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황교안 법무장관이 5월 21일 박근혜 정부의 6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새 국무총리 후보에 황교안 법무장관이 발탁되자 교계 반응은 엇갈렸다. 사진은 2013년 3월 11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 모습. (사진 제공 청와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황교안 법무장관이 5월 21일 박근혜 정부의 6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임명된 지 2년 3개월 만에 국무총리로 전격 발탁된 것이다. 황 장관은 검찰 재직 당시 신우회 조직에 앞장서고, 야간 신학대학원을 다녔다. 현재 목동 성일침례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주요 언론은 황 장관의 종교적·정치적 편향성이 문제 될 것으로 예측했다. 검찰 퇴임 후 17개월 만에 16억에 가까운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것을 비롯해 군 면제,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인사 청문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황 장관은 지난 2013년 법무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종교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 그가 쓴 글들이 문제가 됐다. 2004년 민영 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 소식지에 "재소자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 "엄청난 재범률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복음뿐이다", "(전국 45개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6만여 명) 그들을 주님께로 인도해야 한다"고 썼다. 

2012년에 써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도 논란이 됐다. 황 장관은 이 책에서 "헌법재판소가 주일에 공무원 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이다"(48쪽), "교회를 노동법상의 사용자로, 교회 직원을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보는 것은 심히 부당한 결론이다"(172쪽), "목회자의 사례비는 일반 급여와 그 성격이 현저히 다르고, 그 원천이 된 성도들의 헌금에 대하여 이미 성도들이 세금을 납부한 것일 뿐 아니라, 종교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도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181쪽)고 썼다. (관련 기사: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변명과 권고

28년간 검찰에서 재직한 황 장관은 공안통으로 통한다. 지난 2005년, 6·25 전쟁은 통일 전쟁이라고 발언한 강정구 교수(동국대)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며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과 대립했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삼성 X 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를 보도한 기자들은 기소한 반면, X 파일에서 거론된 떡값 검사들과 삼성 경영진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2009년 저술한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는 4·19 혁명을 '혼란'으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했다. 용산 참사의 원인은 농성자들의 불법 행위와 폭력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 낸 뒤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 황교안 총리 지명자가 2011년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특별 강연을 하는 장면. 그는 여기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동영상 출처 경향신문)

공안 분야를 수사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진급 누락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1년, 황 장관은 부산 호산나교회 특별 강연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두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공안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씨는 계속 재야 활동을 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사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받고, 정부하고는 계속 갈등했던 분 아닙니까…검찰과 야당 사이에 적대 관계가 심했는데 이런 분이 딱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그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었던 검사들은 물론 소위 '공안통'으로 이름나 있는 검사들은 전부 좌천되는 거예요."…"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의해 구속까지 됐던 분이에요.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또 곱지가 않겠지요."

새 국무총리 후보에 황교안 법무장관이 발탁된 것과 관련해 교계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교계 인사들은 황 장관이 지난 2년간 공안 정국을 형성한 것과 과거 출판물을 통해 밝힌 역사관 등을 문제 삼았다. 

전 교육부총리 한완상 박사는, 현재 박근혜 정부 과제가 국민 통합, 경제 회복, 남북 관계 개선 등인데 황교안 장관을 총리로 세운다고 해서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2년간 황 장관에 의해 공안 정국이 형성됐고, 표현의 자유도 위축됐다면서 이런 인물이 국무총리에 내정된 것 자체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도 공안 통치를 지속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황 장관의 역사의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는 4·19혁명을 '혼란'으로,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한 황 장관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뿌리가 되는 민자당 시절에 정리·합의가 된 사안이라며 공인이라면 역사관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일부 교계 단체는 황교안 장관의 국무총리 내정을 환영하며 국정을 제대로 다스려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교회연합(양병희 대표회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황 총리 후보자가 전임 총리의 사퇴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고 민심을 추슬러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고 했다. 샬롬을꿈꾸는나비 상임대표 김영한 교수는, 억눌리고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는 약자를 위한 정치를 황 장관이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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