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6월 3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비 사용 내역을 보도한 후, 예상치 않게 주목받은 한 사람이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다. 6월 4일, <국민일보>가 정 목사의 인터뷰를 냈는데, 기사의 첫 문단이 사랑의교회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사랑의교회를 돕는 이유에 대해, "사랑의교회가 무너지면 한국교회 100만 성도가 넘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사교회생',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목회 철학을 이야기했다.

오 목사의 목회 활동비 내역이 보도된 다음 날이라 여론은 날카로웠다. 우연찮게 날짜가 그렇게 된 것일까. 그러나 또 한 가지 사건이 정성진 목사가 오정현 목사를 노골적으로 비호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정 목사가 발행인으로 있는 C 언론사가 같은 날, 사랑의교회의 입장을 그대로 실은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국민일보>의 정 목사 인터뷰와 C 언론사의 보도를 본 사람들은, 정 목사가 오 목사를 감싼다고 비판했다.

정성진 목사는 출석 교인 1만 명의 대형 교회 목사이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은 여타 대형 교회와는 달리 나름대로 개혁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임기제를 채택해 6년마다 한 번씩 재신임을 받는다. 내년 말까지 목회하면 20년이 되어 원로목사로 대접받을 수 있는데, 원로목사 제도를 폐지하고 65세에 조기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16개의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재정 투명성을 위해 교인들에게 디테일한 회계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다. 자신의 사례비를 450만 원으로 동결하고, 고가의 자동차도 타지 않는다.

하지만 정성진 목사가 오정현 목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 목사는 오 목사뿐 아니라 여러 대형 교회 목사들과 교제한다. 분쟁이 있는 교회에 개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때는 비판을 받는 목사를 변호(?)한다. 이런 일 때문에, 그가 자신의 교회에서 하는 개혁적인 시도가 빛이 바래기도 한다.

정 목사는 무슨 생각일까. 기자는 위에서 언급한 기사를 본 후, 정성진 목사에게 연락해 만나자고 했다. 그는 흔쾌히 응했다. 6월 16일,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정 목사를 만났다. 그는 이 상황에 대해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다. 그의 진의는 무엇이고, 그가 한국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 보았다.

▲ 정성진 목사를 6월 16일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아사교회생'은 정 목사의 목회 철학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랑의교회, 내부 에너지 밖으로 나와야

-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오정현 목사를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나.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사랑의교회를 돕고 있다고 했다. 100만 성도가 넘어질 거라는 말은 한 적 없다. 그 기사를 쓴 기자를 신뢰하는 편인데, 왜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이 실망했다. 오정현 목사가 곧 사랑의교회인 것 같은 뉘앙스다. 목사가 곧 교회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철저한 '교회론자'다. 오정현 목사 개인이 아니라 사랑의교회를 돕는 것이다. 목사는 결코 교회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담임목사가 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야구에서 투수의 비중이 70%라고 한다. 웬만한 교회에서는 담임목사의 비중이 90%는 될 것이다. 잘못된 현상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 발행인으로 있는 C 언론사도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비 사용 내역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 다음 날 바로 교회 입장을 실었다. 이건 어떻게 된 건가.

그 언론사는 2년 전, 내가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문을 만들어 보자고 해서 만든 것이다.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회도 진정한 중도가 없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다. 몇몇 목사와 얘기해 이런 신문을 하나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거기에 오정현 목사도 있었다. 다들 얘기할 때는 동의하더니, 실제로 후원을 잘 안 하더라. 예상처럼 운영이 안 됐고, 나도 작년 말에 발행인 그만두겠다고 말했는데 아직 처리가 안 됐다.

- C 언론사는 상근 기자가 한두 명밖에 되지 않는 것 같던데, 가끔씩 사랑의교회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기사를 올린다. 사랑의교회와 관련한 기사는 꼭 기자 이름이 아니라 '특별취재팀'이라는 이름으로 나간다. 어쨌든 중도를 표방한 신문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그건 사랑의교회 한 집사가 하는 것이다. 그냥 사랑의교회 교인들 위로용이라고 생각해라. 영향력도 별로 없으니 신경 쓰지 말아라.

- 오정현 목사와 관계를 유지하고 그를 돕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랑의교회의 역량이 대사회적으로 더 나와야 한다. 오정현 목사가 은퇴까지 한 10년 남았는데, 밖에서 계속 이렇게 공격하면 자기방어에 급급해진다. 물론 사랑의교회가 외부 사역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규모에 비하면 작다. 이걸 더 끌어내서 교회가 세상에 더 베풀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버스 돌리기'와 '예배당 구입 분립 개척'은 왜?

▲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출석 교인 1만 명의 대형 교회지만, 여러 개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다른 대형 교회 목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분쟁이 난 교회에서 양측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던데.

내가 직접 개입하기도 하고 그쪽에서 요청이 오기도 한다. 들어가서 보면 어느 한쪽이 100% 잘못한 경우는 없다. 물론 담임목사의 제왕적인 목회가 문제를 야기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담임목사가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나는 어쨌든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다하지 않는다.

-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대형 교회 치고는 상당히 개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다른 목사들이 제왕적 목회를 하고 있는 걸 봤을 텐데 영향을 받지는 않았나.

