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찰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노란 리본은 이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기 시작했다. 가방이나 핸드폰에 리본을 걸거나 페이스북·카카오톡 프로필에 자기 얼굴 대신 노란 리본을 올렸다.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은 공식 석상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한때 광화문광장, 시청광장, 홍대입구역 주변은 노란 리본으로 물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노란 리본 물결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1주기 때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울·안산·광주·부산 등 전국 각지를 노랗게 물들였다. 지금도 광화문광장과 안산합동분향소에 가면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평소 노란 리본을 달지 않은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도 최근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5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김 목사의 체크무늬 양복 상의 가슴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김 목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았다. 그 이유를 지난 4월 15일 페이스북에 밝혔다.

▲ 평소 노란 리본을 달지 않던 김동호 목사는 지난 5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란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대화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1주기.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정치인들. 정치인들이라고 다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별로 진실성은 없어 보인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길거리에 서서 기도하던 바리새인 같은 느낌이 든다"

김 목사는 자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선뜻 노란 리본을 달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누가 뭐라 한다고 노란 리본을 안 달 수 없지만, 누가 뭐라 한다고 노란 리본을 달 수도 없지 않은가"라며 노란 리본을 갖고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노란 리본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노란 리본 달았다고 다 바리새인이 아니고, 노란 리본 안 달았다고 모두 다 보수 꼴통도 아니다."

김 목사는 노란 리본을 떠나 각자의 방식대로 아파하자며 글을 맺는다. "노란 리본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고, 노란 리본 못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다. 너는 네 식대로 아파하고, 그냥 나는 내 식대로 좀 아파하자"고 했다.

현재 김 목사의 글은 5만 6,000여 명이 팔로우(그 사람이 올리는 글을 볼 수 있는 기능)하고 있다. 마침 그가 이 글을 올린 날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날. 그의 글은 사람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280여 명의 사람들이 댓글을 달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 목사의 글에 공감을 표한 한 누리꾼은 "노란 리본이 각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아파서 달고 어떤 사람은 노란 리본으로 마음을 표현하기가 부족해 달지 않습니다. 노란 리본보다 이제 세월호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부터 돌아보고 수리해야겠다는 사람은 없을까요?" 하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도 "꼭 노란 리본을 달아야 애도하고 아파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이 일이 벌어지지 않게 각자가 반성하고 나부터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누리꾼들 중에는 반대 입장을 가진 이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노란 리본을) 다는 게 맞습니다. 유가족들에게는 그게 살아갈 힘이니까요. 많은 이가 잊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그 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메시지입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한다는 것은 그들의 방식대로 아파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 식대로'라는 말은 방관자의 변명으로 이용되기 좋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가족 편에 서서 진실을 밝히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고 했다.

김동호 목사는 이러한 댓글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 노란 리본도 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후 노란 리본을 단 것이다.

김 목사가 실종자·희생자 부모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김 목사는 5월 22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을 만나 식사를 같이 했다. 이때 유가족 중 한 명이 김 목사에게 소책자 몇 권과 노란 리본을 건네주며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우리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힘이 되어요" 하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은 김 목사에게 한국교회에 느끼는 아쉬움도 전했다. 가족들은 대다수 교회들이 먼발치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자신들에게는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교회가 세월호 참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약한 자의 고통과 슬픔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유가족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그냥 달기로 했다. 장미 꽃 한 송이 꺾어 드리는 심정으로"라고 했다.

누리꾼들은 김 목사의 변화를 환영했다. "고맙습니다", "잘하셨습니다"는 등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한 누리꾼은 "내 식대로의 관점보다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의 관점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더 반갑습니다. 직접 만나고 변한 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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