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운동 소셜 펀딩 사이트 '소셜펀치'에 퀴어 퍼레이드를 지지하고 돕겠다는 기독인들의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여기에는 감리교신학대학교 동아리 학생들도 동참했다. 그러자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이 '학교 이름을 빼라'며 학생들과 주최 측, 소셜펀치 사이트 측에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퀴어 퍼레이드가 열렸던 지난 6월 28일,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차세기연) 등 종교계 시민단체들은 '인간 띠'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대오를 만들어 무지개 색깔의 오겹줄을 들고 벽을 만들었다.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여는 기독교인들로부터 퀴어 퍼레이드 참석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퀴어 퍼레이드는 물리적 충돌 없이 마쳤다.

이 '인간 띠 잇기' 행사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다. 행사에는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 동아리인 도시빈민선교회(도빈), 사람됨의신학연구회(사신연), 무지개감신 소속 학생들도 10여 명 참여했다. 이들은 이미 2주 전부터 차세기연 등에 지지 및 참석 의사를 밝히고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감신대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같은 감신대 학생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행사 2주 전부터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이 "동성애자 옹호 행사에 '감리교신학대학교' 이름을 넣을 수 없다"면서 도빈과 사신연 등 동아리 학생들에게 따졌다.

도빈과 사신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신대 이종건 학생(신학과)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일부 학생들이 도빈과 사신연 학생들에게 퀴어 퍼레이드에 가지 말라며 고성을 지르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학생들에 따르면, 당시 도빈과 사신연에 항의하러 온 학생들은 "도시빈민선교회 이름으로 참가하지 왜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로 참가하느냐. 감신대 이름은 더럽히지 마라"고 말했다. 다른 한 학생은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감신대에 들어왔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들어왔다"고 했고, 흥분해서 나무를 발로 차거나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는 사람도 있었다.

▲ 한 졸업생은 '학교 이름을 빼 달라'며 차세기연 등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감신대 한 학생은 "일부 감신대 학생들이 '결사대'를 만들어 28일 시청으로 오겠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28일 현장에서 만난 감신대 학생들은 "결사대를 만들어 행사 참여를 저지하겠다던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빈과 사신연, 무지개감신은 행사 당일까지 '감신대' 이름을 빼지 않았다. 이종건 학생은 "학교를 대표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학교 소속 동아리의 이름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 학교 이름을 뺄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일부 감신대 학생들은 학교 동아리뿐 아니라, '인간 띠 잇기' 후원 프로젝트 중인 사회운동 소셜 펀딩 사이트 '소셜펀치'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소셜펀치 신훈민 변호사는 "학생회 관계자라고 밝힌 학생이 '인간 띠 잇기 서명 명단에서 감리교신학대학교 이름을 빼라. 그렇지 않으면 소셜펀치에 (명예훼손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화를 걸어 왔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명예훼손 등 전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당시 그 학생이 법적 조치 운운하면서 아주 경우 없이 행동했다"며 전화받았던 때의 상황을 전했다.

자신을 감신대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한 사람은, "이번 행사는 교단 내에서도 민감한 사항이니 학교 이름은 빼 달라. 만일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차세기연에 보내기도 했다.

학교로도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학생처 업무를 맡고 있는 임 아무개 부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2주 전부터 학교로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고 했다. 학생들을 퀴어 퍼레이드에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임 부장은 "학교는 물론이고 교단에도 전화가 수없이 온다. 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졸업생부터 장로·목사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임 부장은 "아무래도 학교 차원에서 퀴어 퍼레이드에 동조한다고 보는 것 같다. 전화하는 분들이 '감신대가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게 말이 되는가. 감신대 학생들이 28일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학교 앞에서 1인 시위하겠다'던 사람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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