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는 (사)기독경영연구원(기경원)의 칼럼으로 2013년 6월 20일에 쓰인 것입니다. 기경원은 성경의 원리를 따라 경영함으로 기업 현장에 하나님나라가 임할 것을 희망하며 설립한 단체입니다.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에 <뉴스앤조이>에 칼럼을 올리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경영이나 리더십에 관련한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건이 있다. 2009년 7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비행기가 작은 사고로 비상 착륙하게 되었다. 탑승객들이 사고 발생 사실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주변에 알리면서 회사는 순식간에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항공사의 CEO는 트위터를 통해 사태 처리를 지시하였고, 이후 모든 처리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낱낱이 외부에 공개했다. 고객들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는 사고 처리 과정을 목격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사우스웨스트를 신뢰하게 되었다. 이와 정반대로 최근 아무개 항공사는 비슷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문제를 무마하려고 노력하다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만과 원성을 사게 되었다. 이 두 회사의 차이는 분명하다. 신속하게 사고에 대처하는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과 고객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알리는 정직함, 즉 진정성(authenticity)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전통적인 제품과 돈을 교환하는 관계에서 점점 정신적 가치를 상호 교환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기업과 소비자는 서로의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주고받는다. 최근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저서 <마켓 3.0>에서 이러한 진정성을 영혼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소비자의 영혼에 호소할 수 있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혼에 호소한다는 말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소비자가 그 진정성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많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자기 기업의 진정성을 인정해 달라고 계속 외치고 있지만, 소비자는 정말 어느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진정성의 교환이야말로 기업과 소비자 관계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진정성 없는 기업은 점점 더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미국의 멕시코 음식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업체인 치포틀(chipotle)은 2008년 대선 이후 주가가 400%이상 상승할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치포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성공 요인 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것이 '농업 살리기 캠페인'이다. 치포틀은 'Back to the start & Cultivate Campaign'을 통해서, 쾌적한 사육 환경과 재활용 등을 고려한 농·축업, 즉 '지속 가능한 농업'과 '착한 목축업'을 해야 지속적인 먹거리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취지의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이를 위해 재단을 만들고 이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을 모으고 함께 캠페인을 추진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좋은 먹거리의 원료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자연환경을 옛날로 되돌릴 수 있다는 컨셉에 많은 소비자들은 매출로 화답하였다. 진정성 코드가 제대로 통한 것이다.

지금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고 멋있고 화려하게 마케팅을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소비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시대다. 소위 공감과 라포르(Rapport)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형성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작고 이름 없는 기업일지라도 진정성이 느껴지게 하는 기업은 순식간에 소비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일시에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가 하면, 유명하고 거대한 기업일지라도 진정성이 없다고 소비자가 판단하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의 질타와 미움 속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 최근의 경영 트렌드이다. 

소셜 미디어, 모바일 미디어 등으로 대변되는 소비자 주권적인 광고 미디어의 급성장과 함께 이제 기업은 일방향적, 이기적 마케팅 방식을 버리고 쌍방향적, 공동체 지향적 마케팅을 추구해야 한다. 소비자를 속이는 가식적인 마케팅 방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면서 심지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마케팅을 추구해야만 진정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미디어와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로 치장한 화려한 광고를 하는 기업이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치포틀처럼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고 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는 진정성 있는 기업만이 미래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과연 우리의 기업, 우리의 조직은 소비자와 국민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소비자와 국민들은 그 진정성을 얼마나 알아 주고 있는가? 이 2가지 질문에 대해 솔직히 답변해 보았으면 한다. 

정연승 /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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