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은 6월 22~24일로 예정했던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개최를 취소했습니다. 신청자가 너무 적었습니다.

여름 사역 준비로 한창 바쁜 젊은 전도사들에게 6월 말 2박 3일 일정과 10만 원에 가까운 참가비가 여러모로 부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 기획팀에서 신학생 멘토링 사역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려면 현장에 있는 젊은 사역자들의 구체적인 필요를 청취하는 것이 우선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멘토링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분들을 다시 만나 보기로 했습니다. 주소록에서 20~30대 목회자들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 줄 수 있을 만한 분들이 누굴까 고심하던 중, 전임 사역자로 단독 목회를 하고 있는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30대면서 단독 목회를 2년 이상 해 온 분들을 찾아 일일이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섯 분이 응답했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지난 22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5층 세미나실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진행된 좌담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아래 요약 정리합니다.

▲ 목회멘토링사역원이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목회자 좌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단독 목회를 2년 이상 해 온 30대 목회자 5명을 만났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 신대원 졸업 후 바로 단독 목회를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 진통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백두산 전도사(충남 당진 영천교회): 졸업 후 시골 작은 교회에 부임해 목회를 시작했어요. 글을 모르시는 할머니 집사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셔서 처음에 놀랐어요. 다문화 가정도 생소했고요. 여러모로 준비가 안 된 채로 목회 현장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 목사(전북 부안): 저도 시골 작은 교회에서 3년째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부임하고 얼마 안 지난 어느 주일예배 때 한 할아버지 성도님이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목사님 그렇게 설교할 거면 집에 가서 혼자 하시오. 도대체 말을 따라갈 수가 있어야지"라면서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충격이었죠. 그 뒤로 혼자서 고민도 많이 하고 교회 형편도 더 살폈어요. 글을 못 읽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교회, 지역, 교인들 이해가 전혀 없는 채로 목회를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안도영 전도사는 개척 후 신학에 대한 갈증이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커졌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간사

이향기 전도사(서울 등불감리교회): 저는 올해로 개척 2년 차에 들어갑니다. 교회가 유흥가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요. 지역사회와 함께 소통하는 교회를 꿈꾸는데,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막막한 게 사실이에요. 교회 없는 곳, 교회가 필요한 곳에 나름 뜻을 가지고 개척했는데, 현실의 장벽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신현희 목사(안산나눔교회): 안산나눔교회에 부임해 온 지 5년이 됐어요. 그때 당시 교인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거의 개척이나 다름없었죠. 처음에는 큰 교회 부교역자 생활하고 있는 동기, 후배들한테 연락이 종종 오더라구요. 뭐 도울 거 없겠냐고요. 그러다 2년이 지나고 그 친구들한테 다시 연락이 와요. 자기 이제 개척 나가려고 하는데 조언 좀 해 달라고요. 학교 다닐 때나 부교역자로 있을 때는 현장 이해를 하기가 참 힘들어요. 눈은 높아져 있고 막상 현장에 가면 자기 꿈이나 기준보다 현실은 한참 아래에 있고… 답답하고 막막해지는 거죠.

안도영 전도사(안산 반석교회): 저는 신학에 대한 갈증이 오히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커지는 걸 느꼈어요. 학교 다닐 때 신학을 잘 정립하고 나왔나 자문해 보면 부족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제 와서 신학적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 보려고 하는데 혼자서 감당하기가 힘드네요.

- 학교 공부와 현장 목회 사이에 공백이 느껴지네요.

신현희 목사: 학교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목회 현장에서는 종합적인 소양이 필요하더군요. 설교나 교육은 물론이고 재정 관리, 회의 인도, 부서 조직 등 목회자가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거죠. 아무리 작은 교회라 하더라도 말이에요. 학교에서는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이죠.

▲ 신현희 목사는 작은 교회 목회자일수록 자기 틀을 깨고 새로운 긴장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간사

백두산 전도사: 막상 현장에 나와서 목회를 하고 보니 아주 본질적인 고민이 더 절실하게 다가와요. 교회가 뭔지, 목회자는 누구인지,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에 대한 그런 고민 말이죠. 신학교 다닐 때 왜 이런 고민을 미리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와요. 그때 더 고민하고 돌아봤어야 하는 건데 왜 그때는 잘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죠.

이향기 전도사: 교회론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단순한 성장 논리는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고 봐요. 교회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성장에만 열을 올리면 뭐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거죠. 성장이 기준이 아니라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란 무엇일까.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 정립을 해 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A 목사: 최근 저희 교회에 유아세례자가 두 명 있었는데, 모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었어요. 어머니들한테 유아 세례 교육을 하는데, 한 분은 필리핀, 한 분은 캄보디아 분이었어요. 시댁 식구들 따라서 교회를 나오긴 하는데 복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분들이었어요. 살아온 배경이나 문화적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분들한테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유아세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더라고요. 무력감을 느꼈어요.

교인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 충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공부도 소중하지만 그것들을 풀어내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교육 전도사 시절에는 그냥 주어진 역할, 맡은 일만 하면 되거든요. 목회자로서 준비되는 과정은 아닌 거죠. 어디 인턴으로라도 들어가고 싶더라구요.

