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동성애에 관하여 어떤 입장일까요?

성경을 근거로 동성애를 다루기 쉽지 않은 이유는, 동성애란 주제가 성경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 속 이스라엘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였습니다. 옛날 우리 한국 사람들처럼 성적인 내용을 개방하는 것을 터부시하였고 성적인 내용은 숨기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이 알고 싶어하는 동성애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성경에서 찾기란 불가능합니다.

성경에는 동성 간의 성관계 얘기가 총 여덟 번 나옵니다. 남자들 간의 강간이 두 번(창 19:5 삿 19:22), 남자들 간의 섹스가 세 번(레 18:21-22; 20:13; 롬 1:27), 여자들 간의 성교가 한 번(롬 1:26), 성인 남자가 소년과의 성행위를 즐기는 모습이 한 번(고전 6:9-10), 그리고 그냥 단순하게 남자들 간의 성관계가 한 번(딤전 1:8-10) 나옵니다. 성경에서 동성애를 말할 때는 언제나 성향이 아닌 실질적인 동성 간의 육체적 관계(행위)를 의미합니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동성애적 성향에 대하여 직접적인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경에서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금지된 동성애는 우상숭배, 강간, 동성적 소아 성애자의 육체관계 문맥입니다. 오늘날 동성애란 용어는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가 동성을 향한 성적 지향을 의미한다면 성경은 동성애를 특별하게 혐오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타락 이후 나타난 모든 인간의 상태 중 하나일 뿐입니다. 동성애자도 우리 모두와 같은 원죄를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어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성적 정체성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습니다. 극히 소수지만 어떤 이는 두 개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런 이들이 사회의 혐오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선천적이든지 후천적이든지 동성애 성향 때문에 사람을 정죄해서도, 그 때문에 수치심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신구약과 유대 문헌은 동성 간의 성관계는 용인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성교란 혼인한 남녀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으로 봅니다. 그 이외에는 어떤 섹스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구약의 문화적 맥락에서 동성 간의 성교는 이방의 우상 제의 의식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레위기 본문이 동성애가 아닌 우상숭배를 저주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란 어렵습니다.

문제는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부분들입니다. 육체관계 없는 연애만 한다면 괜찮지 않나? 실제적인 성교 행위란 어디부터인가? 이런 질문들은 이성애자들에게도 필요한 내용이지요. 아무튼 성경에는 직접적인 답이 없습니다. 성경의 원리에 따라 우리 문화에 맞는 답을 찾아나가야겠지요.

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성적으로 문란한 육체적인 행위에 대한 규정은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나 차별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성애자라고 성행위가 쉽게 허락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적으로 가장 안전한 답은, 동성애 취향을 바꿀 수 없다면 동성 교제까지 배제한 독신 생활이겠지요.

신약에서 예수님은 동성애 문제를 한 번도 따로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모든 성적 문란함을 비판하셨습니다(막 7:20~23). 사도바울도 기본적으로 남자 매춘부(malakos)의 문제와 어린 소년을 탐하는 남색하는 자(arsenokoites)로 추정되는 남자들 간의 성관계를 문제시합니다. 롬 1:25-27에서 바울은 동성 간의 성행위가 창조의 원리에 따른 이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힙니다. 고대 유대 문헌들은 모두 동성 간의 섹스를 죄로 인식합니다. 성경도 이 맥락을 떠나지 않습니다.

물론, 변태적이지 않고 폭력, 우상숭배와 관련 없는 순수한 동성애자들 간의 사랑이 성경에 암시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근거로 하는 본문은, 주로 남자 청년 간의 동성애로 다윗과 요나단의 관계(삼상 18:3-4, 삼하 1:26), 여성 동성애로 룻과 나오미의 관계(룻 1:14), 어른 남자와 소년과의 동성애로 예수와 사랑하는 제자로 추정되는 요한의 관계(요 13:23; 19:26; 21:7; 21:20) 등입니다.

그러나 위 본문에서 동성애적 성향을 읽어 낸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의 결과인 듯합니다. 보수적인 고대 유대인들의 맥락에서 보면 본문은 우정이나 친밀한 인간관계를 묘사하고 있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그럼 동성애자도 목회자가 될 수 있을까요? 사실 목회자(감독)의 자격이 언급되는 디모데전서 3:1~3에 동성애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물론 동성애자로서 육체적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을 목회자로 허락하지는 않아야겠지요.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헨리 나우웬도 동성애자로 소아 성애자 성향이 있었지만 훌륭한 목회자였습니다(지금까지 알려진바, 그분에겐 다만 그런 성향이 있었을 뿐이지 실제로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돈과 권력을 사랑하고 당 짓고 다투기 좋아하고 여성도를 성적으로 농락한 추악한 목회자들과 비교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동성애가 동성 간의 성적 결합을 의미한다면 성경은 그 관계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동성 간의 성관계는 혼전이나 혼외 성교와 마찬가지로 경건하다거나 거룩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성인 남녀가 떳떳하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신구약에서 동성애적 성향은 창조의 원리에 어긋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동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죄인을 사랑으로 대하십니다(창 1:31; 시 145:9; 마 5:43-45; 요 3:16; 롬 5:8). 성경은 동성애자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까지 정죄하지는 맙시다.

[마 7:1-3] "너희가 심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남을 심판하지 마라. 너희가 남을 심판하는 그 심판으로 하나님께서 너희를 심판하실 것이요, 너희가 되질하여 주는 그 되로 너희에게 되어서 주실 것이다. 어찌하여 너는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얼마 전에 어떤 이가 한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퀴어 문화 축제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메르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그런 식이면 이미 심판을 받고도 남았습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도 기독교 지도자들과 교회의 교파주의, 권력과 돈 숭배, 성적 타락을 참고 계십니다.

오늘날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유독 강한 이들이 많습니다. 사실 극단적인 혐오는 성경의 가르침 때문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이유가 더 큽니다. 확실한 건, 우리는 모두 죄인이고, 고통당하며 도움을 받고 죄에서 구원받아야 할 존재란 점입니다.

성경이 자세히 다루지 않기 때문에 성경에서 구체적인 답을 얻기란 불가능합니다. 다만 필자의 견해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찾을 수 있습니다.

1. 성경은, 동성애 성향 때문에 어떤 사람을 정죄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혼외정사를 금지한 것처럼 동성 간 성관계도 죄로 인식한다. 우리는 모두 원죄의 결과를 지닌 죄인들일 뿐이다.
2. 성경에 동성 간의 결혼은 없다. 창조의 원리에 따른 결혼은 남녀 간에만 이루어진다.
3. 동성애 성향이 있는 이도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동성 간의 연애나 육체관계를 즐기고 있는 상태라면 문제는 다르다.
4. 하나님이 우리 같은 죄인을 차별 없이 사랑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동성애자를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
5. 교회는 동성 간의 성행위를 미화하거나 죄가 아니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이민규 / 한국성서대학교 신약성서신학 교수, <신앙, 그 오해와 진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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