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 명이 넘는 기독교들이 동성애 반대 집회에 참여했지만, 동성애자 편에 선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동성애자들의 축제가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6월 2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려는 사람과, 동성애 반대 집회에 참석하려는 기독교인, 그리고 이를 막는 경찰까지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기독교인 일부는 퀴어 퍼레이드 행사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퀴어 축제 참가자들과,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충돌을 우려해 서울광장을 3면으로 둘러싸는 철제 벽을 설치했다. 

반대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통성 기도와 북소리, 규탄 목소리가 울려 펴지는 철제 벽 바깥과는 달리 행사장 안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참가한 시민들은 춤을 추기도 하고, 호기심에 찬 듯 여기저기 부스를 둘러보기도 했다. 1만여 명 가까이 몰린 기독교인들의 반대 집회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행사장 안에는 퀴어 문화 축제를 지지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기독교인도 있었다.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간 띠'를 만들어 퀴어 퍼레이드를 보호하겠다고 한 사람들이다. (관련 기사: 한국교회 22개 교단장들, 퀴어 퍼레이드 저지 총공세 예고)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차세기연), 강남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길찾는교회 등 25개의 개신교계 단체 소속 기독교인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은 무지개색 오겹줄을 들고 이날 광장 입구에서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 중에는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이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퀴어 퍼레이드 행사장 내에 설치된 수십 개의 부스 중 1번 부스를 맡은 차세기연은 "차별없는 사랑을 실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글귀를 붙여 놓고, 시민들에게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등의 서적과 뱃지를 판매하고 팜플렛을 배부했다. 2번 부스를 맡은 곳도 기독교 단체였다. 이태원에 있는 미국 교단 소속 오픈도어메트로폴리탄처치(ODMC)였다.

한 무리의 기독교인들은 행사장 한쪽 구석에서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등의 노래를 부르며 동성애자들을 지지했다. 그 옆에서 무지개색 부채를 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후 5시, 명동 일대를 순회하는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군중이 을지로를 따라 행진하자, 반대 집회를 하던 기독교인들은 피켓을 들고 나와 "회개하세요",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퍼레이드에 참석한 사람들은 피켓 시위를 하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무지개색 부채를 흔들었다.

차세기연을 비롯해 섬돌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 등 기독교인들도 퍼레이드에 따라 나섰다. 이들은 '하나님의 크신 사랑은 누구에게나 같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함께 행진했다. 이외에도 "주님, 오늘도 정의로운 퀴어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쓰인 피켓을 든 사람도, "하나님의 집에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는 데스몬드 투투 주교의 말을 인용한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이도 있었다.

▲ "하나님의 집에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는 데스몬드 투투 주교의 말을 인용한 사람도 있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동성애자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돌아오라고 외치는 것"이라고 했지만,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혐오"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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