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죄와화해방문단'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한국교회에 용서를 구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짓밟고도 역사적 진실을 숨긴 것을, 한국교회에는 신사참배를 강요한 것을 사죄했다. 사진은 방문단이 새에덴교회에서 찬양을 부르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정만

일본 목회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사죄와화해방문단(방문단)'이 한국을 찾아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신사참배를 강요당한 한국교회에 용서를 구했다. 

5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기 수요 집회에 방문단이 참석해 사죄했다. 방문단장 무라오카 다카마쓰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앞에서 사죄문을 낭독했다.

"일본군이 긴 기간에 걸쳐 여러분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짓밟은 역사는 우리 조국의 역사다. 그로부터 70년 이상 지났는데도 자신의 행위를 회개하고 잘못을 인정한 일본군 병사는 겨우 몇 명에 불과하다…역사적 사실을 감추는 일본 교과서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으로서 책임이 있다.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총리의 사과가 있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희생자의 상처를 악화시키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고 심한 분노를 느낀다." 

방문단은 이날 저녁 경기도 용인에 있는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로 이동해, 과거사 사죄 예배도 드렸다. 

▲ 새에덴교회 유치부 어린이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방문단을 맞이했다. 방문단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배당으로 들어섰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예배 시작 전 새에덴교회 측은 방문단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새에덴교회 유치부 교역자들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 수십여 명이 방문단 대기실 문 앞에 도열했다. 방문단이 문을 열고 등장하자 이들은 미리 나눠 준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며 축복의 노래를 불렀다. 

설교는 무라오카 다카마쓰 교수가 '우리 하나님은 건망증이 심한 하나님이신가?'란 제목으로 전했다. 무라오카 교수는 인도네시아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책 <강제 연행>을 펴내는 등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 무라오카 교수는 과거 일본군에 피해 입은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왔다. 일본군이 자행한 강제징용·학살·위안부 문제 등의 실상을 밝히는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무라오카 교수는 "하나님이 죄를 잊으신다고 하신 말씀은 치매나 건망증이 있으셔서 하신 말씀이 아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은 인간이 저지른 죄들을 잊지 않으신다"고 했다. 선한 일을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하지 않은 것도 죄라면서, 지금 일본인이 직접 지은 죄가 아니어도 조상들이 저지른 만행을 진심으로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7살이었다. 내가 직접 일본군이 되어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 입히지는 않았다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선조가 범한 죄를 무시하는 똑같은 죄를 저지른다면 하나님이 나와 일본을 벌할 것이다." 

▲ '사죄와화해방문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신사참배 강요로 상처받은 한국교회를 향해 사죄의 큰절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설교가 끝나고 방문단 15명은 강단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날 우리 일본이 지은 죄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쳤다.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강요당한 한국교회에 사죄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그러자 새에덴교회 장로들이 방문단원을 일으켜 세워 주고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1,000여 명의 교인은 박수를 보냈다.

이날 예배를 준비한 하요한 선교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사죄해야 하지만 과거 신사참배를 강요한 것 등 한국교회에도 사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사죄의 메시지가 한국교회에 전달되어 화해와 용서, 나아가 선교 협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 1,000여 명의 예배 참석자들은 손에 든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며 방문단에 화해의 몸짓을 보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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