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즉 중동호흡기증후군이 한국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메르스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하고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괜찮겠지. 큰 문제없겠지" 하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고, 그래서 우리는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은 채 그저 우리의 소망에 근거해서만 메르스에 대해서 평가하려고 하고 있다.

메르스는 공기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든지, 메르스에 전염되었다고 하더라도 노인처럼 연약한 사람들이나 다른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위험한 것이지 건장한 사람들에게는 감기처럼 왔다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치사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정말 그런 우리의 바람대로 그랬으면 좋겠다. 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서 그렇게 우리들에게 알려 주고 있으니, 이러한 우리의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안도감마저 생긴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과연 그렇게 안심하고 있어도 좋은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어느 30대의 젊은 의사가 메르스 확진을 받은 후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는 뉴스는 그 의사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면역력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런 지병이 없는 건장한 사람도 메르스에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정말 그렇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치사율이 한 자리 수에 머무르다가 10%대로 올라간 것도 치사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소망을 배반하였고, 평택의 어떤 경찰관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괜찮을 거라고 애써 우리들의 가슴을 쓸어내렸던 것이 헛된 안심일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은 우리의 소망을 뒤엎을 만한 상황이 발생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런 메르스 사태가 있었느냐는 듯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염병에 대한 대책은 최악의 경우를 항상 생각해서 대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 생각하면서 대응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옳다.

내가 미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미국 사람들의 철저한 태도가 참 불편하게 다가왔었다. 별 문제가 없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미국 사람들은 철저하게 안전 수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스쿨존에서는 학생 한 명 지나가지 않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등교 시간이기 때문에 차량은 20 마일 이상 달릴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속하며 지나갔다가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게 된다.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그 어느 곳에서도 차량이 오지 않는 사거리이지만, '일단정지' 스톱 표지판이 있으면 반드시 멈추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출발해야지 슬슬 눈치 보아 가며 지나가면 안 된다. 모든 곳에는 100% 안전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안전 수칙에 따라야 했다.

안전에 대해서 정말 철저한 미국 사람의 특성은 우리 아이의 학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화장실에 낙서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낙서는 "나는 내일 총을 가지고 학교에 오겠다"는 낙서였다. 그저 아이들이 장난삼아 해 놓은 낙서였겠지만, 학교 측은 그 낙서를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가지 않았다. 청소부는 그 낙서를 학교 측에 알렸고 도시교육위원회는 그 다음 날 학교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했다. 그날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학교의 모든 출입구를 막아 버리고 오직 한곳의 문만 열어 놓고 한 사람씩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그러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두 시간. 아무도 총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안전을 위해서 철저하게 대비하고 대응했던 것이다. 아무도 총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괜히 헛수고 했구나 하는 것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가 실제로 총을 가지고 와서 총기 사고가 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메르스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영적인 미래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정말 천국이 있을까, 정말 하나님이 계실까 의문을 던지며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것이며 그 후에는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전혀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그냥 지낸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그냥 사라지는 거겠지 하는 바람만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메르스가 정말 위험하여 온 나라를 치명적인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해서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고 지낸다면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우리의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내가 그냥 바라는 것처럼 항상 그대로 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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