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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개신교인이 많이 하는 질문과 8가지 답변
당신은 동성애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 김정운기 (signified@hanmail.net)
  • 승인 2015.06.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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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고 중독이다?

평소에 조금 알고 지내던 정신과 전문의 지인에게 동성애자를 치료해 본 적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는 동성애 자체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했습니다. 동성애자가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이 심해서 사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 종종 도움을 요청하러 온다고는 했습니다. 사실 자신의 친구 중에 동성애자가 여럿 있는데 동성애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의사가 됐다고 하더군요. 선천적인 건지,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요. 지금은 친구들이 그게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임을 확인하고 동성애자로 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심리 치료를 하다 보면 흔치는 않지만 동성 어른에 대한 심리적인 혐오로 인해 무의식 가운데 동성애자가 된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경우 치료가 필요한데 그건 동성애자라서 치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자신에게 더 가까운 삶을 살도록 하는 조치라는 거죠.

이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의식적인 형태의 동성애자가 탈동성애자가 되는 경우가 있느냐고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개신교계에서 말하는 '탈동성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차 질문했습니다. 그런 논의가 있는 건 알고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 물었습니다. 유년기에 부모에게서 성적 학대를 받고 폭력에 시달리면 중독에 빠지는 사례가 있는데, 그런 이유로 동성애자가 되는 경우도 있는가 질문했어요. 섹스 중독이나 관계 중독, 알코올 의존증이나 도박 중독처럼 혹시 동성애 중독이 가능한지를 알고 싶었던 거죠.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다만 성폭행 같은 경우 그럴 수 있긴 한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편은 아니고, 워낙 개인차가 심해서 말하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성폭행의 경우 그가 동성애 성향이 있었던 사람인지 아니면 오로지 성폭행 때문인지는 쉽게 단정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신교권에서 말하는 탈동성애자가 된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사례의 경우 의학적인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탈동성애자라는 분들의 과거 삶이나 치료가 되는 과정이나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가 정말 동성애자였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미국의 사례만 놓고 보면 성공적으로 동성애자에서 이성애자로 전환되었다는 사람들 중에 비밀리에 동성애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탈동성애자로 살아가다가 너무 불행하고 힘들어서 다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분들도 있고요.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들 중에 성적 지향을 바꾸는 '전환 치료'의 효능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입증하는 논문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치료 지침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고요. 오히려 인위적인 방법으로 성적 지향을 바꾸면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게 심리학계와 정신분석학계의 주된 입장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탈동성애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봤지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는 거의 없었습니다. 더 흥미로웠던 건 비개신교인 동성애자가 탈동성애자가 된 경우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탈동성애자가 흔치는 않지만 몇몇 분들이 신앙의 힘으로 자신이 바뀌었다는 간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 정보도 피상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정말 탈동성애자라고 한다면 신앙의 힘으로 치유가 됐다고 말하는 것 외에 의학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겁니다. 정신병이라고 하고 중독이라고 하는 동성애를 치료한 사례를 의학적으로 입증만 한다면 세계 정신의학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할 것입니다.

더불어 정신병이라는 동성애를 신앙의 힘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왜 다른 정신병은 신앙의 힘으로 치료가 어려운지 비교 연구를 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싶습니다. 유독 동성애라는 정신병에만 신앙의 힘이 작용한다면 그것도 꽤나 놀라운 일일 겁니다. 또한 탈동성애자 치료의 경우 지금까지 몇 명을 치료했는지, 얼마나 성공했고 실패했는지를 정직하게 공개해야 할 겁니다. 탈동성애자였다가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분들의 경우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더없이 공정하겠죠. 탈동성애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이런 노력들을 해야 하고 가감 없이 공개를 해야 할 겁니다.

