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쟁문화아카데미 3대 종교 포럼의 여섯 번째 모임이 7월 25일 종로 사간동에 위치한 화쟁문화아카데미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화쟁문화아카데미가 기획한 3대 종교 포럼의 여섯 번째 모임이 7월 25일 종로 사간동에 위치한 화쟁문화아카데미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은 개신교 김진호 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이 '성형 사회의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가톨릭 김근수 소장(해방신학연구소)과 불교 조성택 대표(화쟁문화아카데미)가 논평했다.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6회 차에 접어드는 만큼 매 포럼마다 함께했던 참석자들의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참석자들은 발제문을 읽어 내려가며,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는 김진호 실장의 말에 집중했다.

김진호 실장은 한국 사회가 성형 사회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가 말하는 '성형'은 사회적 욕망이다. 사회에서 어떤 가치나 유행이 대두되면 대중은 그것을 욕망하고 얻기 위해 매달린다. 김 실장은 이를 "'더 나은 몸'을 갖기 위한 어떤 행위들에 매달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베이글녀', '꽃미남', '짐승돌'에 열광하며 그들을 닮고자 하는 현상이 그 증거라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성형 현상은 외모뿐 아니라 '종북 담론'이라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한반도에서 북한은 훼손된 몸이고 남한은 건강한 몸이다. 훼손된 몸을 추종하는 사람은 건강한 몸을 오염시키는 원인이며, 훼손된 부분을 배제해 국민 통합을 이루자는 게 종북 담론의 핵심이다. 이상을 위해 사회를 뜯어고치는 성형이다. 김진호 실장은 이러한 현상을 '성형 사회적 병증'이라고 명명했다.

▲ 김진호 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이 '성형 사회의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대형 교회의 독점적 권위주의를 비판하면서, 교회 내 구성원들이 상호 평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김진호 실장은 성형 사회적 병증을 심화하는 주요 존재 중 하나가 한국교회, 특히 대형 교회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담임목사가 교회의 절대 1인으로 군림한다. 카리스마적인 독점적 리더십을 장기간 장악하고 교회의 가용 자원을 집중 투여해 양적 팽창에 성공한 교회들이다. 중소형 교회의 목사들 가운데는 카리스마적인 독점적 리더십을 가진 이가 극소수인 반면, 대형 교회는 거의 전부가 그러한 성격의 지도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했다.

그 가시적 증거로 김진호 실장은 대형 교회의 건축 양식을 제시했다. 대형 교회는 1인이 모두를 감시할 수 있는 반원 형태의 감옥, '판옵티콘'의 구조다. 강단에 선 목사는 교인 모두를 볼 수 있다. 교인들 역시 목사만 바라보게 되어 있다. 김 실장은 이런 구조를 통해 담임목사의 권위가 독점적으로 강조된다고 했다.

종북 담론이 자신들의 이상과 다른 생각들을 배제하고 끊어내는 것처럼, 대형 교회는 담임목사의 말과 생각을 추종하면서 비판을 배제한다. 이런 교회에서 신앙생활한 교인들은 독점적 권위주의에 익숙해진다. 하나의 가치만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성형을 자신도 모르는 새 추구한다. 이런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진호 실장은 고린도서에 나타나는 바울의 권면을 제시했다.

"바울의 공동체인 고린도 교회 내에서 벌어진 갈등은 크게 세 가지 양상을 지녔다. 공동체 지도 세력 간의 갈등, 부자와 가난한 자로 표상되는 계급적 갈등, 남자와 여자 간의 갈등이다. 첫 번째 범주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가난한 자, 특히 (방출) 노예나 여성에 대해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차별 없는 주체라고 가르쳤다. 그 결과 노예와 여성을 비롯한 구성원들 모두는 각자 발언권을 갖고자 했으며, 이윽고 교회 내 갈등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바울은 이 갈등을 위계적으로 해소하기보다, 그들 각각은 서로 평등한 연결망으로 엮인 존재들임을 강조하면서 (중략)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로 결속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김진호 실장의 발제가 끝난 후 각 패널들의 논평이 이어졌다. 가톨릭 김근수 소장은 개신교의 대형 교회 구조에서는 독점적 권위가 연상되지만 가톨릭 성당에서는 교회와 사제들의 신비주의가 연상된다고 했다. 대부분 성당은 사제의 미사 집전이 이루어지는 제단을 기점으로 평신도들의 자리가 차곡차곡 배치되는 길쭉한 구조다. 이 구조에 따라 사제와 평신도의 거리가 멀어진다고 했다.

불교 측 조성택 대표는 과거와 현재의 사찰 건축 양식을 비교하면서 불교에 대한 평을 내렸다. 조 대표는, 오래된 사찰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찰을 구성하는 작은 건물이 서로 균형을 맞춘다고 했다. 반면 최근 지어진 사찰들에서는 불교의 위용을 자랑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지금이 성형 사회라는 김 실장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형태를 바꾸는 성형이 아니라 형태를 회복하는 '정형'(整形)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평이 끝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스님은, 발제에서 대형 교회의 부정적인 예만 들었는데 시대를 선도하는 작은 교회의 예는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진호 실장은 부천에 있는 새롬교회를 소개했다. 새롬교회는 29년 동안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 교회다. 지역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 주기 위해 어린이집, 가정지원센터, 공부방, 도서관 등을 설치했다. 김 실장은 새롬교회의 예배당이 그럴듯한 외관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는 걸 볼 때면 어떤 화려한 예배당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관련 기사: 꿈꾸고 춤추는 약대동 사람들)

▲ 이른 아침,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40여 명이 포럼에 참석해 김진호 실장의 발제에 귀를 기울였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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