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0일(월)부터 23일(목)까지 '제1회 목회자 가족 수련회'가 강원도 속초 추양하우스에서 열렸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목회멘토링사역원이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강원도 속초 추양하우스에서 '제1회 목회자 가족 수련회'를 열었습니다. 수련회 기간 동안 25가정, 100여 명이 목회 현장을 떠나 모처럼 휴식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수련회는 몸만 쉬는 시간이 아니라, 목회에 지친 마음도 재충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련회 주 강사로 나선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대표 김세준 교수(한동대 겸임)는 "목회 현장에서 자기 마음을 숨겨야 하는 것이 목회자 가족의 운명"이라며 "이번 수련회를 통해 자기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마음의 이야기를 다 하고 가자"고 했습니다.

김세준 교수는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액션 메소드' 전문가입니다. '액선 메소드'란 놀이와 연기를 통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실제로 김 교수의 강의는 말보다 행동이 많았습니다. 강의가 시작되자 목회자 부부들은 김 교수의 말에 따라 서로의 손을 엇갈리게 마주 잡았습니다. 이제 옆 사람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엇갈린 손을 풀어야 합니다. 간단해 보이는 행동 과제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 참가자들이 김세준 교수의 말에 따라 행동 과제를 풀고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행동 과제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한참 몸을 풀고 나서 김세준 교수는 "모든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에 머물고 싶어 하지, 자기 이야기를 숨겨야 하는 곳에는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목사도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느냐. 이제까지 살면서 부부 싸움을 몇 번 했는지 옆 사람에게 숨기지 말고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솔직했습니다. 한 목회자 부부가 "도대체 몇 번을 싸웠는지 셀 수가 없다"고 하자 모두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마음이 열리자 둘째 날부터는 드라마를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교수는 참여자들을 나누어 그룹을 만들고 드라마의 주제를 정해 주었습니다. 드라마의 주제는 '나의 가족 이야기'. 참가자들은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드라마로 꾸며 연기해야 했습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이 아버지·어머니가 되어서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게 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고아가 돼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였습니다. 고아원에서 어머니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는 러브 스토리는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였습니다. 마지막 순간 아버지가 돼 연기하던 한 참가자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아들아, 나는 힘든 시절을 겪으며 너를 키웠다. 그런데 너도 나처럼 목회를 하면서 힘든 삶을 살고 있구나. 나는 네가 힘들지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들아,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해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드라마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아버지·어머니가 되어서 지금의 나에게 이야기할 때 자신 속에 감춰져 있던 느낌과 감정들이 표현된다"고 했습니다.

둘째 날 강의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게끔 하니까 울림이 있었다", "드라마를 통해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 참가자들은 아버지·어머니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꾸몄습니다. 유쾌한 이야기와 감동적인 이야기로 추양하우스가 가득 찼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목회자 부부가 김세준 교수와 함께하는 동안, 목회자 자녀들은 다른 공간에서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간사들과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액션 메소드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정하영 간사는 "획일화한 교육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놀이와 연극이라는 도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목회자 자녀들은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간사들과 함께 액션 메소드 프로그램을 이어 갔습니다.

수련회 마지막 날이 되자 김세준 교수는 목회자 부부와 자녀들을 한곳에 불러 모았습니다. 김 교수는 부모 그룹과 자녀 그룹을 나누어 앉혔습니다. 부모 그룹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자녀의 모습'을, 자녀 그룹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모님의 모습'을 드라마로 꾸며 보게 했습니다.

가장 먼저 아빠들이 나섰습니다. 아빠들은 자녀들이 밤새 카카오톡을 하는 모습, 짙은 화장을 하는 모습, 습관적으로 "짜증 나"를 연발하는 모습 등을 콩트 형식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작심한 듯 춤도 추고 제대로 망가졌습니다. 목회자로만 봐 왔던 아빠의 익살스러운 연기에 자녀들은 박장대소했습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공부는 했어?" 자녀들이 연기한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목회자 자녀들은 평소 자신이 보고 느낀 부모님의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욕이 튀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녀들이 연기를 선보이자 부모들은 민망해하면서도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녀들의 웃음소리로 추양하우스가 떠나갈 듯했습니다.

수련회의 마지막 밤인데도 설교나 기도회가 없었습니다. 대신 드라마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목회자 부모들은, 이번만큼은 자녀들에게 설교하는 대신 그들이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야기를 들어 주었습니다. 신앙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봤습니다. 박상욱·정은경 부부(기쁨교회)는 "우리 아들이 드라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들이 우리 집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그걸 통해서 아이가 느끼고 있는 우리 집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 부분을 가지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볼 생각이다. 숨김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준 아들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다른 목회자 가정은 이번 수련회를 어떻게 느꼈을까요? 참가자들의 소감을 들어 봤습니다.

윤성혁 목사(안산제일교회): 목회 현장에서 분주하게 지내다가 이곳에 왔다. 3박 4일 동안 나를 짓누르던 짐을 벗고 보니, 바쁘게 지내다가 놓치고 있던 것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수련회를 통해 우리 가족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정영석 목사(구례외곡교회): 지금까지 성도들을 보면 어떻게 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드라마 치료에 참여하다 보니 내가 성도들을 너무 강압적으로, 또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걸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김창영 목사(반석교회): 1년 전 내 심장은 멈췄다. 목회하면서 당한 극심한 어려움 때문에 마음이 죽고, 목회가 재미없고, 삶의 의미를 잃어 버렸다. 그랬던 내가 이곳에 와서 다른 목사님들과 꾸밈없는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아주 행복했다. 나에게 의미가 컸던 수련회였다.

김소정 씨(반석교회): 3박 4일 동안 영적인 것이 꼭 예배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드라마 속에서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별히 아이들의 드라마를 보면서 저 아이들이 모두 다 나의 아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이 주신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희는 너무 소중하고,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들이다."

장효숙 씨(행복한우리교회): 남편이 사역을 하면서 받은 상처가 많았다. 나는 이제까지 그 상처가 남편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니 그 상처가 내 상처로 남아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김세준 교수님이 속에 있는 응어리를 다 토해 놓고 가자고 하셨는데, 정말 다 토해 놓고 돌아간다.

강지훈 군(서대구감리교회): 또 수련회에 가서 밤마다 기도하고 하루 종일 설교를 들어야 하는 줄 알고 한숨부터 나왔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또래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나는 지금까지 목회자 자녀들과 함께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목회자 자녀들은 나와 다르게 다 겸손하고 순종적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다 나와 같은 보통 아이들이었다. 그걸 보고 나니까 내 마음이 편하다.

수련회를 마치면서 김종희 대표는 창세기 1장 31절을 통해 '하나님이 지으신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아이들을 상품·제품이 아니라 작품으로 지으셨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 아이들을 작품으로 대해야 한다. 상품은 잘 팔리기 위해서 서로 경쟁한다. 그런데 작품은 경쟁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존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아이들을 작품이 아니라 상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작품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우리가 품고 있는 아이들을 작품으로 키우다가 1년 뒤에 다시 만나자."

▲ 수련회를 마치면서 김종희 대표는 창세기 1장 31절을 통해 '하나님이 지으신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이렇게 '제1회 목회자 가족 수련회'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목회멘토링사역원은 '꿈마실'(PK 비전 투어)를 통해 목회자 가정을 위한 사역을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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