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5일 조계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늦은 시각까지 석가탄신일을 기념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지난 5월 25일 '부처님 오신 날', 불교 조계종은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 전명선 위원장과 9년 동안 비정규직 불법 파견에 맞서 싸운 기륭전자노동조합의 유흥희 분회장, 국내 최초 동성 결혼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을 봉축 법요식에 초청했다[봉축 법요식은 석가의 탄생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축하'(봉축)하는 '법회 주요 의식'(법요식)의 준말이다]. 이 땅의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인 세월호 유가족과 해고 노동자, 성 소수자가 봉축 법요식 순서 중 하나인 헌화를 했다.

이날 조계종은 2012년 이후 중단되었던 '남북 공동 발원문'도 발표했다.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함께한 공동발원문에는, 한반도의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7·4 공동 성명'과 역사적인 '6·15 공동 선언', '10·4 선언'의 실천이 곧 자타불이이고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길"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외교적으로 노력했던 지난날을 상기시켰다.

사회적 약자를 초청하는 데 실무를 담당한 기관은 조계종 노동위원회다. 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사회적 약자를 봉축 법요식에 초청한 건 매해 해 오던 일이었으며, 당일 부른 이들은 운동을 함께했던 사람들이라 어렵지 않게 초청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노동위원회는 두 번에 걸쳐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그곳엔 기륭노조도 함께 있었다. 5월 17일에는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과 함께 조계사 내 공연장에서 행사도 했다.

세월호 참사와 성 소수자 문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되어 버렸다. 이들을 종단 공식 행사에 초대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양 위원장은 내부의 특별한 반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 소수자의 예를 들며, 불교는 '모든 사람이 하나'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와 달리 성 소수자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경우 역시 조계종의 지난 행보를 살펴보면 시의성에 따른 초청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조계사 봉축 법요식에는 이주민 노동자, 다문화 가정, 새터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이 초청되었다. 작년 봉축 법요식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현재 조계사 내 천일정진단에서는 불자들이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지만 조계종 내부에 긴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2012년 노동위원회 출범 당시 위원장 종호 스님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니) '좌익에 물들었냐'는 질문도 받은 적 있다. 실제로 그런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 내 요직을 맡고 있는 한 스님 역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노동위원회의 활동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은 언제나 있어 왔다고 밝혔다.

남북 공동 발원문 발표는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주관했다. 남북 불교계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매해 공동 발원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3년간 발표하지 못했다. 추진본부의 박재산 사무국장은 "계속해서 조불련과 접촉했지만 남북관계가 냉랭했던 탓에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단·광복 70주년이란 특별한 의미가 있기에 조불련 역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봉축 법요식을 두고 조계종 간부들의 '정치적인 쇼'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동국대 사태와 같은 내부의 현안은 무시하면서, 겉으로만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척한다는 것이다.

동국대는 현재 교수 및 학생들이 총장과 이사회를 규탄하며 항의 시위·단식을 이어 가고 있다. 석가탄신일에도 동국대 학생들은 조계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유흥희 분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가능한 빨리 동국대 사태가 해결되도록 조계종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 공동 발원문 발표에 대해서는, 종단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언론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는 "공동 발원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이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냉랭한 시기에 서로 소통하고 결과를 도출한 것은 잘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 전명선 위원장과 9년 동안 비정규직 불법 파견에 맞서 싸운 기륭전자노동조합의 유흥희 분회장 등 사회적 약자를 초청했다. 개신교는 성탄절을 어떻게 보냈나. 말만 풍성했던 건 아닐까. ⓒ뉴스앤조이 송인선

교회의 성탄절 풍경…가난한 자 섬기자면서 저들끼리 '칸타타'

불교의 모든 사찰이 사회적 약자를 초청해 행사를 치른 건 아니다. 그러나 조계사는 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종단을 대표하는 장소다. 내부 비판도 있지만, 불교의 창시자가 태어난 날 조계사 공식 행사에 사회적 약자가 함께했다는 사실 자체는 고무적이다. 불교에 석가탄신일이 있다면 개신교에는 성탄절이 있다. 한국교회는 지난 성탄절에 무얼 했을까.

주요 연합 기관들은 성탄 메시지를 줄지어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등은 예수의 성육신을 본받아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자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한국의 주요 교단 총회장들 역시 낮고 겸손한 자세로 이웃을 섬기자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개교회가 성탄절 행사를 하기 때문에, 교단이나 연합 기관 차원의 행사는 없었다.

사랑의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광림교회 등은 성탄절 행사로 칸타타를 공연했다. 명성교회는 칸타타 대신 교회 각 부서가 춤과 노래를 준비했다. 사랑의교회 소식지 <우리>는 작년 성탄 행사를 "성탄 전야 잔치에 목말라했던 우리에게 단비 같은 기쁨과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각 교단을 대표하는 대형 교회의 성탄절 풍경은 위에서 언급한 성탄 메시지와 전혀 달랐다. 이들의 성탄절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칸타타'다. 말은 예수님처럼 낮고 소외된 곳으로 가자고 하면서, 행동은 '우리끼리'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것이다.

개신교는 성탄절을 기념해 오히려 남북관계의 긴장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을 추진하려 했다. 매년 12월만 되면 문제가 되는 '애기봉 등탑 점등' 얘기다. 작년 12월 한기총 등 보수 기독교 단체는 안전 문제로 철거된 애기봉 등탑 자리에 9m 높이의 성탄 트리를 세우려다가 실패했다. 그들은 순수한 종교적 의도라고 말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화려하고 요란하지는 않아도, 성탄절에 사회적 약자를 찾아간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그들과 함께하며 예수의 사랑을 전했다.

작년 12월 24일,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이 마련한 새벽송에 20명이 참석해, 서울 근교 7곳의 장기 투쟁 농성장을 돌았다. 성탄절 당일에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에 1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야외무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관련 기사: "예수 따라 약자들과 함께한 성탄절")

성탄절 전날, 남북 청년들이 함께 불우 이웃을 도운 사례도 있다. 빈민 지역에 연탄을 무상으로 배급하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허기복 대표)은 서울 노원구 달동네 백사마을에서, 새터민 청년 60명을 포함한 10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연탄 1,000장과 쌀 20포를 나눠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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