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Arizona) 주 파운틴힐스(Fountain Hills)는 인구 2만 3,000명의 작은 도시로 15개의 개신교 교회가 있다. 그중 침례교·루터교·장로교·초교파 등 총 8개 교회가 강단 교류 설교를 위해 뭉쳤다. 5월 17일부터 총 6주 동안 진행될 말씀 시리즈의 제목은 "'진보' 신학: 사실인가 허구인가"이다.

8개의 교회는 이 말씀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지역 신문 <파운틴힐스타임즈>에 공개서한을 띄웠다. 공개서한에 서명한 8명의 목사는 이번 기획을 "예수님의 몸 된 교회가 하나가 되는 실질적인 방법", "획기적인 말씀 시리즈", "침례교인과 루터교인이 장로교인과 손에 손을 잡고 협업하는 것"이라는 말로 자찬했다. 또 말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배너를 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신문광고도 크게 냈다.

▲ 애리조나(Arizona) 주 파운틴힐스(Fountain Hills)는 원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분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교회들의 연합 사역으로 더 유명해졌다. 지역 내 8개 교회는 교단을 초월한 모임을 결성하고 "'진보' 신학: 사실인가 허구인가"라는 주제로 말씀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들이 연합한 이유는 성 소수자를 교인으로 받아들이고 이웃 종교와 교류하는 지역 내 감리교회를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파운틴연합감리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8명의 목사들은 6주 동안 진행할 설교 시리즈가 성경의 '전통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들이 할 설교 주제는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가?',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라는 사실이 왜 중요한가?', '예수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탄생한 것이 왜 중요한가?',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이 왜 중요한가?' 등이다.

얼핏 보면 8개 교회가 교단 장벽을 초월해 신학적 교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이들이 모여서 공동 설교까지 준비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또 다른 이웃 교회인 파운틴연합감리교회(FUMC·the Fountains, United Methodist Church)를 공격하기 위함이다.

FUMC 데이비드 펠튼(David Felten) 담임목사는 보수적인 애리조나 지역에서 '진보적 기독교'를 목회 철학으로 삼는 거의 유일한 목사다. 그는 성 소수자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창조론을 맹신하지 않으며, 다른 종교와 소통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진보 신학'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FUMC도 성 소수자가 교인으로 등록하면 받아 준다. 미국연합감리교단(UMC)의 화해 사역인 "열린 가슴, 열린 마음, 열린 문(Open Hearts, Open Minds, and Open Doors)"을 실천하며 예수님이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셨던 모습을 본받기로 했다.

8개 교회의 눈에 거슬린 FUMC의 사역이 또 있다. 이 교회는 타 종교와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필요하면 교회 예배당도 다른 종교 단체에 빌려줬다. 평일에는 예배당이 자주 비어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와서 쓰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현재 금요일 저녁에는 개혁유대교 신자들이 모이고, 월요일 저녁에는 불교 신자들이 모임을 갖는다.

펠튼 목사가 이렇게 다양한 사역을 펼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교인들의 지지가 있어서다. 8개 교회가 연합해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말씀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FUMC 운영위원장과 평신도 대표는 교회 홈페이지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자기들은 외부의 공격에도 이전보다 더 굳건하게 사역을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 파운틴연합감리교회 데이비드 펠튼(David Felten) 담임목사는 애리조나 주의 종교 간 대화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교회 예배당이 비는 시간에 다른 종교가 와서 모임을 열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지역 내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종교의 자유와 다양성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의 행보는 많은 교회들의 공분을 샀고 펠튼 목사를 겨냥한 8명의 목사는 그가 이단 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프레이스웰위드아더스 페이스북 홈페이지 갈무리)

FUMC에 반대하는 8명 중 한 명인 빌 굿(Bill Good) 목사는 펠튼 목사의 행보가 전통적인 기독교의 전통적인 신앙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펠튼이 말한 것들 중에는 반만 사실이거나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 많다. 이것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삶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목사인 릭 폰조(Rick Ponzo)는 FUMC가 '적에게 농락당하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적(사탄)은 기독교인들을 천국에서 떨어뜨리지 못하게 되자, 대신에 기독교인들이 이 땅에서 별 의미 없는 삶을 살도록 만들고 있다. 진보적 기독교는 적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또 하나의 도구"라고 했다.

8개 교회의 연합 사역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기독교 작가인 존 쇼어(John Shore)는 이번 사태를 놓고 "8명의 패거리가 확실하게 전달한 메시지는, 자신들이 '진보적 신학'에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설파하는 기독교는 남을 헐뜯거나 비하하고, 공포감을 조성하고, 혐오감을 드러내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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