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전쟁 예언과 일부 교인의 해외 도피 사태로 물의를 일으켰던 시한부 종말론자 홍혜선 씨가 8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서 집회를 연다고 한다. (관련 기사: '한국전쟁' 예언 홍혜선, 8월 15일 한국서 집회 예고) 이런 기독교 종말 운동은 신학적으로는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세대주의 종말론과 근본주의 신학을 배경으로 하면서, 정치·사회적으로는 사회 대위기와 반기독교 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결국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거짓 예언의 백미였던 1925년 일본 열도 멸망 예언

1926년 3월 6일 자 <동아일보>에 호주 예언자 '에프 아이 하이에트'의 예언이 실렸다. 그는 2~3년 안에 큰 전쟁이 일어나고 6년 후에는 일본 열도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 1926년 3월 6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거짓 예언 기사. (동아일보 갈무리)

"1928년이나 혹은 그 다음 해인 1929년 큰 세계적 전란이 일어날 것과 1932년(6년 후) 안에는 태평양에 큰 지진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본은 그만 두려빠지어 바다가 되는 동시에 태평양 가운데는 새로운 천지가 생기어 좋은 일 많이 한 사람만이 그곳에 살게 되리라."

참고로 1930년대에도 유명한 예언자 '케이시'도 대지진과 해일로 일본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사라질 것을 예언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짓 예언들은, 다른 사람은 망하고 우리는 별천지로 피난하여 구원받을 수 있는 낙원이 있다고 가르친다. 대정 시대(1912~1926)의 번영 속에 민주주의가 고조되던 때, 곧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대지진이 발생하여 일본 땅이 모두 태평양 물 밑으로 사라질 것을 예언했으니, 이 글을 본 한국인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중 한 사람이 평양의 길선주 목사였다. 임박한 재림을 설교하던 길 목사는 평소 주장하던 다른 28가지 방증들과 함께 이 예언 기사를 설교에 인용했다. 그리고 1926년 <말세론>을 저술했다. 그의 말세론은 하이에트나 케이시류의 황당한 예언과는 달리 성경과 전천년설·세대주의 종말론에 입각하여 주의 재림의 임박성을 강조하고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에게 소망을 전했다.

"주의 재림이 없다고 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말이요 또는 신앙의 좀이다. 주의 재림이야말로 우리 신앙의 과녁이요 소망의 영역이다."

한국의 주류 장로교회가 이미 세대주의 종말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으므로 길선주의 말세론도 동일 노선에서 하이에트의 예언을 이용했다. 그러나 군사주의가 고조되던 1930년대 길선주의 '음녀 바빌론' 일본의 패망 예언은 한국의 항일민족주의와 맥이 닿아 있었다. 

종말론 예언, 성시화 담론, 반기독교 운동의 상관관계

한국교회엔 전쟁과 종말에 대한 거짓 예언이 판을 쳐 왔다. 한국교회 초기(1905년 전후, 1913년 전후, 1926년 전후 등) 예언이 한국교회를 각성시키고 재림에 대한 소망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면, 작금의 예언은 어디 태평양 한복판에 신천지가 솟아나기를 기다리는 이기적 도피심과 반북(반종북)심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시한부 예언이다.

한편 1926년 한국 교계에서 종말론과 예언이 많아진 것은 1924~25년 반기독교운동이 고조된 것과 무관치 않다. 반교회 세력이 늘어나자 이에 대처하는 건강하지 못한 한 모습이, 예언을 통한 반교회 세력의 멸망과 성도의 신천지 구원을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금의 한국 이단과 일부 예언 운동이 그러하다.

또 다른 하나의 대처 모습은 1925년경 만들어진 '평양은 동양의 예루살렘'이요 '선천은 기독교 왕국'이다는 식의 '성시화'(聖市化) 담론이다. 영적 수도라고 자처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영웅으로 최초의 '순교자' <토마스 목사 전기>를 쓰게 된다. 반기독교 운동이 심해지고 기독교가 여론의 2선으로 밀리면 역사가가 성시화 작업의 시녀 노릇을 한다. 한국교회가 희년을 맞이한 1934년 이런 작업이 최고조에 이르러 '조선의 예루살렘' 담론이 지배했다. 한국교회가 1984년 선교 100주년 기념 때에도 그런 승리주의에 취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2선으로 밀렸고 반기독교 운동의 도전 앞에 맥을 못 추게 되었다. (출처: 옥성득의 새로 쓰는 한국 기독교 역사)

근본주의와 세대주의 종말론의 공식

해방 이후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의 6대 공식은, 1)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칭송, 지지하고 충성한다. 2) 북한 남침과 공산화의 위협을 강조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3) 남한 내 빨갱이(WCC 추종자 포함)나 종북 세력이 많이 존재한다고 강조해 이 적들과 싸우는 애국 세력인 것으로 보이게 한다. 4) 북한 해방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통일 지향적인 것으로 가장한다. 5) 세대주의 신학으로 임박한 종말과 다가올 '7년 대환란'(북한 침공, 3차 세계대전, 대형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 등)을 강조하며 자신의 교회에 충성하면 종말의 선민으로 '휴거'되어 내세가 보장된다. 6) 무조건 믿고 헌금을 많이 내면 현세에서 복을 받는다는 기복 신앙도 강조한다. 이것이 지난 60년간 극보수 개신교 목사들이 전달한 일관된 메시지였다. 우파 정권을 지지하고 자신의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만들어 낸 실패하지 않는 공식이었다.

