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세워 나가는 목회'를 실천 중인 중견 목회자 4명과 함께 좌담을 열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목회멘토링사역원이 현장 목회자 좌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좌담에서는 단독 목회를 하고 있는 30대 목회자 5명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성공 사례를 듣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젊은 사역자들이 느끼는 현장의 고충과 애환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관련 기사: '개척 필패' 시대 목회 입문한 30대 젊은 목사들)

이제 막 단독 목회를 시작한 목회자들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현장의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교회론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몇 걸음 앞서 있는 선배나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목회멘토링사역원은 개척이나 단독 목회를 7년 이상 한 선배 목회자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번 좌담은 40대 중·후반의 목회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알려진 분들이 아니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입니다. 대신 기존의 목회 방향에 대해 고민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들을 찾았습니다.

지역의 작은 교회들이 공간을 함께 쓰고, 마을 섬김 사역도 함께하는 사례를 찾았습니다. 인천소망교회와 인천작은교회는 지난 5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에 예배를 드리고, 어린이도서관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용인 구로문교회와 예심교회 역시 공간을 공유하고, 연합 집회와 마을 섬김 사역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3일 인천작은교회와 인천소망교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큰나무도서관에서 목회자 4명과 좌담을 열었습니다. 함께 세워 나가는 목회의 실제적인 과정과 목회자로서 겪는 내밀한 고뇌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아래에 좌담 내용을 요약해 정리합니다.

▲ 김희준 목사는 "연합이 힘들긴 하지만, 연합을 향해 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 두 교회가 공간을 함께 쓰기도 하고, 사역도 함께하시는데요. 서로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정필 목사(인천소망교회): 처음 교회에 부임해 왔을 때 상가 건물 127평에 본당 좌석이 120개 있었어요. 그런데 교인은 15명이었고 대부분 이 지역 분들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주중에는 목회자 한 사람만 이 공간에 덩그러니 있는 거죠. 매달 내는 임대료는 두말할 것도 없고, 쓸모없이 노는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율성 측면에서 두 교회가 이 공간을 같이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죠.

박태진 목사(인천작은교회): 연합 사역은 '필요성'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인천 남구는 연립주택이 많은 곳이고 대부분 맞벌이 부부인데도, 지역에 필요한 어린이 도서관이나 지역 아동센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돌봄 사역이 지역에 꼭 필요했지만 저희 교회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이고…. 그러다가 한동네에 있는 소망교회와 함께 이 일을 하게 된 것이지요. 교회의 주인 되신 예수님께서도 당연히 원하시고 기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희준 목사(용인 예심교회): 각종 절기 예배, 체육대회, 야유회, 장례 예배, 결혼 예배…. 작은 교회가 혼자 감당하려면 섬길 사람도 부족하고 참석 인원도 적고 해서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이유로 지역에 있는 교회가 연합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창한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만들어지는 단계인 거죠. 그러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면 어떨까 하는 데까지 연합이 진전됐는데, 저희는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아요. 두 교회가 한 공간을 예배 공간으로 나눠 쓰고, 나머지 한 공간은 어린이 사역을 위한 장소로 사용하고 있어요.

▲ 하상복 목사는 "목사 한 사람에 의해 교회가 운영되고 성장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상대방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 팀 사역이나 교회 연합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목회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사실입니다. 연합의 유익도 있었겠지만 또 한편으로 목회자로서 겪는 내적인 갈등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상복 목사(구로문교회): 목회자 한 사람에 의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여전히 강고하잖아요. 목회자들이 자기 목회만 알았지, 공동체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어요. 내가 목회하는 교회를 성장시켜서 성공의 모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지요. 내 교회가 아닌 우리의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사고의 훈련이 되어 있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교회 연합의 샘플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요. 함께 세워 나가는 모델이 턱없이 부족하죠. 여전히 나 중심의 목회 패러다임이 강력하게 살아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목사 한 사람에 의해 교회가 성장해 온 모습만 보고 자라 왔어요. 그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그걸 내려놓는 순간, 상대방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박태진 목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연합을 했더라도 목회자의 성향이나 개성이 달라서 불편함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런데 '불편'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하면 연합 사역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눈높이를 맞추면, 일은 해결되고 내 자신은 낮아지고 결국엔 자기 부인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목회자의 머릿속에 '연합은 잘 안 돼'라는 의식이 있는 게 문제예요. 안 된다고 포기하기보다는, 그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일이라면, 지역 교회가 함께 연합하여 지역을 섬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지역 교회는 서로가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아군인데, 서로 짝을 하지 않으려니 이게 문제인 거죠.

