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5명이나 나온 가운데, 한국교회는 사망자 발생 이후 첫 주일을 맞았다. 홈페이지에 메르스 관련해 안내한 교회들이 있었고, 대부분의 교회가 신체 접촉을 피하고 손 소독제 사용을 권장했다. 일부 교회는 오후 예배나 구역 모임 등을 취소하기도 했다. (사진 백주년기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의 공포가 한국을 휩쓸고 있다. 5월 20일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 보름여가 지났다. 현재 메르스 감염자는 64명, 격리 관찰자는 2,361명이다(6월 7일 18시 기준). 6월 1일 최초 사망자가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 총 5명이 사망했다.

6월 7일은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뒤 처음 맞는 주일이었다. <한겨레>는 '6개월 된 손녀가 걱정돼 교회를 가지 않고 온 가족이 인터넷으로 예배했다'는 한 할아버지의 사례를 전했다. 또 어떤 교회의 이번 주 출석 교인이 20%가량 줄고 실시간 인터넷 예배 접속자가 50%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뉴스앤조이>도 한국교회가 메르스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취재해 봤다.

메르스 최초 발생한 평택 지역 교회들

6월 7일 오전, <뉴스앤조이> 기자는 메르스 환자가 최초로 발생한 평택성모병원 인근 세교동 ㅅ교회를 찾았다.

교회는 예상 밖으로 평온했다. 차로 1분 거리에 평택성모병원이 있지만, 불안해 보이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구에 비치된 손 세정제로 손을 씻고는 평상시처럼 예배당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담소를 나누는 교인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온 교인은 별로 없었다. 메르스 최초 발생 지역의 교회치고는 다소 의외의 풍경이었다.

김 아무개 담임목사는 설교 서두에 메르스를 잠깐 언급했다.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말에는 별 감흥 없으면서 메르스에는 왜 이렇게 심각하냐. 반응하지 말자"면서 메르스는 잘 대처하면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세를 보일 때까지는 불필요한 접촉은 피하자고 했다.

김 목사는 "침 튀면 아무래도 꺼림칙하니 통성기도는 안 하겠다"는 농담으로 설교를 끝냈다. 교인들은 악수 대신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한 교인은 그래도 악수를 청하다 다른 교인에게 거절당해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ㅅ교회는 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날 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오후 구역장 성경 공부를 취소했다. 김 목사는 "예배에 참가한 교인이 평소보다 조금 줄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왔다. 아침 7시 예배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왔다. 아무래도 11시 예배에 참석하던 사람들이 (사람 많은 걸 피하기 위해) 일부러 7시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기자는 ㅅ교회에 이어 11시에는 평택시 이충동 ㄱ교회를 찾았다. 이 지역은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있어 상대적으로 젊은 층 비율이 높다. 이곳도 예상 외로 아주 평온했다. ㄱ교회 교인들도 메르스에 크게 경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이들도 10명 중 2~3명에 불과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 교회 손 아무개 담임목사도 메르스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손 목사는 '호열자(콜레라) 귀신이 한 마을을 찾아와서 5명을 죽였는데, 주위 500명이 겁에 질려 죽었다더라'는 예화를 들며 메르스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지 말자고 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 물론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메르스에는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지는 것에는 왜 민감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 교회 11시 예배에는 평소 교인들이 800여 명이 참석한다. 하지만 이날은 출석 인원이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손 목사는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분들이 아무래도 (메르스에) 취약하다는 보도가 나오니 안 오신 것 같다. 오늘 영아부 예배는 안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봐서 알겠지만 오늘 예배는 평상시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야 한다. 사실 평택 지역에서 더 관심 가져야 할 건 (주한 미군의) 탄저균 유출 사건"이라고 했다.

교인들은 예배가 끝나자 평상시대로 식사도 하고 카페에 앉아 담소도 나눴다. 악수를 하는 이도 있었고 팔짱을 낀 아이들도 있었다. 이 교회 고등부 교사를 하고 있다는 한 교인은, 교회는 메르스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몇몇 교인들이 조심하는 차원에서 예배에 나오지 않고 거리에서도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부에서 보는 평택은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평택이 마치 초토화된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아주 5·18 당시 광주처럼 보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 지역 주요 교회들, '손 소독제 비치, 모임 취소' 등 대책 마련

메르스 사망자 발생 이후 처음 맞는 주일, 메르스가 서울까지 확산되면서 한 번에 수천 명씩 모이는 서울 주요 교회들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부분 교회들이 손 소독제 비치 등 기본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한 가운데 주일 오전 예배는 별다른 변동이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 오후 예배나 성경 공부 모임을 취소하는 교회도 더러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의 경우 예배는 그대로 진행했다. 다만 예배 시간에 이뤄지는 안수 기도는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 예배 외 대규모 모임은 미루거나 불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6월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청년 대회는 보류하고, 6월 9일 예정된 퀴어 축제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지 말라고 교인들에게 전했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의 경우 메르스로 자택에서 예배를 하는 가정이 많아질 것을 고려, 이례적으로 주일 1~5부 예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는 예배와 특별 새벽 기도회는 변동 없는 가운데 그 외의 모임은 일부 축소했다. 교회학교는 예배만 하고 공과공부를 생략하고, 새가족부도 등록은 받지만 교육은 생략하기로 했다. 8일에 삼일교회 건물을 전체 방역하기로 했다.

그밖에도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등 서울시 내 주요 교회들이 교회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의 기본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했다. 교회에 따라 호흡기 주의 수칙을 곳곳에 부착하거나 마스크를 비치하기도 했다.

메르스 확산 우려와 교인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주일예배를 가정에서 드리기로 한 교회도 있다. 안양의 가향공동체(양진일 목사)는 6월 7일 주일예배를 각자 가정에서 드렸다. 양진일 목사는 페이스북에 공개한 글을 통해 "이번 예배를 '동일한 시간, 동일한 순서대로 각자 처소에서' 드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만남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이겨 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에 경계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탓하는 목사도 있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6월 7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메르스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메르스는 전부 강남에 있고, 내가 (강북으로) 못 올라오게 막고 있다. 모처럼 강북이 혜택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모든 인간은 잠복기 100년짜리 죄의 메르스에 걸려 있어. 여러분은 이미 보균자야.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건데 왜 그렇게 난리야"고 했다.

▲ 교회가 메르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에 대해 '잘하고 있다'와 '부족하다'가 5:5의 비율로 나타났다. 제보를 통해 파악한 독자들 중에는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인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체 설문 조사 결과 갈무리)

"예배 안 할 수도 없고"…교인 불안감 해소 위해 적극적인 교회 대응 필요

보건 당국은 시민들에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메르스 감염 예방 지침을 내고 당부했다. 하지만 교회의 경우 주일예배를 안 드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ㅅ교회의 ㄱ 목사는 "타 종교의 경우 개신교처럼 일요일에 모여서 예배드리는 개념이 강하지 않다. 사실상 교회가 제일 난감하다"고 했다.

한 장소에 수백, 수천 명이 모이다 보니 교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뉴스앤조이>가 모은 독자들의 반응 중에서 '교회의 대응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잘하고 있다'와 '소극적인 대처가 아쉽다'의 의견이 거의 5:5를 이뤘다.

특히 아무런 대처가 없다는 교회들의 경우 '매우 미흡. 부족. 형편없음. 심지어 이럴 때 믿음이 판가름 난다는 목사도 있다. 인식 및 대응이 심각한 수준', '주의 사항 정도의 언급도 없어 안타깝다', '예배 참석을 하지 않는 성도들을 믿음이 없는 자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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