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6월 말, 역사에 획을 그을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사실상 합법화할 것인지에 대한 심리가 현재 진행 중이다. 기독교계에서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명확하게 갈린다.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매일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릴레이로 기도 중이다. 찬성하는 쪽은 미국인 10명 중 6명이 동성 결혼에 찬성한다는 갤럽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발표 시점이 임박해 오면서 기독교 내에서도 입장을 분명히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수 혁명>(IVP)·<회복>(두란노)의 저자 토니 캠폴로(Tony Campolo)와 '21세기의 C.S 루이스'라고 불리며 사회에서 기독교인의 바람직한 역할을 제시해 온 팀 켈러(Tim Keller)다.

▲ 토니 캠폴로(Tony Campolo)는 침례교 목사이자 사회학 교수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레드레터크리스천' 운동을 시작했다. 기독교인이라면 가난한 자, 약한 자를 돌보는 데 힘써야 하며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일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토니 캠폴로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 토니 캠폴로부터 살펴보자. 그는 침례교 목사이자 사회학자다. 미국에서 '낙태 반대, 총기 규제 옹호' 등으로 대변되는 '복음주의(evangelical)'와 선을 긋기 위해 '레드레터크리스천(RedLetterChristian)'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성서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빨간색으로 표기된 것에 기인했다. 예수님의 말씀만 최우선으로 삼고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캠폴로는 최근까지 동성애는 죄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의 아내 페기와는 다른 의견이었다. 페기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기로 약속한 동성 관계는 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6월 8일 캠폴로의 홈페이지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교회가 동성 결혼한 사람들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성명서에서 자신이 왜 동성 커플을 인정하기로 했는지 설명했다.

캠폴로는 우선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인정했다. 동성혼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양측의 의견을 듣고, 자신은 가운데서 서로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양다리를 걸친 것도, 성 소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동시에 교회가 성 소수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욕심에서 한 일이라고 했다.

모호한 입장을 정리하게 된 계기는 아내 페기를 통해서였다. 그는 결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아내 페기와의 관계를 돌아봤다고 했다. 페기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자 기도로 동역하는 영적 동반자라고 했다. 페기 덕분에 예수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영적인 부분이다. 하나님은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더 잘 맺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파트너 즉 돕는 베필을 주셨다. (중략) 결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영적 성장이다. (중략) 아내가 소개해 준 여러 기독교인 동성 부부도 우리와 똑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토니 캠폴로는 사회학 교수로서 익힌 지식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성적 지향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금지된 '전향 치료(conversion therapy)'도 비판했다. 그는 "동성애자를 '치료'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한 영혼을 망가뜨리는지 익히 봐 왔다"고 했다.

▲ 캠폴로는 6월 8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For the record(공식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제 교회는 동성 결혼을 올린 부부를 적극 환영해 줘야 한다고 했다. (토니 캠폴로 홈페이지 갈무리)

그는 동성애 이슈가 동반하는 신학 논쟁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대신 미국 기독교인들이 과거 인종·여성의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 구절을 도구로 사용한 사실을 지적했다. 차별을 조장한 사람들도 신실한 믿음의 사람들이었지만, 역사는 그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종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회가 동성 커플을 사랑으로 환영해야 한다고 했다.

▲ 팀 켈러(Tim Keller)는 뉴욕에서 가장 활동적인 리디머장로교회(Redeemer Presbyterian Church)를 이끌고 있다. 탁월한 변증가이면서 사회정의 구현에도 관심을 보이는 등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여 왔다. (팀 켈러 홈페이지 갈무리)

캠폴로처럼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분명하게 '동성애는 죄'라고 하는 목사도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장로교단 PCA를 대표하는 팀 켈러 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는 리디머장로교회(Redeemer Presbyterian Church)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려 동성애는 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반박했다.

팀 켈러는 그동안, 동성애는 분명한 죄지만 성경에는 탐욕 같은 죄를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내가 사는 방식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정죄하는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보다 천국에 가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고 했다. 켈러는 이슬람·힌두교도가 이웃인 것처럼 동성애자도 기독교인이 사랑해야 할 이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때문에 '성경과 동성 관계'라는 제목의 글은 켈러의 입장에 공감하던 성 소수자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이 글은 매튜 바인스(Matthew Vines)와 켄트 윌슨(Kent Wilson)이 쓴 책을 읽고 쓴 서평이다. 매튜 바인스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동성애자로 <하나님, 그리고 게이 크리스천>이라는 책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는 기독교인 동성애자에게 성 정체성을 유지하되 독신으로 살아가기를 권하는 청년이다. 윌슨 목사는 <회중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서, 교회가 왜 성 소수자를 환영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켈러는 두 책이 동성애를 옹호하며 펴는 논지를 여러 가지로 나눠 각각의 주제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글을 썼다. 그는 우선, 이전에는 동성애가 죄라고 생각했지만, 동성애자들을 직접 만나고 난 후 입장이 바뀐 사람들이 많다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 사람들은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편견이 성경 때문에 생긴 것인지는 확인을 해 봐야 한다."

켈러는 성경이 금하고 있는 동성 간의 성관계는 진정한 사랑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성적 만족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켈러는 바인스와 윌슨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든 예조차도 이미 과거에 많이 인용됐다가 지금은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것들이라고 했다.

성경이 묘사하는 이성애의 아름다움을 외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켈러는 창세기 1장을 예로 들며,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들을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셨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남성과 여성은 결혼이라는 영원한 계약 안에서 서로를 완성해 주는 영광을 누린다"고 했다. 반면 동성 커플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성의 다양성을 배우자와 자녀에게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 팀 켈러는 그동안 교회가 성 소수자를 정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그는 성 소수자들을 옹호한 책 두 권의 서평을 리디머장로교회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켈러는 이 글에서 성 소수자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왜 잘못된 것인지 지적했다. (리디머장로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팀 켈러는 그동안 교회가 동성애자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이번 글로 분명하게 교단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가 속한 PCA는 PCUSA와 다르게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여성에게도 목사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다수 언론의 예상처럼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 찬성론자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보수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영역에서 자발적 성 소수자 차별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인 법률가 모임인 자유수호연맹(ADF)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것은 '종교 신념에 기반한 자유로운 종교 활동'이라는 명제를 굳히고 벌써부터 영상 제작, 광고 상영 등 대대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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