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정운기 님이 6월 5일 올린 '목사님, 동성애자는 죄인이 아니라 '사람'입니다'에 대한 답변입니다. 이에 앞서 김정운기 님이 6월 4일 '목사님들, 동성애가 그리 무섭습니까'를 올렸고, 이에 같은 날 이국진 님이 '무섭냐고요? 동성애는 하나님 앞 죄악일 뿐입니다'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논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우리는 논리에 의하여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전제들에 의하여 지배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주 첨예한 논쟁은 아무리 그럴듯한 논리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적으로 입장의 차이만을 확인하게 될 때가 많다. 동성애에 관한 문제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이미 나 자신이 어떠한 입장을 심적으로 정해 놓고 출발할 때, 아무런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다.

지난번에 내가 쓴 글에 대하여 원글의 필자가 반론을 해 왔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한 번 그 글에 대해서 답변을 쓰고자 한다. 비록 나의 글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이 단순히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단번에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서 있는 토대가 확실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질문을 던질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1. 동성애자들이 사회적인 편견과 잘못된 통념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나는 동성애자들을 향하여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반동성애 운동은 이 세상 사람들의 방법들을 채용할 것이 아니라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라고 했던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해야 옳으며, 오래 참고 기다리시는 주님을 본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가진 힘으로 그들을 방해하고 막고 억압하고 눌러서 그들을 막기보다는 설득과 사랑으로 그들을 돌이키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작년에 쓴 '동성애 퀴어 축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 참조.)

하지만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잘못된 통념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러한 분위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일차적인 책임은 동성애자에게 있다. 사회적 편견이나 잘못된 통념 때문에 내가 고통을 받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동성애가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스스로 그 잘못된 결정으로부터 돌이키는 선택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동성애자들이 그런 노력을 많이 해 왔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바뀌어 로마서 1장 32절의 말씀처럼 이것은 죄가 아니라고 우기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억울하게 비난을 당한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잘못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동성애가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통은 더욱 크게 마련이다.

간통을 저지르면서 이것이 죄가 아니라고 우긴다고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간통은 이제 더 이상 형법으로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죄악이며, 민법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다. 동성애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형법으로 다스릴 것은 아닐지 모른다. 모든 법은 최소한의 규정만을 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나님의 기준을 벗어난 것이다.

2. 사랑의 마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사랑의 마음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지만, 모든 사랑의 마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결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어른이 아직 분별력이 없는 미성년자와 육체적인 사랑을 갖는 것도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동성애도 마찬가지이다. 불륜은 가짜 사랑을 버리고 진짜 사랑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결혼 서약으로 맺어진 법적인 사랑의 관계를 파괴하고 배우자의 마음을 찢어 놓는 죄에 해당한다.

동성애도 역시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짜 사랑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질서 속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결혼의 관계 속에서 권태기가 있을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어지거나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륜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며 혼인 관계를 바르게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동성애적 기질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냥 본성에 따라 행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

3. 죄인이 아닌 사람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동성애를 죄라고 표현하는 것에 불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것은 성경에서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는 바이다. 성경이 미움과 시기와 질투와 탐욕과 음욕을 죄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성애도 죄라고 말하고 있다. 동성애자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지 않는 죄악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동성애자와 똑같이 죄인이다. 동성애자는 그들의 동성애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면, 나도 똑같이 나의 여러 가지 죄악들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동성애자보다 더 나은 것이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내가 더욱 더 심하고 악한 죄를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 죄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그 모든 행위들을 죄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것도 죄이며, 내가 교만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죄이며, 내가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도 모두 죄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비록 나의 선천적인 죄성 때문에 단 하루도 이러한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죄에서 해방되기를 기도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보혈의 능력이 나를 이전보다도 더욱 거룩하게 만들고 이전보다도 더욱 주님의 뜻에 따르는 자가 되게 하기를 소망한다. 동성애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그러한 성향을 떨쳐 버리기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러한 잘못된 행위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성령의 역사하심을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4. 다원화된 사회 속 민주적 삶은 다른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동성애자들이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에 우리가 모욕해도 괜찮고 그들에게 행패를 부려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기독교 일각에서 벌이고 있는 반동성애 운동이 도를 지나칠 때가 있음을 알고 우려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말자고 제안하며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동성애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동성애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증오와 편견의 소치라고 비난하고, 더욱이 사회적 통념을 깨트리고 것에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성애자들이라 할지라도 비난받을 만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에 대하여 침묵하여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후손들을 잘못된 사상에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책임이 있다.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가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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