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세계관 및 구약학을 가르치는 전성민 교수가 7월 20일 '창세기와 허블 망원경: 창조과학의 성경 해석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창조과학'의 성서 해석을 평가하는 '창세기와 허블 망원경: 창조과학의 성경 해석을 말한다' 강의가 7월 20일 하·나·의교회에서 열렸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세계관 및 구약학을 가르치는 전성민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이날 전 교수는 창조과학자들의 성서 읽기는 해석의 필요성을 무시하며 문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성서는 기록되었을 당시 세계관을 고려하면서 각 텍스트의 문학적 장르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과학회의 성서 해석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3월 <뉴스앤조이>는 '젊은지구론'을 쟁점으로 한 창조과학 논쟁을 기획으로 다루었다. 당시 논쟁에서는 성서에 기록된 역사를 근거로 지구의 나이가 6,000~1만 년이 되었다는 주장과, 달에 떨어진 소행성 운석의 지질 연대를 근거로 지구는 최소 46억 년이라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성서는 무오하며 과학이 성서를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서 성서를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의 갈등이다. (관련 기획: 창조과학 논쟁)

80여 명이 강의를 듣기 위해 하·나·의교회 예배당을 찾았다. 전성민 교수는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우주 사진들과 성서 해석에 관련한 시각 자료들을 보여 주며 강의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하면서 전 교수의 말을 경청했다.

이번 강의에서 전성민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세계, 즉 하나님이 주신 두 권의 책은 조화롭기 때문에, 최신 과학으로 검증된 사실을 고려하며 성서를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을 보여 주면서, 100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현상을 허블로 보는 건 100억 년 전 우주를 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것만으로도 창조과학회가 창세기 1~2장을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젊은 지구와 젊은 우주론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동설을 현 시대에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전 교수는 말했다.

전성민 교수는 창조과학회가 성서 해석을 문자적으로 하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서가 오늘이 아닌 과거에 쓰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기록될 당시에 존재했던 1차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 이해를 토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성서를 해석한다. 그 해석은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런 과정 없이 성서를 받아들이면 엉뚱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텍스트의 본 의미를 파악하려면 성서 각 권의 장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때 천동설의 토대가 되었던 성서 구절을 예로 들었다. "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의 길을 달리기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 하늘 이 끝에서 나와서 하늘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그의 열기에서 피할 자가 없도다."(시 19:5) 전 교수는, 이 시편 본문의 시적인 표현을 무시하고 "기록된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비유를 들자면 '개그'를 했는데 '다큐'로 알아들으면 곤란하지 않느냐면서 장르를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전 교수는 창조과학회가 성서의 장르를 구별하지 않아 생기는 '공포'에 관해 말했다. 창조과학회는 구약의 창조·타락·홍수·바벨탑과 같은 사건들이 예수의 사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역사성이 훼손되면 기독교 교리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이를 대변하는 질문이, "창세기 1장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예수님의 부활을 '사실'로 믿을 수 있나요"다. 전 교수는 창세기와 복음서의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창조과학의 부정적인 면만 비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전에서 온 한 창조과학회 회원은, 자신들은 성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며, 현재 진행되는 과학 연구 역시 하나의 의견으로 통합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여전히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너무 한쪽 입장만 편든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전 교수는 자신의 논조가 그러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오히려 창조과학회가 다른 관점들에 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았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논리에서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과학으로 검증된 사실을 신앙의 이름으로 터부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증거들을 통해 입증된 사실은 합리적으로 인정하는 게 기독교 신앙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답했다.

▲ 전성민 교수는 성서를 해석할 때 각 권의 장르를 염두에 두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 무더운 날씨에도 80여 명이 전성민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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