그런 목사들을 보면서 반면교사를 삼았다. 나는 대학도 번듯하게 나오지 못한 삼류 출신이라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한다. (웃음) 정치적으로 무슨 계보나 이런 것도 없다. 젊었을 때 영등포산업선교회, 도시빈민선교회, 탄광촌 사역을 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됐다. 지금은 이렇게 큰 교회 목사가 되었지만 그때와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는 진보적인 기독교인과 보수적인 기독교인이 함께 있다. 이들이 기획조정위원회, 두드림팀을 만들어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어떻게 교회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한번은 이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야구에서 투수의 비중이 70%라고 하더라. 한국교회 목사는 어떤 것 같나?" 한 명이 "한 95%쯤 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그 말이 맞다. 그게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우리 교회 만큼은 담임목사의 비중을 50%로 줄여 놓고 나가고 싶다. 목사 한 명이 좌우지하지 않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 목사님과 인터뷰한다고 하니 몇 분이 질문을 보내왔다. 그중 하나가 '왜 버스를 돌리느냐'는 것이다. 큰 교회가 버스를 돌리면 작은 교회는 다 망한다는 거다.

나도 젊었을 때 큰 교회들이 버스 돌리는 거 보면서, 성도들의 헌금을 버스비에 쓰고 있다고 지탄했다. 그런데 지금은 매주 35대를 돌린다. 작은 교회 입장에서는 큰 교회가 버스까지 돌리면 상처를 받는다. 그 상실감을 이해한다.

그런 얘기가 예전부터 있어서 연구를 시켰다. 교회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버스를 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등등. 조사해 보니, 대부분 노인과 장애인이 이용하더라. 버스를 돌리는 데에는 1년에 억대의 돈이 든다. 대외적인 이미지나 수지 타산만 따지자면 버스를 돌리지 않는 게 낫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수년 전부터 전도를 하지 않는다. 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지만, 교인들에게 사람을 데려오라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은 교회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우리 교회에서 주변 작은 교회를 위해 여러 가지 사역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또 한 가지 질문은 올해 초 분립 개척한 '하늘빛광성교회'에 대한 것이다. 당시 기획위원회에 참여한 한 교인이 온라인에, "예배당 부지나 건물을 먼저 구입한 후 그 빚을 개척에 참여하는 분립 개척 교인들이 부담하고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그 빚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교회당 부지와 건물이 없는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지향하는 기획팀의 제안서에 담긴 철학과 정반대되는 방식"이라는 글을 올려 파장이 있었다.

하늘빛광성교회는 16번째 분립 개척이었다. 물론 나도 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철학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립 개척을 해 보면 현실은 다르다. 요즘 상가를 빌려 개척하면 거의 다 망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분립한 교회 중에도 유명무실해지거나 아예 사라진 교회가 몇 개 있다. 그나마 예배당이 있으면 버틴다.

마침 그 예배당이 경매로 나온 상태였다. 원래 교회 사정도 보니까 딱하더라. 빚이 300억 원이 넘었다. 우리가 예배당을 사 줘서 그쪽도 한시름 넘겼다. 요즘 경매로 나오는 교회가 곳곳에 많다. 그런데 이걸 이단들이 사고 있다. 이런 저런 고려를 통해 예배당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 거룩한빛광성교회 정문에 있는 바위에 교회의 비전이 새겨져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회의 양극화, 100명 모이는 교회 300명 만드는 데 주력해야

- 16번 분립 개척을 하고 전도를 하지 않는데도 출석 교인 1만 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자체를 분립할 생각은 없나.

분립할 생각 있다. 대형 교회가 자꾸 분립해야 한다. 이제 무조건적인 성장이 목회 성공의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목회자들이 신학교에서부터 성장에 목을 맨다. 이런 체질을 바꿔야 한다. 신학교 교수부터 큰 교회, 작은 교회 목사 모두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큰 교회가 나누는 모습을 보여 줘서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개신교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대형 교회는 그 규모를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나.

내 생각에 대형 교회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요즘은 교계에서도 양극화가 문제다. 교인 500~1,000명 정도의 중형 교회가 사라지고 있다. 교회를 개척하면 교인 수 100명까지 가는 교회가 1%라고 한다. 300명까지 가는 교회는 여기에서도 1%다. 교회를 1만 개 개척하면 한 교회만 교인 수 300명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추진하려고 하는 게, 교인 수 100명 되는 교회를 300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형 교회는 스스로 몸집을 줄이고 중형 교회가 많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대부분의 대형 교회 목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목사님은 스스로 개혁적인 생각과 시도를 하면서, 한편으로 생각이 다른 큰 교회 목사들과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가 있나.

큰 교회도 개혁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많은 대형 교회가 여러 가지 이유로 무너지고 신뢰를 잃었다. 교회 개혁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희망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세 가톨릭에 희망이 없을 때 프란치스코의 수도원 운동이 나왔듯이, 맑은 물 한 줄기가 흘러나온다면 자정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양쪽에 모두 발을 들이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범교회적으로 개혁 세력이 1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방향과 속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한국교회의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한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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