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은 어떤 것일까? 십계(명), 산상수훈 같은 용어를 모르는 기독교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십계명을 소개하는 단행본도 있다.

<TEN 10>(죠이선교회)을 만났다. 저자는 <더 스토리>(죠이선교회)를 지은 숀 글래딩이다. 

▲ <TEN 10> / 숀 글래딩 지음 / 임고은 옮김 / 죠이선교회 펴냄 / 399쪽 / 1만 5,000원

필자의 이해에 따르면, 십계명을 다룬 책 중 내러티브로 가장 잘 구성한 책이다. 교리적, 신학적, 분석적 구성을 피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딱딱하지 않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가상 인물은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나와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 책은 십계명을 10번째 계명에서부터 대화체로 풀어내고 있다. 토론보다 진지한 대화에 가까운 십계명 담화 현장을 영상으로 보는 듯하다. 영상 자료 하나 담겨 있지 않지만, '보는 책' 같다.

일상의 언어로, 대화로, 오늘의 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감성으로 잘 풀어서 담아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제9계명,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를 다룬 장에서, 다음과 같은 언급이 나온다.

"험담에 대한 정의로는 이 말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는 행동'. 그 이야기의 진위 여부나 그 말이 나온 맥락, 그 말의 출처 따위를 점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죠."

이 책은 십계명을 다루면서 1계명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너무 상투적인 접근을 피한 것이다. 그것은 십계명이 나를 위한 말씀, 우리를 위한 부탁임을 잘 드러낸 것이다. 이 책 안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들이 신문과 잡지, 미디어, 일상 그리고 개인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대화를 펼쳐 나가는 장면은 부럽다. 커피 향이 가득한 사랑방을 느끼게 한다.

<TEN 10>은 '자유로운 삶으로 초대하는 십계명 탐구'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십계명을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 음미하고 적용하고 살아 내도록 돕는다. '자유로운 삶'이 무분별하고, 자의적인 삶을 말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부수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그렇게 살게 하는 삶으로 서로를 살려 내는 원리와 가치, 기준으로서의 십계명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책을 다시 손에 집어 들었을 때, 겉표지에 담겨 있는 10줄의 문장이 들어온다. 10계명부터 1계명을 요약한 표현들이다. "시기에서 만족으로, 기만에서 진실함으로, 절도에서 관대함으로, 배신에서 신의로, 폭력에서 평화로, 순종에서 존중으로, 분투에서 휴식으로, 신성모독에서 경외로, 우상숭배에서 찬미로, 하나님!"

이 책을 마주하면, 성경을 모르는 이들과도 십계명에 대해 나눌 수 있다. 내가 성경을 잘 몰라도 십계명을 이해할 수 있다. 십계명, 열 가지 말씀을 이 책과 더불어, 혼자서, 때로는 이웃과 더불어, 차분하게 진지하게 열린 마음으로 곱씹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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