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사역은 단시일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노숙 생활 3개월이면 절대 못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숙의 의존성은 심각합니다. 10년 노숙을 했다면, 다시 10년을 노력해야 합니다. 6년간 알코올을 잘 끊었다가 어느 순간 재발해서 순식간에 옛날로 되돌아가 버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늘 한 사람이 다시 자활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또 우리가 많이 기다려 주고 믿어 주는 것밖에는 정답이 없다고 느낍니다."

가장 낮은 곳, '청량리 588'에 피어난 가나안교회

대표적인 서울의 음지인 '청량리 588'은 그 이름보다도 윤락가, 우범 지역으로 더욱 자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 터를 잡고 27년간 사역을 계속한 교회가 있다. 바로 '가나안교회'다. 1986년 김도진 목사가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던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해 온 이 교회는 또 다른 이름으로 유명한데, 바로 서울의 대표적인 노숙인 재활기관 '가나안쉼터'다.

가나안교회가 본격적인 노숙인 쉼터를 시작한 것은 IMF가 발생하기 1년 전인 1996년. 교회에 찾아오는 걸인들이 많아지자 교회는 아예 문을 활짝 열고, 주린 자들은 와서 먹으며 잘 곳이 없으면 함께 살자고 그들을 품에 안았다.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쉼터를 거쳐 새 삶을 찾았다.

"예전엔 500명, 600명이 줄을 서서 배식을 먹었어요. 저는 늘 마지막에 먹었는데 한 사람이 밥이 없어서 시래깃국만 들고 들어왔죠. 그래서 제 밥을 반 나눠 줬어요. 그랬더니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런데 또 사람이 들어와요. 이젠 줄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주머니 안에 천원을 꺼내서 라면 자판기에서 뽑아 줬어요. 그 사람도 눈물을 흘리더라고. 라면 한 개, 밥 반 그릇에 눈물을 흘려 보셨어요? 배고픔이란 거,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사진 제공 CBS 수호천사)

누구나 밑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노숙인이 장래 희망이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순간의 실수로 누구나 노숙인이 될 수 있다. 김도진 목사의 뒤를 이어 노숙인 사역을 계속하고 있는 사무국장 김정재 목사는 말한다.

"노숙인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노숙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건 절대로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중엔 한때 회사 사장이었던 분,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분, 그 외에도 사회 각 계층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와 다른 부류 사람이 아니에요. 누구나 잘못되면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그때 누구나, 언제든지 이곳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벼랑 끝에서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을 때 가나안쉼터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해 왔다. 노숙자 한 명이 입소하면, 그의 건강 문제부터 채무, 또 정신적 상담까지 보살핀다. 공공 봉사나 쉼터 내의 일거리를 통해 한 명 한 명의 영혼을 살피는 것이다. 오랜 경험에 따른 체계적인 시스템이 가나안쉼터가 많은 노숙자들의 희망이 되었던 이유다.

지금처럼만 노숙인들을 섬길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런 가나안교회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가나안교회가 위치한 청량리 지역은 서울시의 대표적인 도심 재개발 구역이다. 하지만 혐오 시설이라는 시선 때문에 쉽사리 거처를 옮길 수도 없을뿐더러, 많은 노숙인의 재활 첫 단계인 공공 근로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쉼터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전에 필요한 비용도 40~50억에 달하기에 더더욱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태.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행된다면 현재 쉼터에서 거주 중인 200여 명의 노숙인은 물론이고, 앞으로 더 이상 춥고 배고픈 자들을 거두기 힘들게 된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온 가나안쉼터가 앞으로도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각지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가나안교회의 사연은 CBS TV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를 통해 오는 7월 4일(토) 저녁 10시 20분, 7월 5일(주일) 오후 3시에 방송된다. (skylife 172번, 각 지역 케이블 TV)

※ 후원 방법

① 계좌: 우리은행 100-1004-1004 (예금주: 월드비전)
② ARS: 060-808-7004 (건당 3,000원)

※ 후원 문의 전화: 02-2078-7069

※ 보내 주신 성금은 월드비전을 통해 전액 가나안교회에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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