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12일까지 경기도 안성에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국 목회자 축구 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28개 지방회가 참가했는데, 내가 속한 전남서지방회는 1승 2패로 예선 탈락했습니다. 경기는 졌지만 머릿속에 남는 분들이 있죠. 경기 전부터 신경을 쓴 박연기 목사, 25인승 버스를 운전하고 선수들의 발목에 테이핑을 해 준 서성광 목사, 코치로서 선수들을 골고루 출전시킨 정성덕 장로가 그들이죠.

더욱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이도 있습니다. 팔금중앙교회 정춘호 목사가 바로 그이죠. 그는 경기에 참가하기 전부터 신안의 섬마을 목회자들과 목포 시내의 목회자들을 한데 아우르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선수들의 기를 살려 주고자 트레이닝복도 직접 협찬을 받으러 다녔고, 멀리 안성에까지 올라와 밥도 샀죠. 참된 어른다움의 모습을 보여 준 이였습니다.

새벽 시간마다 살펴보는 신명기가 벌써 14장에 다다랐네요. 신명기 14장 1∼21절까진 음식법 규례, 22∼29절까진 토지소산의 십일조 규례를 증언하고 있죠. 음식법 규례는 레위기 11장을 토대로 한 것이고, 십일조 규례는 레위기 27장을 토대로 한 명령이죠. 물론 레위기와 신명기의 음식법 규례가 다른 점이 있죠. 레위기에선 부정한 음식에 관해 '거류민'도 이스라엘 백성처럼 동일하게 대하게(레 17:15) 하는데, 신명기에선 그들에게 주거나 팔게 하는 차별성(신 14:21)이 그것이죠.

그런 차이를 두고서 문서설이나 양식 비평의 관점으로 설명코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같은 '이방인'(גָּר)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능력을 좇아 하나님을 경배코자 나오는 광야의 이방인들에겐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동등하게 받아들이게 한 것이 레위기의 취지고, 신명기에선 하나님을 경배치 않는 가나안 땅의 이교도를 숭배하는 이방인들에 대해 차별화된 음식법으로 대처하게 하신 거였죠.1)

그것은 신명기 5장의 안식일 준수 명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세오경을 삶의 자리나 구조적인 관점으로 보려는 양식사학파들은 출애굽기 20장의 안식일 준수 명령과 신명기의 안식일 준수 명령이 별개의 출처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죠. 

하지만 그것은 어른다움의 관점에서 보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죠. 시내광야에서 주신 것은 창조사적인 안식일 준수 명령이고, 모압광야에서 주신 것은 모세가 가나안 세대를 바라보며 구속사적인 안식일 준수 명령에 더욱 방점을 찍고 설교한 것이죠.2) 그들이 가나안 땅의 안정된 집에서 토지소산의 소출을 먹으며 참된 안식을 누리는 것은 그들에게 구원을 베푼 하나님께 그 근원이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말이죠.

▲ <예수와 그 목격자들> / 리처드 보컴 지음 / 박규태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872쪽 / 4만 3,000원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시내광야에서 주신 음식법과 모압광야에서 주신 음식법, 그리고 시내광야에서 주신 안식일 준수 명령과 모압광야에서 주신 안식일 준수 명령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출처죠. 모세가 시내광야에서 직접 받은 규례 말이죠. 출애굽 1세대는 그 규례를 좇아 광야 40년에 걸쳐 훈련을 받았지만 모두 실패하여 죽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증인으로 산 출애굽 1.5세대와 2세대에게 모세는 참된 어른다움으로 가나안 땅에서 살도록 그 음식법 규례와 안식일 준수 명령을 다시금 강론했던 것이죠.

"한 측면은 증언의 준(準) 경험적 측면으로서, 감각들의 증언이요 목격자가 사실을 보고하는 증언이다. 다른 한 측면은 증언의 내면성으로서, 증인이 자신이 증언하는 내용에 개입하는 측면이다. 이런 의미에서 신실한 증인은 정확할 뿐 아니라, 자기가 증언하는 것의 의미와 그것의 요구에 대해 신실하다. 따라서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례에서는 목숨을 값지게 바치는 것이 곧 신실한 증인이 되는 것이다." 

리처드 보컴의 <예수와 그 목격자들>(새물결플러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복음서가 여러 세대를 거쳐 나온 게 아니라 한두 세대 만에 완성된 책이자, 복음서의 증언조차도 원래 상태를 거의 잃지 않은 원초적인 증언 기록물임을 강조하고 있죠. 이를 증명코자 역사학·고고학·문학·해석학·철학·심리학 등 여러 인문학적 증거를 가져오고 있는데, 여태껏 신약학계에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한 양식사학파들의 자리를 뒤흔들 만한 책이라 할 수 있죠.

"종교의 핵심은 죽음입니다. 죽음의 연습은 영원한 '얼생명'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요, 죽는 것이 죽는 것이 아니에요. 산다는 것은 육체를 먹고 정신이 사는 것입니다. 몸으로 죽는 연습은 '얼생명'으로 사는 연습입니다."

▲ <임락경의 우리 영성가 이야기> / 임락경 지음 / 홍성사 펴냄 / 464쪽 / 1만 5,000원

<임락경의 우리 영성가 이야기>(홍성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 개신교 강단에 서구적인 인물과 사건들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한국적 심성 속에 신앙의 뿌리를 내린 이현필과 최흥종과 유영모 같은 토종 기독교인들의 신앙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돌파리(突破理) 임락경 목사가 쓴 증언 기록물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때문에 늘 거지 행색을 하며 다녀야 했던 이세종 선생, 곤충까지 살생치 않으려는 마음으로 광주의 동광원을 세워 전쟁고아들을 거두며 맨발로 살았던 이현필 선생, 주먹질 세계를 벗어나 자기 재산도 팔고 많은 기금을 모금해 여수 애양원을 세웠던 최흥종 목사 등, 이들의 행적은 예수를 닮는 영성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다움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닫게 해 줍니다.

이번 목회자 축구 대회도 그렇지만 모든 역사는 앞에서 이끄는 리더와 옆에서 돕는 조연들의 합작품입니다. 물론 그런 주연과 조연들 외에도 18명의 목회자들이 날줄의 바탕이 되었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출전의 역사'를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욱이 그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나와 같은 목격자가 증언 기록물을 남기고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내일도 그려 볼 수 있겠죠.

이와 같은 증언 기록물을 남기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이 땅의 개신교에 토박이 예수 영성을 지닌 어른다움의 모습을 지닌 목회자를 그려 보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예수님처럼 죽고자 한 영성의 삶을 산 이세종 선생과 이현필 선생과 최흥종 목사 같은 분들을 앞으로도 우리 시대에 만났으면 하는 바람 말이죠. 그래야 우리 개신교의 내일이 더욱 밝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박이 예수 영성을 지닌 우리 어른들 어디 없을까요?

*참조 
1)
http://www.torahresource.com/Parashpdfs/136CommentsTR.pdf
2) http://www.torahresource.com/Parashpdfs/130CommentsT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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