각설하고, 1973년 미국의 정신의학회에서는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면서 치료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동성애자들의 압력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동성애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의 보수 기독교의 로비나 압력은 더 강했겠죠. 최근에 미국의 일리노이와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동성애 치료 금지법이 통과되기도 했죠. 세계보건기구 WHO도 1990년에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했고, 위촉을 받은 자문위원회는 2014년에 지난 수십 년간 발표된 심리학 및 역학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F66.0조와 기타 4개 조항에 포함된 '동성애 관련 심리학적 질환'의 질병명들을 ICD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3년 4월 30일 직접 한국을 언급해 "한국 내의 동성애 혐오 분위기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국제적인 흐름은 더 이상 동성애를 정신병이나 중독으로 보지 않습니다. 특히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으로 인정합니다. 높은 인권 의식이나 시민 의식이 성숙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요. 그들 나라에서 동성애자는 가혹한 차별과 고통의 역사를 겪었습니다.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분석이나 호르몬 치료, 전기 충격, 인공 고환 이식술, 심지어 거세와 뇌 일부 절제술까지 시행하는, 지금으로 보면 정말 끔찍하고 극악스러울 정도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렇지만 동생애를 '치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미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하는 건 동성애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이해가 너무 불성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보다 먼저 동성애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하고 열띠게 고민한 선진국은 그렇게 수많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시도했지만 결국 치료를 하지 못했고, 그런 아픈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동성애는 정신병이나 중독성 질환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동성애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우울증과 고통과 자살이나 죽음을 겪어야 했는지 아신다면 동성애에 대해 쉽게 말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2. 동성애자들은 성적으로 타락했다?

동성애자는 파트너를 자주 바꾼다, 동성애자는 인간적 관계보다는 섹스만 좋아한다, 동성애자는 애널 섹스를 즐긴다 등등 동성애자를 얘기할 때 주로 성적인 부분을 가지고 많이 이야기를 합니다. 탈동성애자가 됐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자신이 동성애적 성향이 있는 것 같아서 확인해 보고 싶어서 동성애자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상에서 좀처럼 만나기가 어려워서 게이 클럽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접촉을 했다고 하죠. 그곳에서 만난 동성애자들은 그의 몸을 더 많이 원했다고 합니다. 탈동성애자가 된 그는 동성애자가 성적으로 굉장히 개방적이고 집착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 그분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를 일상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겠지만 게이 클럽이나 인터넷 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날 노력은 왜 하지 않았느냐고요.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차세기연)나 동성애와 관련된 인권 단체 등 그런 곳에 가서 사람들을 만났다면 그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됐을 것입니다.

아마도 동성애자 중에도 이성애자처럼 섹스 중독에 빠진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그 안엔 섹스 중독자가 있고, 바람기 있는 사람도 있고, 성적으로 더 예민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게이 클럽 같은 사례를 들면서, 마치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보다 더 섹스를 좋아하고 쉽게 파트너를 바꾸고 성적으로 타락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안이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애자들의 환락과 성적 판타지가 매일 밤 벌어지는, 수많은 클럽은 그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어떤 성적 지향을 가지고 살아가든 그 안에는 성적으로 훨씬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동성애자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 지극히 제한되고 편향된 경험이나 정보를 가지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위험합니다.

3. 동성애는 자연적이지 않다?

자연적이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하나님은 모든 생물들을 남녀 한 쌍으로 만들었다는 걸까요? 오직 생육하고 번성하는 건 남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인가요? 자연적이라는 걸 어떻게 개념화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짝짓기의 측면에서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의 질서는 오로지 남녀로 정해져 있다는 거라면, 아시죠? 그게 얼마나 무지한 이야기인지.

자연계에서 동성애는 흔히 발견되는 일이죠. 코끼리, 사자, 돌고래, 보노보, 펭귄, 기린, 개 등등 최근 연구를 보면 1,500종 이상에서 동성애가 관찰됐다고 합니다. 자연계에서 동성애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동물이 한다고 인간도 해야 하나?'라고 물으시겠죠. 아뇨, 동물이 한다고 인간도 해야 하는 건 아니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보라는 거죠. 하나님은 암수로 짝짓는 세상만 창조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 안에 동성애를 하는 존재들도 있고, 제법 많다는 것이죠. 결코 동성애가 자연에 반하는 행위라서 이상하고 비정상적이고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게 싫으면 그렇게 만든 하나님에게 따질 일이지 동성애자를 박해할 일은 아니죠.

4. 동성애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지키지 못한다?

