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빙 없이 어떻게 지출을 합니까? 그건 상식입니다. 대답할 가치가 없습니다."

사랑의교회 주연종 부목사가 법정에서 한 증언이다. 지난 5월 29일, 사랑의교회가 MBC PD수첩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이날 교회 측 증인으로 주 목사가 나왔다. MBC 측 변호사가 "증인이 교회에서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증빙 없이 지출할 수 있느냐"고 묻자, 주 목사는 코웃음을 치며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러나 앞선 기사에서 봤듯이 오정현 목사는 목회 활동비를 증빙 없이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관련 기사: 오정현 목사, '목회 활동비'로 골프 레슨에 아내 드라이버 구입) 목회 활동비뿐이 아니다. 사랑의교회 재정에 관한 의혹 중 한 부분인, 특별 새벽 기도(특새) CD '내 영혼의 풀 콘서트' 수익금과 서점 사랑플러스 수익금 일부도 '목회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증빙 없이 사용한 내역이 포착됐다.

이번 기사에서는 특새 CD 수익금과 사랑플러스 수익금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이 수익금들은 오정현 목사가 횡령·배임으로 고발당한 사건 및 사랑의교회 회계장부 열람 소송에서 거론된 바 있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정리한 뒤, 오 목사가 이를 어떻게 썼는지 알아본다.

▲ 사랑의교회는 매년 특별 새벽 기도 실황을 CD로 만들어 왔다. 이 CD의 판매 수익금은 오정현 목사 계좌로 들어갔다. (사랑몰 홈페이지 갈무리)

검찰, "증빙 없지만 목회 활동 전반에 쓰여"…법원, "목사 수입 아닌 교회 수입, 용처 불분명"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김 아무개 집사는 2013년 7월 오정현 목사를 횡령 및 배임으로 고발했다. 김 집사가 제기한 의혹 중 한 가지는, 특새 CD 수익금 2억 3,000만 원이 오 목사 계좌로 들어가 쓰인 사실과 사랑플러스 수익금 일부인 1억 7,500만 원을 오 목사가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2014년 12월 19일, 오정현 목사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교회 측의 해명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먼저, 각 수익금을 사랑의교회 일반 재정 계좌로 입금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사랑플러스 수익금 1/3은 고 옥한흠 목사가 지시해 담임목사 목회 활동비로 사용하기로 했었다는 교회의 입장을 인정했다.

사용처도 문제 삼지 않았다. 검찰은 오정현 목사의 계좌를 추적하고, 사랑의교회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오 목사가 수익금 대부분을 교인들에 대한 격려·후원, 교인들과의 식사, 목회 활동을 위한 건강관리 등, 개인 용도가 아니라 교회를 위한 목회 활동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증빙이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 금액이 소액인 점과 수익금이 수년간 관행적으로 재량에 따라 광범위한 목회 활동 용도로 사용됐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검찰의 처분이 떨어진 5일 후, 법원은 이와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는다.

법원은 작년 12월 24일, 각 수익금이 사랑의교회 재정 계좌로 귀속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회는 특새 CD를 기획·연출한 게 오정현 목사이기 때문에 수익금도 당연히 오 목사의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그 수익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작자인 교회의 수입으로 귀속되는 것이지 담임목사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사랑플러스 수익금에 대해서도 "고 옥한흠 목사의 지시 사항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담임목사실 역시 교회의 기관이므로 그 수입은 교회의 재정 수입으로서 당해 연도 예산 및 결산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법원은 오정현 목사가 수익금을 각종 격려금, 후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오 목사의 사례비를 비롯한 각종 수당에 대한 장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나

▲ 오정현 목사는 사례비 외에 연 1억 원에 달하는 목회 활동비를 받고 있지만, 사랑의교회 측은 이것도 모자라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오정현 목사는 그 수익금을 어떻게 썼을까? <뉴스앤조이>는 특새 CD 수익금이 오 목사의 계좌에 입출금된 내역을 입수했다. 이 계좌는 2006년 6월 생겼고 2012년 1월 해지됐다. 사랑플러스 수익금 일부도 이 계좌에 들락거렸다.

사랑의교회는 이 계좌를 오정현 목사가 직접 관리하지 않고 비서가 관리했다고 주장한다. 오 목사가 지시하는 곳에 비서가 계좌 이체하고, 오 목사가 현금으로 얼마를 달라고 하면 비서가 뽑아서 줬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이 돈을 모두 목회 활동에 썼다고 한다.

계좌 내역을 보니, 당초 갱신위가 고발한 금액 2억 3,000만 원과는 달리 5년 반 동안 약 3억 9,000만 원이 이 계좌로 입금됐다. 사랑플러스 수익금 중 5,000만 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출금 내역을 보면, 오정현 목사가 사랑의교회 부교역자나 교인, 다른 목사에게 쓴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목회 활동비 계좌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과연 목회 활동인지 의심하게 하는 내역이 있었다.

오정현 목사는 서울대 AFP(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를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목사는 이 계좌에서 'S대 등록금'으로 280만 원을, 'AFP 회비'로 400만 원을 썼다. 가족에게 쓴 비용도 더러 발견됐다. '사모님 부탁'으로 자산 신탁 회사에 200만 원, '동생 월급 절반'으로 150만 원, 아버지에게 100만 원, '가족 모임 식사'로 82만 원을 썼다.

갱신위는 오정현 목사가 목회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곳에 사용한 금액을 약 5,900만 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총 금액의 15% 정도다.

특새 CD 수익금은 대부분 현금 인출로 나갔다. 약 2억 5,500만 원이 현금으로 출금됐는데, 이에 대한 증빙은 없다. 목회 활동인지 의심되는 금액과 이 금액을 합치면 특새 CD 수익금의 80%에 달한다.

사랑플러스 수익금도 현금 인출이 많다. 사랑의교회 직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2006년 3월부터 2011년 4월까지 5년간 사랑플러스 수익금 2억 2,100만 원 중, 1억 1,000만 원을 오정현 목사가 현금으로 썼다. 사랑의교회 사무처장은, 오 목사가 이 중 6,100만 원을 후원금과 경조사비, 격려비 등 용도를 특정할 수 있는 곳에 썼다고 진술했다. 나머지 4,900만 원은 어디에 쓴지 모르지만, 이와 같은 성격의 목회 활동에 쓰였을 것이라고 했다.

오정현 목사의 지시로 사무처장이 직접 처리한 금액은 1,800만 원이다. 이는 부교역자 생활 지원금, 부교역자 격려 식대, 원로목사 치료비, 외부 교역자 숙박비 등에 쓰였다. 5,000만 원은 특새 CD 계좌에 입금했다. 나머지 4,300만 원은 계좌를 없앤 뒤 교회 일반 재정 계좌에 입금했다.

사랑의교회 직원들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용처가 불분명하고 증빙이 없는 지출이 9,900만 원이다. 이는 사랑플러스 수익금 중 45%에 달한다.

교회 측은 오정현 목사가 증빙 없는 현금도 모두 '목회 활동'에 썼다고 주장한다. 교회가 그동안 법원에 낸 자료를 종합해 보면, 사례비 외에 연 1억 원에 달하는 목회 활동비를 받아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의 목회 활동으로는 모자란다. 오 목사가 교단에서 가장 큰 교회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교회 목회자라서, 교계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후원 요청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관련한 재정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오 목사가 쓴 돈이 아닌, 교회가 오 목사에게 쓴 돈을 살펴볼 것이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의 땀과 눈물이 담긴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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