- 단독 목회 경험이 고민을 내면화하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것이 무모한 홀로서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백두산 전도사는 하나라도 꾸준히 실천해 보는 경험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간사

백두산 전도사: 고민만 많아지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한번은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온갖 자료를 뒤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구나.’ 뭘 하나 하더라도 꾸준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잘 안 되는 게 사실 큰 문제죠. 하나를 붙잡고 끈기 있게 해 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향기 전도사: 목회 철학, 사역 방향이 아직 제대로 정립이 안 돼 있으면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사람들한테 인정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도 이 길을 기뻐하실까 생각이 들 때는 자신이 별로 없는 거예요.

A 목사: 비교 의식이 또 큰 문제예요. 나는 SNS를 잘 안 하는데 그 이유는 좌절감 때문이에요.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고, 사역도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사람들 보고 있으면 난 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위축이 되는 거죠.

안도영 전도사: '나는 어느 목사님의 제자다, 어느 목사님 밑에서 목회를 배우고 있다'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부러워요. 배우고 점검받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한데 그런 관계를 어디 찾기 쉽나요.

신현희 목사: 가까운 지역의 목사님 한 분과 약속을 했어요. 전도 나갈 때 꼭 같이 하자는 거였어요. 벌써 그렇게 한 지가 4년이 됐어요. 한 번은 우리 지역, 한 번은 그 목사님 지역에 가서 함께 전도를 해요. 전도라고 해서 별다를 건 없어요.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 드리고,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찾아서 하는 활동을 우리는 전도라고 해요. 2011년부터는 마을 어르신들 장수 사진을 찍어서 현상해 드렸어요. 우리 지역을 행복한 지역으로 만드는 일에 교회가 할 수 있는 일,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거죠. 그런 다짐을 가지고 꾸준히 마을 분들과 만나고 있는데, 이 목사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서로를 지켜 주는 버팀목 같은 존재인 거죠.

- 홀로서기가 필요하면서도 혼자서 하기 힘든 것은 나눠서 하거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어야겠네요.

안도영 전도사: 제가 있는 지역에는 제법 큰 규모의 교회가 두 군데 있고, 주택 단지와 상가 건물 주변으로 작은 교회들이 5개 이상 모여 있어요. 처음 이 지역에 들어갔을 때 지역 주민들이 교회가 하는 일에 신경이나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한 날은 어떤 분이 간식을 들고 오셔서 교회가 하는 일을 쭉 지켜봤다고 하시면서 격려를 해 주시는 거예요. 관심 가지고 지켜보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죠.

백두산 전도사: 제가 있는 지역에는 미자립 교회가 태반이에요. 그런데 그 미자립 교회들이 모여서 인근 학교에 있는 청소년을 위한 사역을 함께 시작하기로 했어요. 한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모여서 같이 하니까 가능해진 거죠. 저는 지금 아내와 같이 지역 주부들에게 제빵 기술을 교육하고 있는데, 그 교육 공간도 인근에 있는 작은 교회가 협조를 해 줘서 빌려 쓰고 있어요.

신현희 목사: 지역 전도 활동을 하는데 늘 일손이 부족해요. 같은 지역 큰 교회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더니, 여전도회 성도들이 나와서 함께해 줬어요. 한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꾸준히 참여했어요. 지역을 섬기는 일에 네 교회 내 교회가 없다고 생각해요. 필요하다면 서로 도울 수 있는 거죠. 도움을 요청할 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예요. 그 교회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더라고요. 신뢰가 쌓이니 더 적극적으로 필요를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최근에는 저녁 예배 반주자가 없다고 했더니 여러 명이 와서 매주 함께 예배드리고 있어요.

- 예정대로라면 지금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텐데요. 신청자가 너무 적어서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젊은 사역자들에게는 수련회나 컨퍼런스 형태의 멘토링 과정보다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멘토링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이향기 전도사는 비슷한 조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동역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간사

이향기 전도사: 기라성 같은 분들이 와서 강의 몇 번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봐요. 차라리 이런 모임처럼 비슷한 조건에서 부딪쳐 가면서 씨름하는 분들과 정기적으로 대화 나누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공감대도 생기고, 한 발 앞으로 내디딜 힘도 생기거든요. 일단 그런 모임이나 관계가 지속되는 게 중요하고요.

백두산 전도사: 멘토링 컨퍼런스나 지역 섬김 워크숍 같은 모임이 전혀 불필요하지는 않아요. 대신 이런 모임이 다소 원론적인 대화 위주로 흐르지 않으려면 이렇게 소규모로 만나는 모임,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눌 수 있는 모임이 보완되어야겠지요. 저는 충남에 있어서 늘 거리 때문에 아쉬움이 많아요. 수도권 중심으로 이런 모임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지방에도 이런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신현희 목사: 얼마 전에 들은 얘긴데,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같은 지역에 있는 큰 교회 새벽 예배 설교를 일정 기간 동안 맡아서 했다고 해요. 신선한 자극이 됐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나 자기 틀 안에 갇혀 지내기가 쉽잖아요. 어떤 형태로건 자기 틀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자극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존의 사역에도 큰 도전이 되지 않을까요. 목회멘토링사역원이 중간에서 그 역할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 3시간을 훌쩍 넘겨 대화가 계속됐습니다. 신학교 졸업 후 홀로서기 과정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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