생물학이나 자연학에 깊은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런 건 압니다. 두 수컷이 대결해서 정액을 묻히면 정액이 묻은 녀석이 암컷이 되고 종족 번식을 하는 이상한 생물도 있다는 걸. 자웅동체, 자가생식, 단성생식까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자연계입니다. 그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번식을 하는 게 놀랍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놀라운 방식으로 생물의 삶을 이어 가게 하십니다. 그러면 '뭐, 알겠는데, 동성애자들이 생육을 하려면 번식이 가능해야 하는데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하시겠죠. 그렇죠, 그런데 과학이 가능하게 합니다. 인간의 문명은 자연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번식을 하듯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번식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동성애자가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의 인공수정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고 하죠. 인공수정으로 번식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고, 앞으로 과학은 더 많은 형태의 번식 방법을 만들어 낼 테니 남의 자녀 계획까지 걱정해 주시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리고 번식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이성애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출산률을 걱정하신다면 좋은 복지 제도를 만드는 데 더 힘을 쏟으세요.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출산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건 육아휴직이나 양성평등 정책 등 훌륭한 복지 제도가 있기 때문이죠.

5. 대한민국에 동성애자는 얼마나 될까

지난 6월 18일 <세계일보>의 기사를 보면 "최근 일본의 광고 회사 덴쓰(電通)에 따르면, 다양성 문제를 연구하는 조직인 '덴쓰 다이버시티 랩'이 지난달 전국의 20세 이상 59세 미만 성인을 6만 9,989명을 상대로 실시한 예비 조사에서 성 소수자(LGBT)의 비율이 7.6%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동성애자를 포함한 일본의 성 소수자는 "일본의 60세 미만 성인 13명 중의 1명"이라고 합니다.

사실 성 소수자에 대한 그 사회의 인식이나 분위기, 수용력 등에 따라서 응답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조사해도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일본의 이번 조사의 경우 정부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곳이 아닌 광고 회사에서 7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조사해서 낸 통계이니 만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조사를 통해서 예상해 보면 우리나라는 보수적으로 잡아도(실은 더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2~3% 정도의 성 소수자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정도면 최소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성 소수자일 수 있겠죠.

우리가 가는 식당, 교회, 영화관, 학교, 직장, 야구장, 대형 마트 등 그 어디서든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이미 우리는 동성애자나 성 소수자 친구나 이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커밍아웃하지 않아서 모를 뿐이죠. <세계일보>의 기사에는 "서울시가 2012년 실시한 아동·청소년 대상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 소수자 청소년을 친구로 사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25%에 불과했다. 남학생의 경우 21.7%로 36.5%의 응답률을 보인 여학생들에 비해 특히 거부감을 나타낸 응답자가 많았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이니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게 어렵겠죠. 지금 옆에 계신 분은 어떤가요? 이상한 사람인가요? 아마도 별다르지 않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커밍아웃을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죠. 그의 표정이나 눈빛, 몸짓, 말투 등이 전과는 다르게 해석되죠. 그러니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숨기며 살고 있는 것이죠.

6. 개신교계의 차별금지법 반대는 명백한 폭력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라는 책에는 나치 수용소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용소로 끌려가는 며칠 동안 기차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서 지냅니다. 문제는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죠. 그들은 애써 참아 보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똥과 오줌을 싸게 되고 기차 안은 악취로 진동합니다. 소련의 수용소로 끌려가는 어떤 기차 안에서는 구토를 해야 하는데 할 곳이 없어서 상대방의 몸에 구토를 했다고 합니다. 결국 대소변을 하기 위해 기차와 기차 사이를 연결해 주는 작은 홈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지만 옷을 벗습니다. 그 모욕적인 순간, 한 인간의 존엄은 참담하게 무너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후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수천수만의 수용소에 화장실이 몇 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베르겐벨젠 여성 수용소에는 3만 2,000명이 수용되어 있었는데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하나뿐인 화장실에 가기도 어려웠습니다. 노동 중에 용변과 관련해서 말하면 몰매를 맞아야 했기에 옷을 입은 채로 흘려 버려야 했다고 합니다. 배설물 처리를 하지 못하면서 오물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죠.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됐고, 심지어는 자신의 오물을 먹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그토록 수용소 환경은 열악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나치 친위대 SS가 일부러 화장실을 하나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런 이유는 수용자들이 오물과 인간이 구별되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 보면 결국 자기혐오와 무력감으로 정신이 황폐화되고 한 인간의 인격성이 점차적으로 사라져 가기 때문이었죠. 최종적으로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인간을 마치 벌레처럼 인격성을 제거하고 혐오스럽게 만들어서 나중에 죽일 때 죄책감을 덜어 내기 위한 것이었죠.

