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본문을 가지고 설교를 하는데도 논지가 저마다 다르고 결론에 가서는 적용점이 판이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경 해석의 틀이 논란이 되는 이유입니다.

설교 학교 7강. 5월 29일(월) 이영재 목사(전주 화평교회)가 '성경 해석의 틀, 논란으로만 삼을 것인가'를 주제로 후배 목회자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 5월 29일(월) 이영재 목사(전주 화평교회)와 설교 학교 7강 공부를 함께했습니다. '성경 해석의 틀, 논란으로만 삼을 것인가'를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의도 듣고 대화도 나눴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이영재 목사는 영해(靈解)와 역사비평을 대표적인 논란의 두 축으로 꼽았습니다. 두 가지 해석의 틀이 가진 단점과 한계를 짚어 보는 것으로 서두를 뗐습니다.

"영적인 해석만 고집하면 천편일률적인 해석이 나오기 쉽다. 성경이 스스로 말하게 해야 하는데, 설교자의 영성이 성경보다 앞서면 곤란하다. 자기 영성을 펴기 위해 성경을 이용하면 안 된다. 바닷물을 컵으로 퍼다 나르는 꼴이 될 수 있다. 말씀이 빈곤한 설교자는 불행할 뿐이고, 교인들은 왜곡에 빠지기 십상이다."

영해(靈解)에 대한 이영재 목사의 지적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역사비평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이 목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역사비평은 역사적 현실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서 성경 자체를 통해 메시지를 주기보다 현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 주려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이 경우, 하나님을 향한 집중보다 현실에 대한 집중이 더 빈번해 듣는 이들에게 편식을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역사 현실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성경을 이용하면 설교는 갈수록 공허해질 뿐이다."

이영재 목사는 대립 구도가 생기는 이유를 위와 같이 언급하면서, 이후 매듭을 어떻게 지을 것이냐를 두고 설명을 이어 나갔습니다.

"'너는 틀렸다' 잘라 말해선 안 된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두루 인정해야 한다. 두 가지 측면을 비교하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적당히 균형을 맞춰 절충하라는 뜻일까요? 이영재 목사는 절충에 앞서 설교자의 삶이 먼저 '신학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교자는 본문이 주는 감동을 체득해 내야 하는데, 이것은 자기 삶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각자의 삶에서 길어 낸 해석이 먼저 있고 나서 영해나 역사비평의 관점을 참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이영재 목사는 여러 가지 해석의 틀이 저마다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자기 삶의 바탕 위에서 취사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이영재 목사는 설교자의 '철저한 묵상과 공부'가 해석 과정에 있어 선결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하루 일과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면 아침 식사는 따로 하지 않고 효소 음료만 한 잔 마신 뒤 그때부터 자리에 앉아 점심때까지 성경을 읽는다. 책상머리에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버전은 물론 각종 영어 성경과 한글 성경 심지어 중국어 성경까지 펴 놓고 읽고 또 읽는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성경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에 항상 감사한다. 내게는 이 시간이 정말 황금 같은 시간이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삶을 지극히 단순하게 재편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의 중간중간 다양한 본문을 예시하면서 해석이 어떻게 갈리고 있는지, 이것을 대립의 구도로만 봐야 하는지, 다양한 삶의 정황 속에서 포용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 성경 해석의 틀에 관해 논할 때, 대부분의 설교자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합니다. 이날은 평소 가지고 있었던 고민과 궁금증을 멘토에게 털어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강의가 끝난 뒤로는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보수적인 신학교에서 공부했다고 밝힌 한 참석자가 "본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가지뿐인 거 아닌가"라고 묻자, 이영재 목사는 "삶은 건조하지 않다. 우주는 말로 할 수 없는 풍요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말씀도 그러하다. 얼마든지 다양하고 풍성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다. 신구약을 통틀어 '예수 그리스도와 말씀'이라고 하는 큰 줄기가 있고, 그 큰 줄기에 다양하고 풍성한 가지들이 붙어 있음을 떠올리면 좋겠다"라고 답했습니다.

▲ 강의 후에도 편안한 대화가 지속됐습니다. 설교뿐 아니라 목회 여정에 대한 진솔한 나눔이 이어졌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설교 학교 2학기도 마지막 순서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8강은 6월 1일(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용산구 효창교회에서 안진섭 목사(대전 새누리2교회)와 함께합니다. '현장 중심의 실제적인 성경해석학'을 주제로 공부합니다.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관련 기사: 설교 학교 2학기 참가자 모집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