나 웃음을 보였다. 둘째 아들은 본인이 당했던 피해에 대해 진술하는 도중 진술서에 '스마일' 낙서를 했다. 이 씨는 한 마을에 들어서면서, 이 마을 전체가 섹스촌이라며 마을 사람들 모두와 혼음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아무에게나 달려들어 나와 아이들을 성폭행했다며, 왜 시치미 떼느냐고 몰아붙였다.

제작진은 세 모자와 인터뷰한 영상을 범죄·심리 전문가들에게 보여 주고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세 모자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는, "집단 성매매는 정말 없었다고 생각되는 게, 아이들이 진술하는 그 어떤 내용에도 집단 성매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적도 없을뿐더러 (중략) 둘째 아이가 본인이 입었던 범죄 피해에 대해 진술하면서 진술서의 마지막 부분에 스마일 표시를 그렸단 말이죠. 진술서에 나온 내용 따로, 이 아이가 지금 느끼는 감정 따로. 이 말은 그만큼 이 진술서를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거죠"라고 했다.

범죄프로파일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지속적으로 다수의 사람에 의해서, 약을 복용하고, 집단 간 혼음이나 가족 간 이뤄지는 혼음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없다. 단연코 없다"고 말했다.

▲ 세 모자가 '이모 할머니'라 부르는 무속인 김 씨의 존재가 드러났다. 허 씨는 이 사건의 배후에 김 씨가 있다고 주장했다. 목적은 돈이라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세 모자가 당한 피해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그들이 '이모 할머니'라 부르는 무속인 김 아무개 씨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더욱 커져 갔다. 과거 이 씨는 갑자기 원인 모를 병을 앓았다. 병원도 병명을 모르고 고칠 수 없었다. 이에 이 씨의 친언니는 자신의 먼 친척인 무속인 김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씨가 하라는 대로 의식을 치르자 거짓말같이 이 씨는 회복됐다. 이후 이 씨와 남편 허 씨는 목사 부부임에도 무속인 김 씨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다. 순금으로 만든 두꺼비 4개를 만들어 바치기도 했다.

김 씨의 존재는 사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게 했다. 이 씨와 아들들은 '이모 할머니'를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김 씨와 만나고 싶다는 제작진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과거 경찰 수사 때도, 경찰이 수사의 진전을 위해 김 씨를 조사해야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이 씨가 강경하게 막았다. 남편 허 씨는, 세 모자의 배후에 김 씨가 있으며, 그가 돈을 노리고 이런 짓을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모자 성폭행 사건에 대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총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1부 마지막에서, 제작진은 무속인 김 아무개 씨와 직접 만나 이야기한 내용을 예고했다. 2부는 8월 1일 밤 11시 15분 SBS에서 방영한다.

▲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은 이번 주 토요일에도 방영된다. 제작진은 무속인 김 씨와 직접 만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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