한나 아렌트는 1974년 뉴욕의 강연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개를 죽이기가 쉽고, 개보다는 쥐나 개구리를 죽이는 것이 쉬우며, 벌레 같은 것을 죽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즉 문제는 시선, 눈동자이다"라고 말했죠. 개별자의 존엄성이나 시선을 없앨 때 인간은 죄의식을 덜 갖게 되고 합리화를 할 수 있게 되죠.

제가 이 책의 사례를 통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 동성애자를 향한 개신교계의 움직임이 마치 이런 모습과 유사한 것 같아서입니다. 동성애자를 말할 때 정신병, 중독, 에이즈, 메르스, 죄인, 섹스 중독, 변태 등의 낙인을 찍어서 자신들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죄의식을 덜어 내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비유가 지나치다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동성애자를 혐오스러운 존재로 만들어서 그들의 인격성을 제거하고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폭력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논리가 궁색하다 보니 그 대상들을 사회에서 암적인 존재나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만들어서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하죠. 개신교계의 동성애 반대 운동에는 '사람'은 없고 '증오'만 있을 뿐입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들은 동성애자나 성 소수자를 얼마나 만나 보셨나요? 그들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들 눈 안에서 무엇을 보셨나요? 여러분들이 가차 없이 던지는 수많은 돌에 맞아서 그들의 가슴이 얼마나 시퍼렇게 멍들고 무너져 내리는지 아시는지요. 앞서 말한 〈생존자〉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쓴 사람들 중에 먼저 죽어 간 사람들은 몸을 씻지 않은 사람들이라고요. 당연히 씻을 물이 있었겠습니까. 씻을 물이 없는 현실에서 아침에 제공되는 영양가 없는 커피를 가지고 몸을 씻었던 사람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이었죠. 동성애자나 성 소수자들이 자신들을 더럽다고 하고 혐오하는 세상에서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한 잔의 커피로 몸을 닦아 내는 것 같은 모습이 바로 퀴어 축제이고 커밍아웃이고 동성애(성 소수자) 인권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거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의 존엄함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7. 정보 불균형을 깨고 다른 정보를 통해서 균형을 잡자

개신교계에서 만들어 낸 동성애에 대한 삐뚤어지고 왜곡된 정보만 보지 마시고 그들에 대한 다른 정보도 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그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무성의하고 증오에 찬 이야기와 동성애를 혐오하거나 경계하는 사람들의 단편적이고 편파적인 정보를 통해서 판단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들과 만나서 대화도 해 보시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시고, 또 그들과 오랫동안 친구로 이웃으로 지내는 사람들과도 만나 보세요. 만나 보시면 압니다. 그들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실 더 친절하지도 더 착하지도 않습니다. 그들도 질투하고 시샘도 있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물론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날카로운 경우도 있지만 이성애자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적지 않은 것처럼 감각이 민감하다고 보면 됩니다.

8. 사랑은 말에 있지 않다

어느 레즈비언이 신앙을 회복하게 된 계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애인이 뇌종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교회에 나가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분은 거동이 불편한 애인을 데리고 성문밖교회에 갔다고 합니다. 성문밖교회 손은정 목사님과 교인들은 이 커플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습니다. 애인이 끝내 세상을 떠났지만 죽음을 앞두고 손목사님으로부터 세례를 받았습니다. 애인을 떠나보낸 그녀는 교회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교회를 통해서 치유했다고 합니다. 당시 교인들이 40~50명 정도였는데 성 소수자 커플을 처음 본 이들이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지만 그들의 관계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로 온 전도사가 동성애자 커플을 돌볼 수는 있지만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했더니, 손 목사님은 "그냥 보자, 사랑하는 사람들이지 않냐, 그거면 됐지 않느냐"고 했답니다. 그 이후로 편견의 벽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차가운 교리가 사랑과 생명 앞에서는 큰 벽이 되지 못했던 것이죠. 그녀는 지금도 그 교회를 다니며 여전히 동성애자로 살아가고 있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그 목사님은, 동성애는 죄이지만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고 말로만 외치는 사람들처럼 오만하지 않았습니다. 겸손함으로 그분의 곁이 되어 주었습니다. 사랑은 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 주신 분이죠.

마지막으로 어느 책을 읽다가 본 문장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더불어 긴 글을 읽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배움을 통한 성장은 기존의 질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던 질서를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김정운기 / 인천의 어느 동네에서 밥을 벌고 가끔 책도 읽고 어쩌다 못난 글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교회는 합정의 어디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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