1950~90년대의 친정권 패러다임

대표적 인물로 매킨타이어 목사와 중소 교단 지도자들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에게 충성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신들의 집회를 허락받고, 반공주의로 국내의 민주화 세력을 비판하면서, WCC 자유주의 신학을 용공신학으로 매도하고, 공산화를 저지하고 있는 두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이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근본주의 신학을 지지하는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토양을 제공했는데, 수백 개의 교단 분열이 일어나면서, 소수 교단의 총회장과 임원들이 매킨타이어와 손잡고 필라델피아페이스신학교에 가서 신학 박사 학위 받고 후원금을 지원하거나, 일부는 그에게서 후원금을 지원받아 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반공주의, 반에큐메니즘의 근본주의 신학을 전파했다.

2003~2007년의 반정권 패러다임

소위 좌파 정권인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위의 공식에서 '대통령 칭송'을 '대통령 비판'으로 바꾸었다. 교회가 급성장하여 몸집이 컸으므로 정권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보고 서울의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반정부 목소리를 내고 이익집단화하면서 자신들의 비리를 덮으려고 했다. 김홍도 목사가 대표적 인물이었다. 2005년 3월 1일 시청 앞 '북한 해방 삼일절 집회'에서 그는 "공산화되면 북한과 같이 최빈국·거지의 나라가 된다"며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보면서도 공산화 통일을 하자고 하는 이들이 있으니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우리나라도 공산화되면 홀로코스트(대량 학살)가 일어나게 된다"며 "큰소리칠 수 있을 때 큰소리쳐서 이런 일을 막아야 한다"고 참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쟁해 줄 것을 주문했다.

2014년의 아류: 홍혜선 

11월 서울역 앞 집회와 전쟁 예언에서 홍 씨는 위의 근본주의 세대주의 공식 1~3번과 5번을 썼다. 1)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2) "공산화 막고 땅굴 찾아 주세요." 3) "종북 세력 해고해 주세요." 5) 12월 14일 오전 4시 30분 전쟁 발발 예언. 예언이 빗나가자, 이미 공산군이 서울로 진입했는데 방송계 등에 종북 세력이 있어 발표하지 않는다고 황당한 주장을 했다. 공식 2번과 5번을 결합했으나, 2번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공식 4번이 미약해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견고하지 못했다. 다만 2번 공포감 조성으로 일부 추종자를 현혹할 수 있었다.

2015년 8월 15일 홍혜선의 집회 광고를 보면서

한반도 전쟁을 예언해 논란을 일으켰던 홍혜선 씨가 오는 8월 15일 한국에서 집회를 연다고 한다. 7월 7일 유튜브에 올린 자료에서 메르스와 탄저균 등을 언급하며 다시 전쟁을 거론했다. 이번에는 8월 15일 광복절을 날짜로 택해, 지난 11월의 약점이었던 4번의 통일 문제를 보완하고 분단 70주년에 통일의 중요성을 3번 반종북 메시지와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복기해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면이 있다. 한국 정치는 세월호 1주기가 지나자마자 불법 정치 자금과 해킹 관련자의 자살로 혼돈 속에 소용돌이친다. 사회는 메르스와 탄저균으로 공포에 시달린다. 문화·종교계는 동성혼 쇼크로 아노미 상태다. 한국 개신교회는 해킹·열병·인권의 3대 '바이러스' 앞에 무력하고, 재벌·북한·이단에 버금가지 않는 팽창욕(불법과 대형화), 금욕(횡령과 세습), 성욕(성추행과 간음), 명예욕(분열과 표절) 등 온갖 중병에 걸려 이미 좀비 상태이다. 자, 이런 '말세'에 시한부 종말론이야말로 온갖 바이러스를 일시에 퇴치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요 해결사가 아닌가? 한국교회는 홍혜선을 불러 한 바탕 공연할 멍석을 깔아 주고 있다. 그 마당 공연이 불러일으킬 또 한 번의 기독교 비판을 한국교회는 어떻게 역으로 이용할 것인지 고민할 시점이다. 비판과 관심은 아직도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보기에 일어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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