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목회할 때였다. 한국에서 필라델피아로 이런저런 이유로 오게 되는 사람들이 우리 교회를 방문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때 사람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교회를 다니다 온 사람은 자신이 어느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왔노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반면, 별로 유명하지 못한 조그마한 동네교회를 다니다 온 사람은 자기 교회 이름조차 말하지 않고 그저 '조그만 교회' 다니다 왔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신앙인들에게는 자기가 어떤 교회를 다니는가 하는 것도 하나의 명예나 계급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능하면 크고 이름이 있는 교회로 몰려드는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뒤에는 소위 큰 교회를 다니다 왔다는 사람들의 민낯을 경험하곤 했다. 소위 큰 교회를 다니다 왔다는 사람의 신앙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것은 없었다. 물론 경험들은 많아서 아는 체는 많이 했지만, 자신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의 신앙 인격의 성숙의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정작 나 자신의 믿음은 하나도 없으면서, 정작 나 자신의 신앙적인 인격은 아직 어린아이의 유치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내가 큰 교회를 다니고 있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에 읽은 뉴스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이젠 3만 불대에 거의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해서일까? 우리나라 경제인들이 열심히 뛴 까닭일까? 예전에는 정말 어렵게 살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3만 불대에 거의 진입하게 되었다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고,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 

그런데 이런 뉴스를 들으면서 계산을 해 보니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4인 가족이라면 1년에 12만 불 정도의 소득을 올려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주변에서 1년에 가계소득이 1억 2,000만 원 정도 되는 가정, 다시 말하면 매달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가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다 되어 간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갑은 그 기준에 한참 모자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지만 국가가 G20에 속했다며 자부심만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국가의 경쟁력이 더 올라간다 한들 정작 나 자신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듯이, 우리의 신앙이 성숙한 단계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내가 어느 교회를 다니고 있고 내가 다니는 교회가 어떤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번 새 생명 축제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를 찾아오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에 정착하게 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더라도, 정작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고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점에서 새 생명 축제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에 나오게 되었는가에 있다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우리 교우들이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고 복음을 전파하는 일을 사모하게 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이번에 우리는 지진 피해를 당한 네팔을 위하여 구제 헌금을 하게 되었는데,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헌금되었다. 그런 우리 교회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정작 그런 대열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의 모습으로 내가 남아 있다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교회가 잘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 교회가 잘되는 일이 자동적으로 나의 신앙도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하나님은 나를 1:1로 바라보신다. 우리 교회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 우리 교회가 얼마나 선교를 많이 했는가? 이런 문제로 나를 평가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고 있느냐? 내가 얼마나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느냐? 이런 문제로 나를 판단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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