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도 넘게, 다른 사람이 사는 원룸에 들어가 바퀴벌레 약을 놓아 주었다. 어떤 집에 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럽고 냄새가 나서 한시도 있기 싫은 마음에 빨리 약을 놓고 뛰쳐나가고 싶었고, 어떤 집에 가면 처음 방문인데도 단정하고 깨끗하고 아늑하고 좋은 향기까지 나서 약을 던져 버리고 쉬고 싶었다. 머물고 싶었다. 살고 싶었다.

'너'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이 세상에서 가장 단정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향기 나는 마음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 또 실패였다. 내가 주인인 내 마음은 치우고 치우고 또 치워도 금방 쓰레기장처럼 더러워지고 냄새나고 나조차도 들어가기 싫은 마음이어서 이런 마음에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나 싶어 포기했었다.

그렇게 포기한 마음속에 어느 날 예수님이 벨을 누르셨다. 아니, 오래전부터 벨을 누르셨는데 나는 차마 문을 열지 못했었다. 이렇게 더러운 마음인데 어떻게 예수님이 들어오실 수 있겠는가? 이건 절대로 보여 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다. 그런데 그날따라 벨소리가 크게 들렸다. 벨소리 너머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나 따뜻해 단단한 마음이 녹아 내렸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다정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고,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다. 쓰레기장 같은 내 마음속에 보석 같은 예수님이 들어오셨다. 바퀴벌레 약만 잔뜩 놓고 나가시려나 했는데, 그 더럽고 쓰레기 같은 곳에 누우시더니 나가지 않고 아무 말씀도 없이 그곳에 사셨다.

이런 쓰레기장 같은 마음속에 예수님이 사시는 것이 견딜 수가 없어서 하나씩 둘씩 셋씩 마음을 정리하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버릴 것을 버렸다. 정리해야 할 것을 정리했다. 모든 것들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찾게 되었다.

▲ 가장 아름다워진 내 마음에, 그렇게 내가 찾아왔다. (그림 제공 이현숙)

날이 갈수록
단정해졌다
깨끗해졌다
아늑해졌다
따뜻해졌다
좋은 향기가 났다

예수님은 아무 명령도 안 하셨다. 그냥 거기 계셨을 뿐이다. 그저 내가 그분이 너무 좋아서, 그분이 혹시 떠날까 봐, 그분과 계속 같이 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했을 뿐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렇게 예수님과 함께 살았다. 행복했다. 감사했다.

그리고
어느새
누가 들어와도
머물고 싶은
쉴 수 있는
아늑하고
따뜻한
향기 나는
마음이 되었다

그리던 어느 날, 예수님이 잠깐 나갔다 오신다고 하더니 나가셨고 나는 그분이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다. 부족함이 없었다. 기다림 또한 설레고 행복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시면 얼마나 더 좋을까 기대가 되었다. 한참이 지난 후 벨이 울렸다. 기분 좋게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런데
문 앞에는
네.가.
서 있었다

너는 그렇게
가장 아름다워진 내 마음으로
가장 아름답게 들어왔다

예수님의 손을 꼭 잡고―

***

임신한 몸으로 뱃속의 사랑스런 아이와 배 밖의 철없는 아이(남편)를 돌보는 아내. 그런데 글까지 쓴다며 더 무심했던 시간. 예수님이 내게 보내 준 아내와, 선물처럼 내게 온 뱃속의 아이 '세음'이. 아내를 내게 보내 준 하나님께 감사하며 썼던 글을 다시 꺼내 보며, 지금의 내 생활이 얼마나 감사한 삶인지 돌아봅니다.

무더운 여름, 너무 가까워 잊고 있었던 내 옆의 사랑하는 이들이 바로 예수님이 내게 보내 주신 분들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이 더위를 이겨 내 보아요. 여름 성경학교 준비로 이번 회는 지난 글을 꺼내 보았습니다. 이해해 주실 거죠?

▲ 김파전의 2030 미생 이야기는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됩니다. (그림 제공 이현숙)

글쓴이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에서 '파전'(파트타임 전도사)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동년배 직장인으로 치면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84년생 서른두 살의 김파전. 비록 전도사님이라 불리지만 세상살이는 '미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김파전이, 위로받아야 할 교회에서조차 미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2030들을 이야기합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신학과 이론으로 내린 정답과 같은 '제자도'가 아니라, 2015년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 크리스천이 몸부림치며 하나님을 따르고자 하는 '삶의 제자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삶의 제자도'라는 말은 멋지지만, 사실 실제 삶은 김파전의 '파전행전'일 수밖에 없지만요. 

김파전의 이야기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이 겪고 있는 리얼한 삶입니다. 어렵고 힘든 미생의 삶이지만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행복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제목은 파트타임 전도사(파전)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행전)라는 뜻으로, '파전행전'이라 지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한 편씩 업데이트됩니다. - 편집자 주  

*김파전의 페이스북 www.facebook.com/mukhyan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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