▲ 박태진 목사는 "차이로 인한 '불편'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연합 사역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 먼 데 있는 목회자들과는 친하게 지내는데, 정작 가까이에 있는 지역 목회자들끼리는 소원한 이유가 뭘까요? 필요나 기회는 더 커 보이는데 말이죠.

김희준 목사: 제가 목회하는 곳에서 반경 1km 안에 교회만 20군데가 넘습니다. 교회들만 혼선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지역 주민들 눈에도 그 모습이 고울 리 없습니다. 지역 목회자들이 모여도 단편적인 얘기만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교회 크기나 교인 숫자 등으로 친분이 쌓여 가니 지역을 위해 무언가를 함께한다고 하는 생각 자체는 공유하기가 어렵죠. 서글픈 현실이죠.

이정필 목사: 박태진 목사님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자기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연합을 통해 내 교회 성장을 꾀하겠다는 계산이 없어요. 어떤 줄기든 열매를 맺는다면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인 거죠. 지지대도 열매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그 생각이 참 놀라워요.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겠어요.

박태진 목사: 열매가 중요하지 어느 줄기에서 열매가 맺혔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다 지지대인 셈이죠. 어떤 연합 사역을 통해 열매가 맺혔다면 그 자체로 주님이 영광을 받으시고 두 교회가 다 기뻐해야 할 일인 거죠.

- 개교회주의, 개교회성장주의에 물음표를 달고 계시는군요. 목회자들의 이 같은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이정필 목사는 "'어떤 줄기에서 열매가 맺혔는가'보다 '어떤 열매가 맺혔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하상복 목사: 개교회성장주의에 세례를 받은 채 신학교를 졸업하는 목회자들이 아직도 너무 많아요. 문제는 한 번 자리가 잡힌 패러다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교단·노회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리모델링이 필요한데, 그것을 돕는 관계가 부족한 형편이에요.

이정필 목사: 최근 가까운 지인 목회자 세 분이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건물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갔어요. 개척은 곧 건물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지배적이에요. 공간을 임대해 놓으면 그때부터 자기 목회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사람 중심, 마을 중심, 관계 중심으로 목회를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사는지, 그분들의 필요는 무엇인지, 교회가 그분들 사이에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일지 생각한다면 자연스레 접근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희준 목사: 개척하려는 분들은 무조건 큰 교회만을 모델로 삼으려 하지 마시고, 작지만 성숙한 교회 몇 곳을 찾아서 1년이면 1년, 2년이면 2년 정도 진득하게 경험해 보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중에서 자신의 목회 방향과 유사한 목사님 한 분을 멘토로 삼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그 목사님의 목회 철학과 방향, 영적 고뇌와 신앙 내공 등을 깊게 보고 배우면서 자신의 목회 밑그림을 먼저 그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봐요. 못 찾고 안 찾아서 그렇지, 작은 교회 목회자들 중에도 내공이 상당한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연합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스스로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목회와 연합 사역을 하려고 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 귀담아 들을 이야기가 많네요. 고민 속에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끝으로, 함께 세워 나가는 목회에 있어서 특별히 제안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박태진 목사: 연합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작은 교회 간의 연합도 있을 수 있지만,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품어 주는 연합도 있을 수 있어요. 많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건물 임대료 때문에 어려워하고 있는데, 큰 교회에서 독립할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일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내어 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김희준 목사: 같은 지역 이웃 목회자들이 모이는 사례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목회 본질을 중심으로 모이는 모임 말이에요. 연합이 힘들긴 하지만 연합을 향해 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양한 형태의 함께 세워 나가는 교회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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